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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심령 살인사건』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46
* 공개 기간 : 무기한

그 주 일요일은 전원의 외출을 금지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고칸 저택에 모일 것을 명령 받았다. 오후 6시 반에는 해가 지니까 1시간 반을 앞당겨 7시부터 그저께와 같은 것을 실연해보기로 한 것이다.
각자 고칸 저택에 도착하여 실연 장소에 앉을 때까지의 순서를 쫓았으나 변소에 가거나 차를 마시거나 그랬던가 싶은 알리바이 때문에 끝장이 나지 않았다. 모테기는 마침내 화를 내며 위세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직장인이야. 아타미에서 발이 묶인 채로 시시한 일만 시키고, 대체 경찰이 하는 일이 뭐야? 최신 과학을 이용해서 물적인 증거를 척척 잡아내야 할 거 아냐! 제니가타 헤이지로(銭形平次 노무라 코도의 소설 주인공으로 에도시대에 활약한 탐정이자 형사) 시대 같은 실연회 따위를 지금 해서 어쩌자는 거야?”
“뭐, 자네, 오늘 저녁까지만 참아주게. 내일부턴 자유로워질 테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우선 구경꾼이 자리에 앉는다. 현장에는 시체만 없을 뿐 이전과 똑같은 상태다. 요시다 야소마츠는 참으로 불쌍하게도 센시치와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상대가 없는데도 상대방의 말까지 하게 하여, 겨우 실연 장소에 도착했다. 이어서 이토코가 서둘러 뛰어 들어왔다.
“겨우 안 늦었네! 바보 같애!”
자포자기하며 굴러 들어왔다. 모두 그 날과 같거나 비슷한 옷차림이지만 모테기와 키시이는 양복에 양말, 요시다 야소마츠도 양복에 양말인데 쿠다유와 타츠오는 버선을 신었다. 여자들도 물론 버선 혹은 양말로 맨발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이 대신하여 요시다 야소마츠를 의자에 묶어서 실연 준비가 다 되었으나 이번에는 야소마츠가 화를 냈다. 경찰을 노려보며 말했다.
“여러분은 어째서 그쪽에 서있는 겁니까? 이러면 실연을 할 수 없잖아요. 얼른 비켜주시면 좋겠군요.”
“경찰이 서있지 않으면 실연의 의미가 없지 않나.”
“그렇게 잔뜩 모여 있으면 방해가 되잖아요.”
“이 경찰들이 여러분 대신에 피해자 쪽으로 걷거나 그 기색을 듣거나 하는 역할이니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철구를 던지거나 딸랑이를 던지거나 여러 가지 것을 위로 던지거나 돌리거나 할 건데, 당신들이 옆에 있어서는 제대로 실연을 할 수가 없다고요.”
“그건 그렇군. 이쪽 경찰들은 불필요하니 방해가 되지 않는 구석 쪽으로, 이 토코노마 부근으로 모이는 게 좋겠어.”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피해자 쪽으로 몰래 다가가는 건 타츠오, 모테기, 이토코 세 명 대리인만으로, 세 명의 뒤에 각자 위치한 경찰관이 있다. 또한 키시이, 쿠다유, 카츠미 뒤에 아무도 없는 곳에 듣는 역할을 할 경찰관이 앉아 있다.
이토코가 전등을 껐다.
“오우~!”
야소마츠의 멀리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 대장(隊長)이 대신 켠 포터블 전축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그날 밤과 그대로다. 역시 야소마츠의 기술은 절묘하여, 시간 간격에 조금의 차이도 없이 날아다니는 물품들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짓을 해봤자 실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았다. 심령술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경우와 다른 소리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경우와는 그 차이가 크지 않은가. 무척이나 큰 차이라고 하자. 그래도 소리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에 이 실연의 결과는 전원의 혐의가 더욱 짙어졌을 뿐 특정한 한 사람의 혐의를 깊게 만드는 데에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특정한 사람이라고 하면, 특히 모테기의 대리인은 데굴데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여 소리가 끝나기 전에 행동을 마쳐도 될 정도로 여유로웠으나, 데굴데굴 소리가 날 걸 예상했을 리도 없고(쿠다유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그 소리가 울리는 시간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혐의의 이유로 삼는 건 무리였다.
실연을 마치자 타츠오는 용의자 취급을 거부하며 말했다.
“한 잔 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의 지갑 속 돈을 슬쩍한다 해도 모두 함께 마실 정도로는 지장이 없을 걸요. 오늘 밤은 본가가 지어진 이후로 첫 연회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대단한 잔치는 아니었다. 근처 음식점에서 시켜 온 음식으로 잔치를 벌였다. 경찰에게 같이 마시자고 해도 누구 하나 응하는 이가 없다. 용의자가 되면 모두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여, 어설프게 아무 말이나 하다가 꼬투리를 잡혀 의심을 받을까 두려운지 다들 태연한 얼굴을 가장하고 있다.
