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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심령 살인사건』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46
* 공개 기간 : 무기한

불이 난 곳은 노다 씨 댁의 별채였다. 산속이라 물 사정이 안 좋고 넓은 정원 저편에서 호스를 이어도 물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별채가 통째로 타서 무너져버렸는데 잿더미 속에서 남자 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방 두 개에 이부자리가 깔려 있는데 시체는 한쪽에만 있었다. 시체가 있는 방이 발화 지점인 듯했고 이 방의 문 두 개가 잠겨 있었음이 조사 결과 밝혀졌다. 복도 쪽 문은 안쪽에서, 이웃 방으로 통하는 문은 바깥쪽에서. 그리고 그 이웃 방에도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다. 시체는 오오카와였다. 밀실의 시체였기에 실수로 담뱃불로 불이 난 것 아니면 자살한 거라고 일단은 결론이 났지만 때마침 오츠네가 사는 안마사 숙소 맞은편에 신문기자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기자가 현장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안마사와 근처 사람이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걸 들었던 것이다.
“어젯밤 저 집에 오츠네 씨가 안마를 하러 갔었어요. 그 손님이 참 이상한 사람이라 오츠네 씨처럼 못생긴 사람이라도 취한 채로 안마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면서 처녀귀신 가면을 쓰게 해놓고 안마를 받도록 한다네요. 근데 거기다 오츠네 씨는 그 집 부인이 협박을 당한다는 말을 들었대요. 벌써 1000만 엔이나 뺏겼다니 세상에. 비밀을 말할 테면 말하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남자가 후회하게 될 거라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하네요.”
이 기자는 도쿄 어느 신문의 지사원이다. 지금 막 현장에서 돌아와서 본사로 평범한 과실사인 듯하다고 전화를 했던 참이었다. 살인이라면 큰 기삿거리가 된다. 온천 마을에서는 이런 기사가 큰 화제가 되니까 그 방면에 빠삭한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다. 최근 칸토(関東)에 있는 농가에서 여덟 명을 죽인 사건이 일어나 전국적인 화제가 됐던 참이라 이거야말로 특종감이라며 기뻐했다.
“그 오츠네라는 분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직 쿨쿨 자고 있는데요.”
“벌써 10시가 넘었는데요?”
“안마사는 그 정도 자도 매일 지치는 일이라고요.”
그래서 기자는 오츠네에게 면회를 신청하고 억지로 깨우도록 했다. 그런 대사건이 일어났음을 안 오츠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런 일을 신문에 쓰면 큰일 나요!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모르고 무심코 떠들었던 거라고요. 이제 무슨 말을 들어도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대답을 안 해주면 멋대로 과장해서 쓸 뿐입니다. 당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약 유명해져서 일본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될 걸요. 나쁘게 말하기는 커녕 대단한 명탐정이라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게 될 겁니다.”
“기어코 쓸 생각이군요.”
“이게 내 일이니까요. 쓰지 않고 배길 수가 있나?”
“그럼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오츠네는 어젯밤 들은 것과 경험한 것을 츠지(辻) 기자에게 말했지만 어쨌든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였기에 중요한 부분이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오카와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나요?”
“설마요. 자기가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할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당신은 오오카와가 잠든 후에 방을 나갔군요. 그때 문을 잠그지 않았단 말이죠?”
“당연하죠.”
“오오카와의 옆방에는 누가 묵고 있었죠?”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옆방에도 똑같이 이부자리를 깔아놓았다고 하던데요.”
“그럼 이마이 씨인가 보죠. 오오카와 씨와 이마이 씨는 함께 도쿄에서 와서 머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전 협박하는 사람이 이마이 씨라고 말할 생각은 없어요.”
“오오카와는 당신에게 처녀귀신 가면을 쓰게 하고 안마를 받을 정도니까 가끔 음란한 행동을 한다든가 하나요?”
“꽤 신중한 사람이어서 그런 짓을 한 적은 없어요. 그런 일까지 과장해서 쓰면 곤란하잖아요? 주심해주세요.”
“아, 실례했습니다. 당신에게 이상한 짓을 했다면 노다 부인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즉 옆방의 이부자리는 부인용인가, 라는 의미였지요.”
“말도 안 돼요.”
츠지는 그 외에도 많은 걸 물었으나 맹인 안마사의 관찰이라 확실하다고 여길 만한 건 적었다. 그마나 확실한 건 다음 사항이다.
