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09
* 공개 기간 : 무기한

세 광인
오오사카 케이키치
三狂人 / 大阪圭吉

1
아카자와(赤沢) 의사가 경영하는 사립 뇌병원은 M시의 교외에 가까운 곳에 있다. 약간 높은 아카츠치산(赭土山)의 울창한 잡목림을 배경으로 하여 화장터로 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듯이 서있는데, 건물은 이제 꽤 구식 단층집이라고 말하기보다 커다란 거미라도 한 마리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표현하는 게 걸맞을 것 같았다.
하여간 나쁜 일은 계속 일어난다는 말은 곧잘 하지만, 이번과 같은 참으로 흉악하고도 잔인한 참사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아카자와 뇌병원의 썩어가는 판장 속에서는 마치 눈에 안 보이는 독기가 솟아오르듯 불길한 공기가 점점 짙어져갔고, 벌레가 붙은 대들보처럼 집 전체가 완전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아카자와 의사의 이론에 따르면 정신병자의 간호라는 것은 원래부터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였다. 환자 대부분은 종종 사소한 동기로 혹은 전혀 동기를 모르게 폭행, 도주, 방화 등의 악행을 벌인다든지, 아니면 또 이유도 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쓸데없는 감정적인 행위부터 시작하여 식사거부, 투약거부 등의 짓으로 환자 자신은 물론이고 간호사에 대해서도 또한 사회에 대해서도 무척 위험한 존재이기에, 이를 사회적인 자유생활에서 격리하여 간호사와 환자 자신에게 충분히 정신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어느 정도 조직적인 병원에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대개 정신병자라는 사람은 보통 일반 병원에 있는 부상당한 사람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자기가 자기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고 느긋하게 지내니까 일반 간호 이상으로 특별한 주의와 친절이 필요한 것이다. 즉 굳이 말하자면 병원과 같은 대규모 시설보다도 오히려 집처럼 주도면밀한 곳에서 소수의 환자를 맡는 이른바 가정간호를 하는 곳이 실적도 좋을 것이고, 간호의 첫 번째 원칙으로서 한 사람의 환자에게는 늘 한 사람의 간호사를 붙여놓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게 의사의 주장이다.
아카자와 원장의 할아버지는 일본 제일의 가정간호의 본고장인 교토(京都) 이와쿠라(岩倉) 마을 출신인 만큼 이 점에 발 빠르게 주목을 했다. 그리고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간호 방식을 절충하여 이른바 가정적인 소규모 병원이라는 것을 창립한 것이다. 그래도 환자 한 사람에게 반드시 간호사 한 사람을 붙여둔다는 원칙 때문에 꽤나 경비가 많은 드는 병원이었다. 초대에는 어떻게 무사히 지냈다. 하지만 2대째에 와서 경영난이 닥쳤다. 그리고 3대째 원장에 이르러, 드디어 가세가 기울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새로운 시립 정신병원이 세워지자 그 무렵부터 이미 많지도 않던 환자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훈장을 받은 장군과 위대한 발명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하던 병동을 하나둘 떠나갔고, 쾌활하게까지 느껴지던 노랫소리도 이제는 어쩐지 묘하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바람이 부는 밤이라도 올라치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생겨나는 바람에 간호사도 하나둘 도망쳐서 이제는 이미 쉰을 넘은 간호사 한 사람만이 겨우 남아서 대부분 보호자도 없을 듯한 환자 세 사람을 계속 보살피고 있다. 이 외엔 약사를 겸한 가정부가 한 사람에 원장 부부를 더해 모두 7명의 남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조차 황폐한 민둥산의 쓸쓸함을 덮기에는 매우 미약하고도 음침한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닫힌 창문을 거미줄이 뒤덮고 먼지 쌓인 다다미에 푸른곰팡이가 핀 빈방이 점점 늘어가면서 아카자와 의사의 마음도 감출 수 없는 초조함으로 가득 차왔다. 언제부터인가 빠져든 분재를 손질하면서 무심코 나무의 새싹을 잘라버리거나, 정규 회진시간에 지독한 광기에 빠진다든가 하는 일이 일어났다. 거기까지도 좋았으나 마침내 커진 고뇌를 환자에게 배출하려는 것인지, “이 미친 놈!” 이라든가 “네놈은 바보야. 뇌수를 갈아야 되겠어.” 같은 심한 말을 퍼붓게 되었으니 옆에서 지켜보던 간호사와 가정부는 환자보다도 원장 쪽을 불안하게 여기면서 슬쩍 눈빛을 교환하고는 괴로운 얼굴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환자들은 갑자기 입을 굳게 다물고 원장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이 묘하게 눈을 치켜뜨고는 슬슬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었다.