경찰들은 한참동안 현장 쪽에서 무언가 하고 있더니 드디어 서장이 나타났다.
“저기,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마도 안 좋은 기억이 되었겠지요. 오늘 밤을 끝으로 외출 금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도쿄 분은 도쿄로, 야마토의 요시다 씨는 야마토로, 각자 염려 말고 돌아가십시오. 현장의 막과 도구에는 용무가 없으니 가져가셔도 됩니다. 다만 융단만은 피가 묻어 있어 증거품이니까 잠시 경찰이 맡아두겠습니다.”
“융단과 탁자는 저희 집 물건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더 잘 되었군요. 안쪽에 2개의 짐 꾸러미가 있는데 그건 요시다 씨가 쓰는 건가요?”
“그건 특정한 영혼을 불러내기 위한 도구이고 실은 다음날 밤에 쓰기로 한 것인데 쓸 데가 없어졌던 겁니다.”
“도구가 없으면 유령이 나오지 않는가요? 심령술의 유령은 진짜보다도 연극의 유령과 닮은 모양이군요.”
“뭐, 그런 셈입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경찰 일행은 심령술에 약간의 빈정거림을 남기고 가버렸다. 경찰이 볼 때는 짜증나는 심령술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런 게 없으면 이런 성가신 사건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직업에 열심인 쿠다유는 문득 알아차린 듯 야소마츠에게 말했다.
“요시다 씨에게 부탁이 있는데, 심령술에는 확실히 일본 제일이라 평판이 높은 분이지요? 사실 저는 특정 유령을 부르는 분과는 딱히 만나본 적이 없었군요. 이것도 기회인데 묘한 인연이지만 이렇게 이상하게나마 친해진 인연으로 오늘 밤에 특정 유령을 부르는 심령술을 보여주실 수 없겠습니까? 물론 사례는 하겠습니다.”
그러자 이토코가 벌떡 일어나서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훌륭해요. 아버지의 유령을 불러내줘요. 범인이 누군지 들어보죠.”
야소마츠는 머리를 긁었다.
“그런 어둠 속에선 아버님도 범인은 알 수 없을 걸요. 거기다 제가 범인을 모르는 한 유령도 범인을 모른다는 규정이 있어서, 아무튼 여러분께는 자백해두겠습니다만 아까 서장이 말한 대로 진짜보다는 연극의 유령을 더 닮았으니까요. 이세사키 씨에게 보여드릴 정도의 기술은 아닙니다. 거기다 좀 실례인 것 같지만 이 여덟 사람 중에서 진범이 있는 게 확실하니 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저로서는 유령 기술을 보여드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군요.”
“당연, 당연. 대개 이런 밤에 유령을 부르는 기술을 쓴다는 건 참으로 신중치 못한 일이오!”
모테기가 큰 몸집을 추켜올리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토코가 화를 냈다.
“이런 밤이 어떤 밤이죠? 고작 아버지가 죽은 정도예요. 후련하고 멋진 밤이잖아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도 그렇게 나쁜 기분이 아니야.”
미도리가 이토코에게 가세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요. 그 심령술 음악이 새카만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을 때 지금 권총이나 단도가 있으면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끽끽 울리기 시작했지. 으, 젠장. 무념(無念)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모르게 무념의 신음소리를 냈던 거예요.”
아무 근심 없는 태연한 얼굴이다. 쿠다유는 질렸다.
“허 참. 그런 진지한 신음소리도 있었던 건가요?”
“그랬어요. 저의 심령작용이 범인에게 옮겨졌나 보죠. 즉 저는 공범이 되는 걸까요?”
“그만둬!”
난쟁이가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화를 냈다. 술이 들어가서 새빨간 꽈리 같은 얼굴이다. 분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듯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며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이렇게 분노를 자제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토코는 그걸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다가 말했다.
“천하일품의 오라버니예요. 참으로 떳떳하시네요. 아타미 역에서 삐끼를 하고 있는 난쟁이의 여동생을 모르시나요? 가끔 친구들에게서 놀림을 듣는다고요.”
“야, 시끄러! 다들 돌아가!”
“네가 나가!”
“야, 이토코!”
“뭐야? 뛰어다녀봤자 1미터도 안 되는 주제에. 목을 매기에는 상인방(上引枋)이 너무 높지? 좋은 팔자구만.”
“윽……!”
난쟁이는 점점 얼굴이 벌게져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이다.
“그럼 먼저 갑니다.”
쿠다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돌아갔다.
다만 쿠다유는 결코 불쾌했던 건 아니다.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가족이다. 오히려 호의를 느낀 쪽에 가깝다. 어딘지 모르게 천진난만하다. 자포자기의 밑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