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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09
* 공개 기간 : 무기한

2
나카조 나오카즈는 그러나 그 후로 점점 우울해져 갔다. 그래서 그해 가을에는 극도의 신경쇠약에 걸려 당분간 관청을 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 그는 아야코와는 하루에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아야코는 아야코대로 피아노 건반을 혼자서 두드렸다. 더구나 상대가 없는데도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아노 파트를 열심히 연주하는 일이 많았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분명 남편에 대한 빈정거림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때에 남편 나오카즈는 점점 음침해져 갔다.
결국 의사의 주의를 받고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 산책을 하게 되어서,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자택에서 도보로 히비야(日比谷) 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12월 무렵부터 일이었다.
해가 지나고 다시 여름이 왔다. 요시다가 죽은 달이 돌아왔다. 마침 그 달이었다. 나카조 나오카즈는 돌연 뜻밖의 재난을 만났다.
그는 자동차에 치여 죽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옷차림이 수상하지 않은 신사 같은 남자가 서히비야 검사국(検事局)으로 놀란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사람을 치었다, 아니 그 남자가 자기 차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마침 있었던 H경찰서의 순경이 즉시 가보니 공원의 검사국과 마주하는 입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도로에 엄청난 피바다를 이루며 신사풍의 남자가 자동차에 머리를 부딪쳐 즉사해 있다. 자동차는 반대쪽에 있는 제국 호텔 입구에서 왼쪽으로 왔던 모양인지 서쪽으로 향해서 멈춰서 있다.
“기사는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물으니 뛰어 들어왔던 신사가 미안해하면서 대답했다.
“실은 저 자신이 운전을 했습니다.”
즉시 조사가 시작되어 신사는 일단 H경찰서로 연행되었으나 일련의 조사에 의해 당일 귀가를 허락받았다.
가해자인 신사는 모 회사의 중역으로 법학사 백작(法学士伯爵) 호소야마 히로시(細山宏), 죽은 신사는 모성의 관리 나카조 나오카즈로 밝혀졌다.
호소야마 백작이 경찰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그는 매일 아침 그 시간에서 자택에서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여 반드시 그 장소를 지나 출근을 한다. 마침 그날은 지금까지 타던 크라이슬러(Chrysler) 대신에 갓 산 패커드(Packard)를 몰고 갔다. 작년까지는 좀 더 늦게 나갔었지만 올해부터는 건강을 위해 비교적 빨리 나간다. 그렇게 해서 늘 히비야 공원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즉 히비야몬(日比谷門)에서 카몬(霞門)을 지나가는 순서로 이동했다. 그날도 늘 그렇듯 달리다가 왼쪽 철책과 차도 사이에 좁은 도로 위를 걸어오는 사람을 봤다. 이대로 직진해도 충돌의 위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의 하나를 위해 경적을 울리며 나아갔다. 막 스쳐 지나갈 것 같던 그때 갑자기 그 남자가 차도로 비틀비틀 들어왔다. 아니 차라리 뛰어들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당황하여 오른쪽으로 피하자고 생각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으나 미처 그러지 못하고 상대의 머리가 오른쪽 앞바퀴에 부딪치고 말았다.
이후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나카조 나오카즈는 딱히 자살할 동기는 찾을 수 없었으나 최근엔 무척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걸리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H경찰서에서는 이 사건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서류를 꾸며 재판소 검사국으로 보냈던 것이다.
호소야마 백작이 검사국에서 호출을 받은 건 이후로 2주일 정도 지나서였다.
담당자인 오오타니(大谷) 검사는 당시 소위 빠릿빠릿한 검사였다. 검사의 질문에 대해 백작은 경찰이 제기했던 것과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런데 당신은 작년 T해안에서 죽은 요시다 유타카라는 사람의 형님이네요.”
“그렇습니다. 요시다는 제 동생인데 그 집의 양자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가요? 것 참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피해자인 나카조와도 자주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가 되네요.”
“예에.”