세 환자는 모두 중년 남자로 물론 저마다 본명이 있지만 여기서는 특별한 별명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톡톡〉이라 불리는 건 1호실 남자로, 매일 병실 창문에 매달려서 화장터로 가는 자동차 행렬을 바라보거나 전봇대의 까마귀를 보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오른쪽 발톱 끝으로 벽의 널빤지를 톡톡 두드리는 버릇을 갖고 있다. 너무나 끈질긴 버릇이라서 〈톡톡〉이 늘 서있는 창문 아래 다다미 일부는 톡톡 거릴 때마다 발바닥의 마찰로 거칠게 결이 일어나 있고, 바닥이 패인 듯이 찢어져 있다.
2호실 남자는─미리 말해두지만 환자가 적어지고 나니 여러 방에 흩어져 있던 세 광인은 간호의 편의상 가장 안방과 가까운 1~3호실로 옮겨져서, 4호실부터 남은 12호실까지는 전부 빈방이 되었다─〈가수〉라고 불렸는데, 머리를 기르고 여자용 기모노를 입고 가련한 소프라노로 노래를 불렀다. 아마도 발광 당시 기억하고 있었을 한물 간 유행가를 밤낮없이 불러대면서 스스로 자기 손을 짝짝 치면서 앙코르 박수를 보내고, 그러는가 싶더니 의미도 없이 낄낄 웃어대곤 했다.
다음 3호실은 〈부상자〉라고 불렸다. 결코 아무데도 부상을 당한 게 아닌데도 스스로 큰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머리부터 얼굴 가득 붕대를 감고, 절대 안정을 필요로 한다며 방 안에서 누워 있기만 했다. 가끔 간호사라도 접근할라치면 큰소리를 질러 쫓아내었고 남이 자기 상처에 손을 대는 걸 격렬하게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원장에게만은 몸을 맡겨서 가끔 붕대를 갈아주고 청결함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 세 환자들은 굳이 따지자면 다들 성격이 온화한 편이어서 아카자와 병원이 망할락 말락 하는 사정과는 상관없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매일 각자의 일에 부지런히 열중하고 있었다. 그래도 점점 간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식사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면 쾌활함 속에서도 어두운 그림자가 슬며시 안색에도 기운에도 떠올라, 쾌활함이란 게 늘 없는 원장의 시무룩함과 부딪칠 때면 무척이나 민감하게 비굴한 반응을 보여주거나 하면서 말을 안 해도 알 만한 안 좋은 분위기가 점점 짙어져 바람처럼 솟아올라갔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점점 강하고 뜨거운 회오리바람과 같이 휘몰아쳐, 마침내 아카자와 뇌병원의 끔찍한 최후를 향해 불어오고 만 것이다.

때는 어쩐지 아침부터 화장터로 오고 가는 자동차 행렬이 빈번하여 끊임없이 민둥산 중턱이 연막과 같은 먼지에 싸인 무더운 날의 아침이었다.
늙은 간호사 토리야마 우키치(鳥山宇吉)는 평소 때처럼 6시에 눈을 뜨고 이쑤시개를 물고서 병동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갔는데, 걸으면서 왠지 모르게 운동장 구석에 있는 판장(板塀 널빤지로 만든 울타리) 뒷문이 열려있는 걸 보고 흠칫 놀라며 멈추어 섰다.
