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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멜론타 타우타 (2/2)

pilza2 2012. 12. 24. 00:00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로봇과 침대의 무게』 전문을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로봇과 침대의 무게
* 공개 기간 : (무기한)

4월 4일
개선된 구타페르카와 새로운 가스의 결합은 정말 놀라워. 우리의 신형 열기구는 엄청나게 안전하고, 넓고, 조작도 쉽고 모든 면에서 편리해! 여기로 거대한 놈이 하나 최소한 시속 150마일로 접근하고 있어. 사람들이 꽤 많이 탄 것 같은데 한 3에서 400명은 될 것 같아. 저들은 거의 1마일 정도는 높이 올라가서 우리를 불쌍한 듯한 내려다보며 경멸하고 있어. 아직 시속 100이나 200마일 정도는 느리게 여행하는 셈이야. 캐나도(Kanadaw) 대륙을 가로질렀던 철도여행을 기억하고 있어? 그땐 시속 300마일로 달렸지. 그게 진짜 여행이야. 대신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객실 안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지. 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동안 바깥의 물체를 힐끗 보았을 때 느꼈던 기묘한 느낌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모든 게 신기한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지. 내 경우엔 시속 100마일의 느린 열차로 여행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어. 거기엔 유리창도 있어, 열 수도 있고, 시골 풍경을 선명하게 구경할 수도 있거든……. 펀디트는 캐나도 장거리 철도의 흔적이 900년 전의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어! 사실 그는 그보다 훨씬 옛 시대 철로의 실제 흔적을 아직도 알아볼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지. 그 철로는 두 줄의 복선궤도(複線軌道)로만 되어 있어. 너도 알겠지만 지금 우리는 열두 줄은 되잖아. 여기에 서너 줄이 새로 추가되려 하고 있고. 고대의 철도는 너무 가늘고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서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해도 시시해. 현재 철도 폭은 15피트 정도인데 잘 생각해보면 충분히 안전하지는 않아. 펀디트가 단언한 것처럼 일종의 선로가 옛 시대에 존재했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봐. 내 생각엔 최소한 7세기 이전 어느 시기에 남북 캐나도 대륙이 이어져 있었음이 분명해. 캐나도 인들은 필요에 의해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 선로를 깔았을 거야.

4월 5일
나는 권태에 빠져들 지경이야. 펀디트는 여기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불쌍한 영혼이지! 고대에 대해서만 말할 수가 있거든. 그는 하루 종일 고대 암리카 인들이 자치(自治)를 했다고 나를 설득시키려 애썼어.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누가 들어주겠어? 그들은 각자가 스스로를 다스리는 연합체를 이뤘다고 해. 우화에서 읽었던 프레리도그(prairie dog 북미대륙의 대평원에서 서식하는 다람쥐과 동물. 사회성이 강하여 수많은 가족 집단이 모여 일종의 마을을 이루고 산다) 이야기처럼 말이야. 그가 말하길 그들은 무척이나 기묘한 생각, 즉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해. 이는 계급의 법칙의 위력 속에서 윤리적이고 물질적인 세계 속에 있는 모든 것에게 가시적인 영향을 끼쳤어. 모든 이들은 〈투표〉라고 불리는 일을 하는데 말하자면 공공의 일에 간섭을 하는 행위야. 결국엔 모두의 일이 누구의 일도 아니게 됨을 알게 되었고 〈공화국─그 어리석은 존재는 그렇게 불렸어─〉에는 통치행위란 게 없었지. 하지만 이 〈공화국〉을 세운 철학자들의 자기만족을 훼손시킨 최초의 사건은, 보통 선거권이 부정한 계획을 실행할 기회를 준다는 놀라운 발견에서 비롯되었어. 아무리 많은 투표의 수에 의하여 뽑혀도 예방의 가능성이 없으며, 어떤 정당도 설령 발각된다고 해도 사기를 치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사악해졌어. 이러한 발견의 작은 영향으로 악당이 지배하게 되는 결과가 명백해졌음을 알게 되었지. 한 마디로 공화 제도는 늘 악당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철학자들이 이러한 필연적인 악을 예측하지 못한 자기들의 어리석음에 얼굴을 붉히고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려고 하는 사이에, 그 문제는 몹(Mob 대중, 군중, 폭도 등의 의미)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에 의해 갑작스러운 쟁점이 되었지. 그 자는 모든 걸 손에 넣고 그 훌륭하고 아름다운 제로스(Zeros)와 헬로파가발루스(Hellofagabaluses)에 비견될 만한 전설적인 독재 국가를 수립했어. 이 몹─일단 외국인이었는데─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람 중에서도 가장 불쾌한 자였어. 그는 거인처럼 거대하고 오만하고 탐욕스러우며 부도덕한데다가 황소의 뻔뻔함과 하이에나의 심장과 공작새의 두뇌를 갖고 있었어. 그 자는 결국 자신의 힘에 의해 죽고 말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사악한 것조차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으니 인류에게 자연의 이치에 직접 맞서지 말라는 오늘날까지 잊을 우려가 없는 가르침을 남겼던 거야. 공화주의에 대해서라면, 이 지구상에 그런 건 없어. 민주주의란 개들에게나 어울리는 정치임을 알려주는 프레리도그의 경우를 제외하면 말야.