오츠네는 9시 반부터 10시 반 무렵까지 오오카와를 안마했다. 오오카와는 술과 수면제를 먹었다고 말한 대로 안마 도중에는 코를 골며 잤다. 오츠네는 이불을 덮어주고 가면을 탁자에 놓은 뒤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지만 담배꽁초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오오카와가 안마를 받는 도중에 담배에 불을 붙인 건 확실하지만 그게 무언가로 옮겨 붙는 기색은 느끼지 못했다. 오오츠네는 코가 민감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오오카와의 방을 나간 후 오츠네는 본채에 있는 부인 방으로 갔다. 그때 부인이 창밖의 남자로부터 협박을 받고 거절했지만 상대 남자가 누군지는 모른다. 11시 반쯤 오츠네는 집을 나왔지만 화재가 발견된 건 1시 47분이었다. 불을 끈 후 조사를 해보니 오오카와의 방은 전부 잠겨 있었다. 오오카와는 질식한 후에 타죽은 듯하고 타살이나 독살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츠지는 다시 현장으로 급히 발길을 돌려보니 지금 막 이후에 알아낸 걸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오카와의 보스턴백이 그을려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 약 100만 엔 정도로 추정되는 1000엔짜리 지폐 다발이 불에 탄 채로 들어있었다고 한다. 경찰에서는 그걸 가져가서 외부자의 범행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확인한 상태가 되었다.
츠지는 경찰의 발표 따위는 이미 문제로 두지 않았다. 직접 저택 내부의 사람들과 대결하는 거다. 우선 하녀에게 묻는 게 기자 상식의 첫째이기에 하녀 세 사람과 개별 대면을 해보았으나,
“어젯밤 손님은 오오카와 씨 한 사람이었어요. 보통은 이마이라고 하는 분과 함께 오기에 낮부터 청소를 해서…… 걸레질은 정원지기 할아버지가 하거든요. 두 분 몫의 잠자리를 준비해두었습니다만 밤 8시 무렵 도착하신 건 오오카와 씨 혼자였습니다. 그 후에 다른 누구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녀 세 사람의 대답은 똑같았다. 오츠네가 떠날 때까지 깨어 있었던 사람은 젊은 가정부 혼자였는데 부인의 방과 하녀의 방은 거리가 멀었기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옆방과 사이의 문은 평소에 잠가두고 있나요?”
“아니오. 저희는 서양식 저택의 문은 잠그지 않는 게 버릇이 되었습니다.”
이는 하녀들이 단언한 말이기에 타살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어서 부인과 대면을 청했다. 뜻밖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만나주었지만 협박에 대한 말을 듣고는 격노를 했다.
“전 누구에게도 협박당한 기억이 없어요. 어젯밤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다니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 시간에는 아무도 만난 적이 없어요. 하물며 그런 일을 말한 기억은 결단코 없습니다. 그만 가주세요.”
휙 하고 가버렸다. 오오카와의 가방 속에서 발견된 100만 엔에 대해서는 물을 틈조차 없었기에 당황하여 경찰에게 가서 물어보니 주식을 사려고 마련한 100만 엔임을 알았다. 오츠네의 말에 의해도 부인이 협박에 돈을 건넨 건 아니었고 오히려 반대로 거절한 것이기에 아마 그런 목적의 돈이 맞을 것이다.
남은 가족은 아들 코노스케인데 그는 문과 맞닿은 오두막 비슷한 곳을 사무소 겸용으로 하여 머물고 있었다. 그의 직업은 고리대금업이었다. 아타미에서 큰불이 났을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산림을 팔아서 고리대금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순조로웠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실적 부진인 듯 절룩거리며 돌아다닐 뿐 사양길에 들어서 되레 빌린 사람에게 당하는 듯한 경향이 되어버린 듯했다. 직원도 쓰지 못하게 되었고 중학교를 나와 야학을 다니는 심부름꾼 아이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사무소를 찾아가보니 장부 이외에는 추리소설만이 꽂혀 있다. 다리를 절어서 그런지 부르주아의 아들과 같은 의젓한 모습이 없다.
“추리소설을 꽤 많이 갖고 계시군요.”
“애독서입니다.”
“어젯밤 10시 반 무렵인데 어떤 남자가 어머님을 창밖에서 협박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 대답하시길 이미 1000만 엔이나 뺏겼는데 또 이러다니 뻔뻔스럽다, 이제 명예도 필요 없으니까 비밀을 다 말해버려도 상관없다, 동전 한 닢도 주지 않겠다, 이렇게 말하니 창밖의 남자가 조만간 후회할 거라고 말하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그런 일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나요?”
“아뇨, 우연히 들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사람이 저택 안에서 죽은 당일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한 일이죠. 또 그런 일이 일어난 직후에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이상하지요. 협박하고 있었음을 남에게 들켰는데도 말이죠.”
“추리소설의 상식이라는 건가요?”