여기서 약간 설명을 하자면 아카자와 뇌병원의 부지는 총 550평으로, 높은 판장으로 둘러싸인 내부에는 진찰실, 약국, 원장 부부와 하인이 거주하는 안채와 꺾쇠(〈)모양으로 구부러진 병동 하나가 150평 정도 되는 환자 운동장을 가운데에 두고 세 방향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남은 한 쪽은 바로 판장과 맞닿아 있고 병동과 가까운 판장에 지금 서있는 뒷문이 잡목림 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물론 광인의 운동장으로 직접 이어진 대문이니까 안채의 부엌문과는 달리 정문과 마찬가지로 개방하는 일은 절대 없이 늘 단단히 자물쇠가 잠겨 있을 터다. 예전부터 가끔 원장이 여기서 잡목림 쪽으로 아침 산책을 나가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난 토리먀아 우키치 간호사는, 그럼 원장이 나간 걸까 생각하며 일단 문 쪽으로 걸어갔다. 설령 원장이 산책을 나갔다 해도 중요한 문을 열어놓았다는 건 잠깐이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토리야마 우키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까지 와서 불안한 듯이 담장 밖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잡목 우듬지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새들이 짹짹 아침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우키치는 문득 묘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저도 모르게 물고 있던 이쑤시개를 손에 들었다.
늘 이른 아침부터 노래를 부르던 〈가수〉의 소프라노가 오늘 아침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가수〉의 소프라노는커녕 그토록 집요하게 시끄러운 〈톡톡〉까지도 어째선지 들리지가 않는다. 병동은 휑뎅그렁하니 조용해졌고 그 밝은 공간을 죽은 듯한 기분 나쁜 정적이 가득 채우고 있다. 너무나 조용하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낮고 느리지만 점점 높고 빨라지는 우키치의 심장 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거…… 엄청난 일이 일어났어!”
무심코 중얼거린 토리야마 우키치는 삽시간에 얼굴이 파래지면서 그대로 몸을 돌려 병동을 향해 달려갔다.
드르륵…… 탕……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슬프고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 선생님…… 큰일났다……!”
우키치는 4호실에서 1호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내달려 아직 자고 있는 안채 쪽으로 우당탕 뛰어 들어갔다.
“……큰일, 큰일 났어요. 환자가 모두 도망쳐버렸다고요……!”
곧 이어 실내가 깜짝 놀란 인기척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선생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선생님은?”
“저쪽 침실에…… 얼른 깨워드리세요.”
“저쪽 침실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안 계신다고요?”
“아무튼 환자가 전부 도망쳤습니다.”
“빈방에는?”
“전부 봤어요.”
“선생님을 깨워서……”
“그 선생님이 안 보인다니까요!”
마침내 토리야마 간호사와 아카자와 부인, 이어서 가정부 세 사람이 단정치 못한 모습으로 운동장으로 달려 나왔다.
‘큰일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키치를 필두로 급히 모인 세 남녀는 병원 안부터 밖의 잡목림 속까지 눈에 핏발이 선 채로 구역을 나누어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인들은 없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뒷문 앞에 모였다.
“……근데 선생님은 대체 어디에 계신 거죠?”
가정부가 주저하며 말했다.
그 소리에 놀란 까마귀들이 잡목 우듬지에서 불길한 소리를 질렀다. 우키치는 무릎을 덜덜 떨면서 곤혹스러워 하다가 갑자기 웅크렸다.
“어라, 이것은……?”
이라고 외치며 몸을 기울였다. 살펴보니 문 안쪽에는 맥주병 비슷한 게 깨진 채로 흩어져 있다. 병동 변소에 놔둔 방향제 유리병이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이미 말라서 딱딱해진 검붉은 액체 방울이 점점이 뿌려져 있었다. 가정부가 날카로운 목소리를 질렀다.
“토리야마, 뭔가 끌고 간 흔적 아냐?”
아카자와 부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땅에는 분명 무언가 무거운 걸 끌고 간 흔적이 뚜렷하게 병동 쪽에서 이어져 있다. 그 사이를 누비듯 검붉은 물방울의 흔적이 뚝뚝……
세 사람은 말없이 그 흔적을 따라갔다. 즉시 판장을 따라 이어진 병동 변두리에 있는 변소에 이르렀다. 마루가 없는 시멘트 바른 토방이다. 하지만 그 토방을 들여다본 세 사람은 으악과 꺅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공포의 외침을 토해내며 그 자리에 붙박이고 말았다.