“이날 맞은편에서 온 신사가 나카조라는 걸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몰랐던 건가요? 물론 나중에는 피해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니, 그 순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까? 뭐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대화는 꽤 원활하게 진척되었다. 모두 합쳐 3시간 걸려 조사를 했고 대충은 끝났다 싶을 때 백작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전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생각에 저에게는 과실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로서는 지금 아무 말씀도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일단 당신의 상황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씀드리죠. 문제는 당신이 말씀한 대로라고 해서 과연 법률상 과실이 있을까 없을까 라는 점이에요. 당신이 말한 게 정말인지 아닌지 입증할 증거가 불행히도 없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죽었으니까. 또 제삼자로 목격한 사람도 하나 없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당신이 말하는 걸 거짓말이라고 입증할 사실이 없는 겁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한 진술을 따르자면 안심하셔도 돼요. 이 사건은 불기소가 됩니다. 저는 이 사건을 불기소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저도 안심이 되는군요.”
백작이 기뻐하며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호소야마 씨. 하지만 이거야말로 당신의 계획대로 된 것은 아닌가요? 예측한 대로, 생각한 스토리대로!”
호소야마 백작은 이때 되돌아와 오오타니 검사의 엄청나게 비꼬는 듯한 미소를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호소야마 씨, 사건은 이걸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검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당신과 조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백작은 저도 모르게 원래 의자에 앉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백작님, 이건 저 개인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검사로서 해야 할 말은 끝났습니다. 그러니 이미 안심해도 좋습니다. 단 저 오오타니 개인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제 직업의 입장에서 늘 범죄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범죄를 수사할 것인가 라는 건 즉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저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취미가 있을 뿐 아니라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같은 걸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산이나 바다로 둘이서 갔다가 한 사람이 뜻밖의 죽음을 맞았을 때 한 번도 이를 의심한 적은 없습니까? 저는 자신이 검사이기 때문인지 늘 그거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살인으로서 동기가 없다. 하지만 동기가 없다고 하는 건 그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뿐이니까. 사람이니까 속에 어떤 걸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경우 동기가 겉으로 나타났다면 어떨까요? 살인으로서 검사는 기소할 수 있을까요? 즉 거기예요. 마침 당신의 사건과 같이 제삼자가 전혀 없다. 피의자가 말하는 걸 뒤집을 증거가 없다. 따라서 아무리 검사라고 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이 방법은 살인으로서 가장 교묘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어느 여름, 두 남자가 바다로 갔다. 그리고 한 사람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겁니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나서 그때 함께 있던 남자가 어떤 과실인지 자살인지 모를 원인으로 자동차에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차를 운전하고 있던 사람은 전에 죽은 사람의 형이었다는 사실이 여기에 있다고 가정합시다. 자, 이건 하나의 가설이에요.
이 두 사건을 우연일 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이 사실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백작님, 저와 같이 관리로 일하는 남자 중에 지금 탐정소설 작가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전에 잠깐 만났을 때 저는 이 두 사건을 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소설가답게 터무니없는 공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제부터 당신에게 들려주려는 건 저보다 오히려 그 남자가 생각한 게 많을 테니 하나의 소설이라고 여기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 남자의 말은 우선 바다에서 청년이 죽은 사건을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적어도 그때 죽은 사람의 부모든 형이든, 요컨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살인사건으로 믿었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동기는 물론 겉으론 나타나지 않았으나 살해당한 청년 옆에 있는 사람, 예를 들면 형에게는 반드시 짐작이 가는 일이 있겠죠. 이 소설가는 이런 두 사실에 대해 형이 ‘동생은 살해당했다’ 라고 확신했다고 추측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만약 형이 그렇게 믿었다면 그는 대체 어떻게 할까요? 지금 말씀드린 대로 법률적으로는 그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고소한다고 해도 유죄를 끌어낼 수 없고. 결국 남는 것은 직접 복수하는 수단이겠죠. 그리고 그의 형 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닌 한 자신도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위험이 없는 방법을 취하는 거죠. 백작님, 실제로 이 경우 그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취한 겁니다. 처음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여겨지지 않는 한 그에 대한 복수도 역시 동기를 일반적으로는 알 수가 없을 겁니다. 즉 두 번째 살인은 동기가 전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최초의 살인사건과 똑같다는 얘깁니다.
