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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으로 출간한 『시간과 신들』을 맛보기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http://pegana.tistory.com/15
* 공개 기간 : 2012/05/23~(무기한)

신들의 명예를 위하여
FOR THE HONOUR OF THE GODS
로드 던세이니 지음
엄진 옮김


세 섬에서 일어난 큰 전쟁에 대한 기록은 많은 역사서에 남겨져 있어 고대의 영웅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지만 고대보다도 과거의, 즉 사람들이 섬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이전 저마다 자기 땅에서 소와 양을 기르며 평화에 취해 있던 그 시절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 시절 섬의 주민들은 ‘우연’의 발치에서 아이들처럼 뛰어놀았을 뿐 신도 전쟁도 없었다. 그러나 선원들이 신비한 바람을 타고 〈번영의 섬〉이라 불리는 해안에 도달하여 신도 모른 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는, 신들을 알고 신들의 명예를 위해 싸워 최후에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서에 크게 남기고 신들의 이름을 찬양하며 죽는 쪽이 더욱 행복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섬사람들은 모여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짐승을 안다. 하지만 보라! 저 선원들은 우리가 짐승에 대해서 알듯이 우리가 아는 이상의 것을 말해주는구나. 그들은 우리가 짐승을 다루듯 자기네의 즐거움을 위해 우리를 다룬다고 말한다. 마치 사람이 밭을 갈고 돌아와 저녁 무렵 난롯가에서 보내는 시시한 기도에 답을 하는 것과 같다. 이제 우리가 그 신들을 찾아야 할까?”
다른 이들이 말했다.
“우리는 여기 세 섬의 지배자이며 우리를 곤란케 하는 존재는 없다. 우리는 번영을 누리며 살다가 죽으면 뼈는 편안히 쉬리라. 그러니 세 섬에서 우리보다 더 거대한 존재가 되어 죽어 묻힌 우리 뼈까지도 괴롭힐지 모를 존재를 찾는 일은 그만두자.”
이에 또 다른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가뭄이 닥쳐와 가축이 죽어갈 때 사람이 중얼거린 기도는 하늘로 올라가 무심한 구름에게 무시당한다. 하지만 만약 기도를 모으는 자가 있다면 그를 찾으러 사람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세 섬이라 불리는 곳이 있어 선원들에게는 〈번영의 제도〉라 불리는데(그리고 〈중앙해〉에 있다고 하는데), 그곳 사람들은 종종 기도를 드리면서 그대들이 인간의 숭배 받기를 좋아하여 기도에 대답해준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세 섬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섬의 주민들은 사람도 짐승도 아니고 밤에 보내는 기도에 답을 해주는 낯선 존재에게 마음을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