토방 한 면은 피바다가 되었고 그 피웅덩이 한가운데에 몸을 젖히고 쓰러진 사람이 보였다. 어젯밤부터 입은 파자마 차림을 한 아카자와 원장의 끔찍한 모습이었다. 피바다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유리병 조각으로 한 짓일 터, 얼굴에서 머리에 걸쳐서 엄청난 상처가 니코고리(煮凝 생선 국물이 엉겨 굳어진 것)처럼 피를 묻힌 채 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차마 견딜 수 없는 광경은 이마에서 머리뼈에 걸쳐서 쩍 벌어진 큰 구멍에서 뇌수가 빠져나와 머릿속이 텅 빈 것이다. 뽑아낸 뇌수는 어디로 갔는지, 근처엔 흔적도 없었다…….

2
급보를 접한 M시 경찰서에서 사법주임(司法主任)을 필두로 경찰들이 아카자와 뇌병원으로 눈사태처럼 몰려든 건, 그 후로 20분 정도 지난 후의 일이었다.
사법주임인 요시오카(吉岡) 경부보(警部補)는 흥분 상태인 토리야마 우키치에게서 대강의 사정을 들은 후 우선 부하 경찰을 사방으로 보내어 도망간 광인 세 사람의 수색 및 체포를 명했다.
머잖아 검사국 일행이 오자 즉시 현장 검증과 예심판사의 심문이 척척 시작되었다. 우키치, 아카자와 부인, 가정부 세 사람은 몸도 마음도 지친 듯이 보였고 처음에는 횡설수설하는 진술로 담당관을 애먹게 했지만, 그래도 점차 진정이 되면서 아카자와 뇌병원의 현황부터 그 꺼림칙한 분위기, 원장의 난폭한 일상, 그리고 세 광인의 특징과 버릇에 대해 묻는 대로 숨김없이 대답을 했다.
한편 경찰의(警察醫)의 의견에 의하면 원장의 죽음은 새벽 4시 무렵으로 추정되는데 그 시간에 가족들은 이미 자고 있어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원장은 늘 일찍 일어나서 잠옷 차림으로 체조나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충의 조사가 끝나자 검사가 사법주임에게 말했다.
“일단 범행의 동기는 명확합니다. 문제는 광인 세 명이 공범인가, 아니면 셋 중의 누군가가 저지르고 이어서 문이 열려 있는 틈을 타 각자 제각기 달아났는가, 이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범인 체포에 경찰은 몇 명을 보냈습니까?”
“일단 다섯을 보냈습니다.”
“다섯 명?”
검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서, 뭔가 정보가 들어왔습니까?”
“아직은요.”
“그렇겠죠. 다섯 명가지고는 부족해. 도망간 미치광이는 세 사람이잖아요. 어딘가 숨었을지도 모르고……”
말하면서 검사는 문득 무서운 사실을 알아차리고 금세 얼굴이 딱딱해지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 경우엔 잡느냐 잡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이거 큰일이 나겠는데…… 알겠습니까, 범인은 광인인 데다가 세 명이나 됩니다. 그것도 단순히 미친 게 아니라 갑자기 흉폭해져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라고요.”
“나 참.” 하고 예심판사가 창백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런 놈들이 만약 부녀자가 많은 시내에라도 도망쳤다면…… 어쩌지?”
“무서운 일이야.” 검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법주임에게 말했다.
“이건 정말 투덜대고 있을 때가 아냐. 즉시 경찰을 증원시켜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시의 파출소에도 연락해서……”
요시오카 사법주임은 눈빛을 바꾸며 얼른 안채의 전화를 향해 달려갔다.
현장에서 경찰로, 경찰에서 시내 각 파출소로…… 갑자기 날카로운 긴장감이 전화선을 타고 주고받으며 아카자와 뇌병원의 임시 수사본부는 긴장의 빛을 띠었다.
