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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일본의 저널리스트 야마다 준(山田順) 씨가 토요케이자이(동양경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문)
아마존의 킨들 일본 발매는 우리나라에까지도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발매 직전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와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시장규모는 작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는 닮은 부분이 있고, 특히 둘 다 전자책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읽어볼 만한 글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전자책 단말기의 무덤이다!"라는 말이 퍼져 있다. 일본의 전자책 시장 원년은 2010년이라 불리는데 그 해 5월에 아이패드가 발매되고 소설가 무라카미 류 씨가 자신의 전자책을 직접 내기 위해 출판사를 세우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나온 전자책 리더는 기능도 안 좋고 널리 퍼지지도 않았다. 샤프의 '갈라파고스'는 그 이름 그대로 갈라파고스가 되고 말았다. 2012년 라쿠텐이 캐나다의 전자책 업체 Kobo를 인수하여 전자책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킨들은 기존 단말기와 달리 3G회선을 무료로 쓸 수 있고 아마존 재팬의 수많은 회원을 확보한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자책의 종수와 가격에서는 기존 다른 업체와 차이가 없다.
일본의 저작권법은 미국보다 까다로워 아마존이 미국처럼 전자책의 출판권리를 대량으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가격에 있어서도 아마존이 하려는 '홀 세일 모델(소매점인 아마존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것으로 저가로 설정해 박리다매를 노릴 수 있다)'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현재 일본의 전자책은 종이책 가격의 70% 수준이다.
그래서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는 일본에서는 홀 세일 모델 말고도 에이전시 모델(출판사가 가격을 설정하는 것)도 병행할 거라 밝혔다. 베조스는 "전자책은 서비스다"라고 강조하며 박리다매 상법을 해왔으나 일본에선 그게 어려우니 미국처럼 킨들이 잘 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재 킨들 성공 요인인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작가가 직접 전자책을 만들어 킨들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출판시장의 특징인 '만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 일본 전자책 시장의 80% 정도를 만화가 점유하고 있다(성인용 만화 포함). 종이책도 30% 정도는 만화가 차지한다. 아마존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즉 만화를 제패하지 않으면 일본의 출판시장을 제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킨들이 만화를 보기에 최적의 매체인지는 의문스럽다. 지금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본다. 굳이 또 한 대의 디지털 기기를 살까 의문이다.
아마존은 비밀주의라서 킨들의 판매량을 밝하진 않겠지만 일본이 무덤이 될지 어떨지는 연말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