4월 6일
어젯밤에는 직녀성(Alpha Lyrae)과 주위의 원반(가스와 먼지 등으로 구성된 항성 주위의 원환체)을 잘 관측했어. 우리 기장의 망원경으로 보니 0.5도 정도 기울어졌고 안개낀 날 육안으로 보는 태양 같아 보여. 직녀성은 태양보다 훨씬 크지만, 아무튼 흑점이나 대기구성 등 많은 부분에서 태양과 무척 흡사하지. 펀디트가 해준 말에 의하면 지난 세기에야 이 두 별이 쌍성(雙星 중심점 주위를 공전하는 두 개의 항성) 관계일 거라는 가설이 제기되었어. 천체 속에서 우리 태양계의 움직임은─신기하게 들리겠지만!─ 은하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별 하나를 중심으로 한 궤도라고 불렸어. 이 별에 대해서는 은하수의 모든 천체들에게 공통된 중력의 중심점이며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운의 알키오네(Alcyone) 근처에 있다고 추측되고 있어. 모든 천체들은 회전하고 있다고 여겨지니 우리는 117,000,000년의 주기로 회전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현재의 지식과 망원경 기술만으로 이러한 생각의 근거를 이해한다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겠지. 이 가설의 최초 전파자는 머들러(Mudler)였어. 그는 분명 무엇보다도 단순한 유추로부터 이런 엉뚱한 가설을 추측했겠지. 하지만 이 경우에 그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유추만을 고집했음이 분명해. 거대한 중심 천체는 사실 현재까지 머들러에 의해 일관되게 제안되었어. 하지만 이 중심체는 역학적으로 주위의 모든 천체를 다 합친 것보다도 훨씬 컸음이 분명해. 즉 이런 의문이 들었어야 했어. “왜 우리는 그 중심체를 볼 수 없나?” 특히 그 성단의 중심부, 이 믿어지지 않는 중심 태양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속해 있어야만 할 우리가 말야. 천문학자는 이 지점에서 아마도 비발광체(非發光體) 가설을 핑계로 내세운 것 같아. 여기서 유추가 돌연 끊긴 거지. 하지만 이 중심체 비발광체설을 받아들이면서 보이지 않는 건 무수히 많은 빛나는 태양들이 주위 모든 방향에서 번쩍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던가? 의심의 여지없이 그가 마지막까지 지킨 건 모든 천체에 공통되는 중력의 중심체뿐이었지만, 이제 다시 유추가 끊겨버렸어. 우리 태양계가 공통된 중력 중심체 주위를 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천체의 다른 부분과 질량의 평형을 이루는 태양이라는 물질과 관계가 있는 거야. 수학적으로 원은 무한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곡선이야. 하지만 원에 대한 이런 생각─모든 지구상의 기하학에 대해서는 수학적으로만 가정할 수 있고 실제와는 구별된다는 생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니까, 우리는 그 실용적 개념만으로도 우리 태양계가 동료들과 함께 은하의 중심점 주위를 회전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적어도 상상 속에서는 그 거대한 궤도에 대해 생각할 권리가 있는 거야. 인류의 가장 강력한 상상력으로 말로 못 할 그 원을 이해하기 위한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상상 못할 원의 원주를 따라서 영원히 여행하는 빛은 영원히 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해도 역설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야. 그 원주를 따라가는 우리 태양의 궤적─궤도 속의 우리 태양계의 방향─은 백만 년 동안 직선에서 아주 조금 벗어나기는 했어도 인간의 기준으로는 고려할 필요도 없어. 완전히 사기꾼인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천문학적으로는 아주 짧은 기간─점에 불과한─인 2~3천 년의 절대적인 무(無) 동안에도 단호히 곡선 운동을 했다고 믿었지! 그런 태도로 사물의 참된 상태, 즉 태양과 직녀성이 공통된 중력 중심 주위를 돌고 있는 쌍성 공전(궤적?)을 전혀 몰랐다니 얼마나 불가해한 일일까!