한편, 여기서 이 형 되는 사람의 위치를 정해봅시다. 임시로 그가 자작 정도 사람이라고 합시다. 즉 사회적으로 꽤 지위가 있는 인간이라고 칩시다. 적어도 살인사건을 일으키기에는 가장 혐의를 걸 수 없을 지위에 있는 겁니다. 즉 다시 말하자면 가장 교묘하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합시다. 이 자작은 동생이 살해당했다고 믿은 후로 어떻게든 상대를 해치우려고 생각하고 있다. 끊임없이 멀리에서 그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니 상대는 신경쇠약에 걸려 직무를 멈췄음을 안다. 그런데 자작은 매일 자동차를 직접 몰고 히비야 공원을 지나갑니다. 우연히도 어느 날 아침 자작은 상대가 여기를 지나가는 걸 보았다. 때로 한쪽은 도보, 한쪽은 차로 공원 근처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는 동안 자작은 상대의 시간이 일정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시간을 정해 상대와 반드시 만나도록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백작님, 당신의 사건에서, 저는 그 소설가에게 들어서 알아차린 것인데 말이죠. 히비야 공원이라는 곳에서 그 시간에 어째서 다른 사람이 없었는지를 조사해봤던 겁니다. 그러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던 거죠.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일요일 아침은 아니지만 다른 아침에는 어느 일정한 시간─물론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에 지나가는 사람이 전혀 없어진다는 사실, 더구나 이게 딱 백작 당신이 그날 그곳을 지나가는 시간이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작님, 반년이나 같은 길을 드라이브했던 이 이야기의 모 자작이 그 사실을 발견 못할 리 없겠죠.
한편 여기에 이르러 저는 이 소설 속 자작의 생각을 처음부터 더듬어보았습니다. 우선 동생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레 주의를 기울여보니 동생의 원수인 어느 남자가 신경쇠약에 걸려 관청을 쉬고 있다. 물론 자작은 이를 양심의 가책이라고 믿었으니 그 확신은 더욱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마침내 복수를 결심한다. 우연히 어느 날, 히비야 공원을 드라이브하던 중에 모씨를 발견한다. 언젠가 또 만난다. 이를 안 자작은 모씨의 지나는 시간을 재서 자동차를 몰고 스쳐지나간다. 그로부터 매일 아침 시간을 지금보다 약간 일찍 나오기로 한다. 그렇게 반 년간 두 사람은 매일같이 스쳐 지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는 자작에게 있어 두 가지 중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물론 〈원수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만약 모 씨가 진범이라고 하면, 자작이 죽인 상대의 형임을 알고 있는 그에게 있어 매일 아침 우연히 자작을 만난다는 건 확실히 일종의 공포이며 따라서 신경쇠약인 그 남자의 태도에 반드시 변화하는 부분이 나타날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약 반년간 자작과 모 씨는 스쳐지나갔다고 합시다. 그러면 며칠인가 몰라도 자작은 아까 말한 묘한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즉 일정 시간에 완전히 왕래가 끊어진다는 사실, 이 사실이 멋진 수단을 떠올리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이제 이 자작이 범인으로서 어느 정도 머리가 좋은지를 설명하죠. 앞서 말한 이유로 자작이 행하는 살인의 모티브는 결코 폭로될 위험은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추호도 없죠. 자작은 시시한 잔재주는 조금도 부리지 않기로 합니다. 일부러 대낮에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살인을 일으키려고 했던 겁니다. 단지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꼭 필요합니다. 단 하나의 조건만이 이 살인사건에 있어 필요했다니 무서운 일이 아닙니까? 더구나 모씨가 해안에서 썼던 방법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만이 중요했습니다. 이에 대한 복수로서는 무척이나 적절했다고 말해야 할까요.
자작이 쓴 무기, 즉 이 경우의 흉기는? 이야말로 자작의 명석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는 자신이 탄 자동차로 상대를 치려고 했던 겁니다. 대낮 히비야 공원 안에서, 더구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검사국 앞에서 패커드로 사람을 죽인다니! 참으로 모던한데다가 명석한 범죄지요.