“뭐 그런 겁니다. 어머니도 추리소설은 꽤 읽는 분이거든요.”
“당신은 수상한 남자가 문앞을 지나가는 걸 보지 못했습니까?”
“전 9시쯤부터 파칭코를 하러 나갔고 그 시간에는 우동가게에서 우동을 먹고 있었죠. 여기 심부름하는 애가 야학에서 돌아온 게 11시쯤인데 우연히 길에서 함께 만나서 돌아온 겁니다. 당신은 제가 그 협박꾼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지 모르지만 그 지독한 어머니에게서 1000만 엔이나 빼앗을 수 있는 실력이라면 고리대금으로 실패를 거듭할 리가 없겠죠.”
“그 말은 어머님을 협박하려면 고리대금업자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뭐 그렇습니다. 어떤 비밀인지 모르겠지만 그 비밀을 밝혀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비밀이 쉽게 밝혀질 정도라면 협박도 성립하지 않겠지만요. 특히 어머니의 입으로는 들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츠지는 그때 본채 응접실에 노멘 몇 개가 걸려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 중에는 처녀귀신 노멘도 있었던 듯했다. 처녀귀신 가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실 그는 잘 몰랐다.
“댁에는 처녀귀신 노멘이 몇 개나 있습니까?”
“글쎄요. 노멘이라면 많이 있어요. 우리집에선 아버지도 어머니도 가면극 팬이니까 노멘은 늘 갖추고 있죠.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가면도 몇 개는 있을 겁니다. 처녀귀신도 서너 개는 있을 걸요.”
“불탄 시체가 있었던 방에도 여자귀신 가면이 있었다던데요.”
“그 별채에는 고가품은 두지 않았을 테지만 뭔가 그런 물건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손님이 들어왔기에 츠지는 물러갔지만 반대쪽의 연립 가옥(長屋 길게 지은 용마루를 칸막이로 하여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도록 만든 주택)에 사는 노인에게 들러서 알리바이를 물어보았다.
“나는 9시부터 11시까지 채소 가게에서 장기를 두고 있었지요. 어젯밤 일이니까 주인에게 물어보시구려.”
채소 가게에 물어보니 이 알리바이는 확실했다. 주인집 가족도 입을 모아 말하고 있기에 틀림이 없었다. 츠지는 지사로 돌아와 도쿄에 전화하여 이마이라는 인물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다음과 같은 의미의 원고를 보냈다.
처음 이 사건은 과실치사거나 자살이라고 여겨졌으나 오츠네의 증언에 의해 노다 부인이 이미 누군가에게 1000만 엔을 빼앗겼고 또 오늘밤 10시 반에도 창문을 통해 협박을 당한 걸 거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창문을 두드린 누군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농후해졌다. 오오카와는 여자 안마사에게 어깨를 주무르게 할 때도 처녀귀신 노멘을 쓰게 할 정도로 소심하고 신중한 남자이기에 오츠네가 부인의 방에 있는 걸 알면서도 깨어나 협박하러 간다는 건 이상하고, 그가 자는 척을 하지 않았다는 건 오츠네가 안마사의 감각과 경험상 틀림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오츠네는 오오카와가 깊이 잠들었음을 확인한 후 노멘을 탁자 위에 놔두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 그런데 두 개의 문이 하나는 바깥에서 하나는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는 건 누군가가 범행 이후에 우선 복도로 통하는 문을 안에서 잠그고 옆방으로 가서 이 문을 바깥에서 잠근 다음 도망쳤다는 걸 의미한다. 별채의 문은 하녀들이 평소에 잠그지 않는 습관이 되어 있었으니 다른 누군가가 잠갔음이 분명하다. 그것도 옆방 사이의 문은 옆방 쪽에서 잠겨 있으니 죽은 사람의 짓이 아님도 증명이 가능하다. 노다 부인을 협박하던 남자에 대해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는 건 정원지기 할아범 뿐이고 코노스케에겐 없다. 또 항상 오오카와와 동행하여 묵곤 하던 이마이라는 인물은 옆방에서 잘 예정이었기에 하녀들이 이부자리를 깔아놓은 것이라 이 인물의 알리바이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 있다. 복잡한 괴사건으로 발전하려는 기색이 강해졌다. 다만 가방 속의 100만 엔을 훔치지 않고 남겨둔 점이 의문이지만 그걸 훔칠 틈이 없는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고 상상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런 의미의 기사를 전국판과 지방판 양쪽에 사진을 넣어서 썼다. 경찰도 다른 신문사도 과실치사라고만 보고 오츠네에게 일단 물어보는 것도 잊고 있었기에, 이 기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