곧 증원되어 온 경찰대는 둘로 나누어져 일부는 시내로, 일부는 뇌병원이 있는 산을 중심으로 한 교외 일대로 즉시 파견되어 이동했다.
하지만 반가운 정보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법주임은 초조한 마음에 이를 갈았다. 아직 더 이상의 흉악한 사건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꾸물대고 있을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체포하여 참사를 미연에 방지해야만 해. 그래, 그렇다 치더라도, 만약 광인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여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한다면 이건 꽤나 어려운 문제가 되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사법주임은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광인의 마음을 어떻게 알까. 이런 상황에서 숨을 건가? 아니, 만약 숨는다고 하면 대체 어디에 숨을 것인가? ……그래, 이런 건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어.’

정오가 될 때까지 희소식이 없자 주임은 결심을 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본부를 시내 경찰서로 옮겨 서장에게 대기하도록 해놓고 아카자와 병원과는 정반대 교외에 있는 시립 정신병원으로 갔다.
그의 요청에 응답하여 원장인 마츠나가(松永) 박사는 곧바로 만나주었다.
“지독한 짓을 했다지요.”
이미 어딘가에서 들었는지 불그스름한 얼굴에 인상 좋은 마츠나가 박사가 그렇게 말하며 주임에게 의자를 권했다.
“실은 그 일로 급하게 부탁을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직 세 사람 다 잡히지 않은 건가요?”
“못 잡았습니다.”
사법주임은 못마땅한 얼굴로 즉시 화제를 바꾸었다.
“선생님, 미친놈은 이런 경우에 숨을까요? 아니면……”
“글쎄…… 잡히지 않은 걸 보면 숨어 있겠죠.”
“그럼 어떤 식으로 숨을까요? ……아주 위험한 자들이라 급한 상황이니……”
그러자 박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려운 문제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경우는 그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상세히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그런 자들은 사색도 감정도 낮지만, 낮다고 해도 여러 정도가 있어서 그 하나하나에겐 각자의 경향이란 게 있습니다. 해서 솔직하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런 문제에서는 어디서 누가 어떤 식으로 숨었냐고 하는 것보다도 원장 살해가 세 사람의 공범인가, 아니면 한 사람의 범행인가, 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 사람의 범행이라면 그 범인은 좀 어렵겠지만, 적어도 남은 두 사람만은 조만간 분명히 흥분이 가라앉고 배가 고파지면 숨은 장소에서 슬슬 나올 거예요. 흥분만 사라지면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게 공범이라면……”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고쳐 앉고 갑자기 열띤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공범이라면 좀 곤란하겠습니다.”
“어째서 그렇죠?”
저도 모르게 사법주임이 물었다.
“즉 한 사람의 범행이었을 경우에 그 범인만이 잠깐 무사히 나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세 사람의 안부가 걱정이 되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째서 그런 거죠……?”
주임은 어렵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박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제가 약국에서 들은 얘긴데, 아무래도 아카자와 씨는 최근 무척이나 여위고 환자를 꾸짖을 때 ‘뇌수를 갈아라’ 라는 식의 무모한 말을 자주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동기인 겁니다.”
“잠깐만요……. 제가 한두 번 듣긴 했지만 그 말은 분명 ‘뇌수를 갈아라’지 ‘뇌수를 훔쳐라’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갈아라〉와 〈훔쳐라〉는 전혀 다른 거예요.”
“……하아……”
주임은 알 듯 모를 듯한 대답을 건성으로 했다. 박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자, 바보는 바보 나름으로 그에 걸맞은 이해력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셔야 합니다. ‘뇌수를 갈아라’라는 말을 듣고 똑똑한 사람의 뇌수를 뽑아낸 사람이, 그 다음에는 대체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
주임은 말없이 있다가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모자를 움켜쥐고서 마츠나가 박사에게 꾸벅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러자 박사는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그러면 되도록 빨리 그 불쌍한 미치광이가 자신의 머리를 때려 부숴 죽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붙잡아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서 박사는 덧붙였다.
“이 사건에선 배울 점이 많았어요……. 누구에게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