현재 우리 법률가들이 말하자면 자동차 정도로 살인의 흉기에 간단히 이용되는 것은 달리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안전의 의미예요. 지금 말하는 동료 탐정소설 작가 등은 관리였던 때부터 이를 주장했습니다. 〈탐정소설 작가가 살인방법으로서 자동차를 흉기로 쓰는 게 가장 현대에 적절하리라. 범인에 의해 법률적으로도 이 정도 안심되는 것은 없으니까. 그 정도로 현재의 교통상태와 법률은 멀리 떨어져 있다. 나조차 이를 쓰려면 쓸 수 있으나 정말로 흉내를 내는 놈이 나올까 두려워서 아직 쓰지 않는 것이다.〉 라는 게 최근 그가 제게 흘린 감상입니다.
자작의 생각도 그야말로 그랬던 겁니다. 이는 자작이 상당한 법률가라는 걸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건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한 상대를 죽여 버려도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꼭 당신의 경우처럼 검사는 피의자의 진술 이외에 단서가 없으니까 좀처럼 기소를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누군가 현장을 봤다고 합시다. 이 경우 고의로 상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당황했다고 여기겠죠. 거기에 살인의 동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 몇 사람이나 이를 살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즉 최악의 경우에도 살인사건이 되지 않지요. 10명의 증인이 있어 모두가 자작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면 사건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엔 이하의 벌금으로 끝날 터입니다. 백작님, 당신은 모 자작이 실수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3년의 형벌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까?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겁니다. 이는 반 년간 노리고 노린 계획이 그런 최악의 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예요. 더구나 그 불행한 확률은 자작의 계산에 따르면 매우 작은 것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즉 자작은 범행 날 히비야몬에서 카몬을 향해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상대가 늘 지나가는 오른쪽 보도─즉 자작에서 보면 왼쪽─를 걸어가는 게 보였죠. 신경쇠약에 걸린 신사가 그곳을 서에서 동으로 지나갈 때는 오른쪽 보도를 걷는 게 가장 안정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왜냐 하면 그곳 보도는 무척 좁아서 왼쪽을 걸으면 뒤에서 오는 많은 자동차 때문에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자작은 신속하게 주위를 둘러보았겠죠. 그렇다고 해도 일단 오른쪽만 보면 됩니다. 왼쪽은 철책으로 간막이를 막아놓았으니 이쪽에서 사람이 올 리는 없거든요. 그러면서 자작과 모 신사의 거리는 좀좀 좁혀집니다. 이 근처면 좋겠다 싶을 때 자작은 똑바로 상대의 몸을 향해서…… 즉 지금까지 진로에서 약간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서 돌진합니다. 지금까지 걸어 다녀서 안심했다고 생각한 상대는 놀라서 도망갈 틈도 없죠. 물론 오른쪽으로 피하고 싶겠지만 철책이 있어 뛰어넘을 수도 없고요. 어쩔 수 없으니 왼쪽 즉 차도로 나오려 합니다. 순간 차체가 상대를 넘어뜨리게 됩니다. 이 경우 상대가 차도로 조금이라도 달려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 하면 보도에 올라가서 거기서 쓰러뜨리면 확실한 과실이니까요. 자살한 장소가 차도라면 처음에 약간 차가 커브를 틀었어도 그 흔적이 금방 밟혀서 지워지니까요. 실제 당신의 경우는 바퀴 자국은 밟혀서 지워져서 알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당신이 했다고는 말하지 않아요. 다른 차들이 했지요. 하지만 그 무리를 범인이 불렀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가 벙어리가 아닌 한은요. 사실 그때 조사해본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듣고 달려가 봤습니다.’ 라고 말했어요. 즉 범인인 자작은 상대가 죽었음을 확인하고 나서 우선 구경꾼을 불러놓고 자신은 곧바로 눈앞에 있는 검사국으로 겁을 내면서 달려갔던 겁니다. 과실이야 어쨌든 어떻게 고의라고 의심할까요. 누가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할까요? 경탄할 만한 실력입니다.
하지만 이건 전부 그 소설가의 공상이에요. 아하하하, 재미있죠? 아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때 지금까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던 호소야마 백작은 휘청대며 일어났으나 문에 손을 대면서 거칠게 내뱉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살인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살이다, 자살이란 말이야!”
“돌아가시고 싶으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왠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어준 오오타니 검사를 뒤로 하고 백작은 비틀거리며 복도로 나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