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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경이의 서』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1


여왕의 눈물을 찾는 모험
The Quest of the Queen’s Tears

숲의 여왕 실비아(Sylvia)는 숲속 궁전으로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거절했다. 여왕은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연회를 베풀어주거나 전설적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했다. 또한 곡예사들이 그들 앞을 뛰어다녔고 병사들은 깍듯이 경례를 했으며 광대들은 기발한 익살로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여왕은 그들을 사랑할 수 없었다.
구혼자들은 그래선 안 된다고 응수했다. 자신들은 화려한 왕가의 후손이거나 왕이라는 지위를 숨긴 신비로운 음유시인이라 자처했다. 이는 전설과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분명 신화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여왕이 장갑을 사자 소굴 속에 던져 넣고 가져오라고 해도, 리칸타라(Licantara) 뱀의 독이 든 머리 스무 개를 구해오라고 해도, 유명한 드래곤을 죽이라고 명해도, 그 외에 목숨을 건 온갖 모험을 시킨다고 해도 다 받아들일 수 있노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왕은 그들을 사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어떤 로망스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에 여왕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이 어떤 시련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처음으로 내게 눈물을 흘리도록 만든 이에게 손을 내밀겠노라고. 그리하여 이 탐색은 후대의 역사와 노래 속에서 〈여왕의 눈물을 찾는 모험〉이라 부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을 울게 만든 남자는 로망스에도 알려지지 않은 땅의 유일무이한 주인이 될 거라고.
많은 구혼자들은 화를 냈다. 그들이 바랐던 건 피가 흐르는 거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들에게서 떨어진 어두침침한 방구석에서 나이든 시종들은 낮게 말했다. 이 모험은 어렵고도 현명하다고, 왜냐하면 여왕을 울게 만들 수 없는 한 사랑하도록 만들 수도 없을 테니까.
그들은 여왕을 어릴 때부터 지켜봤다. 한숨 한 번 쉬지 않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수많은 남자들이 아첨이니 구혼이니 하며 몰려들었으나 여왕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머문 적은 없었다. 여왕의 아름다움은 세계가 얼어붙는 매정한 밤을 기다리는 일몰과 같고, 경이이며 냉기였다. 여왕은 얼음에 둘러싸여 아름답게 홀로 우뚝 솟아 태양에게 시달리는 산봉우리요, 별도 거의 없는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외로이 내려다보는 고독한 빛이요, 등산객이 맞는 비운의 최후와 같았다.
시종들은 만약 여왕이 울 수 있다면 사랑도 할 수 있을 거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