4월 7일
어젯밤엔 천문학 놀이를 계속했어. 해왕성의 위성 5개를 뚜렷하게 보았고, 달에서 다프니스(Daphnis)가 새로운 신전의 상인방(上引枋)에 커다란 아치굽(impost)을 세우는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지. 월인(月人)들처럼 작고 인간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생물들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기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어. 저들이 저토록 가볍게 다루는 거대한 물체들이 가볍다는 것도 역시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

4월 8일
유레카! 펀디트가 기뻐하고 있어. 캐나도에서 온 기구 하나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최신 신문 몇 부를 갑판에 던져주었거든. 캐나도나 암리컨의 고대 유물에 대한 무척 흥미로운 정보가 담겨 있었어. 너도 알겠지만 황제의 총애를 받는 정원인 낙원(Paradise)에 새로운 호수를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일꾼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거야. 낙원은 문자 그대로 옛날엔 섬이었는데 북쪽 가장자리는 늘─기록이 존재하는 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개울, 혹은 바다로 통하는 좁은 하구였지. 이 하구가 점차 넓어져서 현재로는 1마일에 이른 거야. 섬의 총 길이는 9마일이고 너비는 가지각색이지. 펀디트가 말하길 800년 전에는 전체 표면이 집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몇몇은 20층 높이고 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주변에서 매우 특별하고 귀중하게 여겨졌어. 하지만 2050년에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면서 도시─마을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컸지─ 전체를 완전히 절멸시켰어.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고고학자들도 원주민들의 예절, 관습, 기타 등등에 대한 아주 작은 이론 하나 세울 정도의 충분한 자료─동전이나 메달, 비문 같은 것들─를 얻지 못했어. 금양털 기사(knight of the Golden Fleece)인 리코더 리커(Recorder Riker)가 이 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서식하던 야만족인 니커보커(Knickerbocker)의 일부였다는 게 그들에 대해 알려진 거의 전부였어. 그렇지만 그들은 전혀 미개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과 과학에 고유한 풍습을 일구었어. 그들은 여러 방면에서 예민한 자들이었지만 고대 암리컨에서 〈교회─부와 유행이라는 이름의 두 우상을 섬기기 위해 세우는 탑─〉라고 불리는 건물을 짓는데 열광하는 기이한 편집증에 시달렸어. 결국엔 그 섬의 10분의 9가 교회가 되어버렸지. 여자들 역시 등허리 아래의 자연스런 돌출부가 기이한 모습으로 되었어. 가장 불가사의한 점은 그 기형이 미(美)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거야. 이 특이한 여성을 담은 사진 한두 장이 기적적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들은 매우 기이한데, 마치 칠면조와 단봉낙타의 중간쯤에 있는 존재처럼 보여.
이 얼마 안 되는 디테일이 고대 니커보커 종족에 대해 전해지는 거의 전부야. 다만 황제의 정원─너도 알듯이 섬 전체를 점유하고 있지─의 중심부를 파는 도중에 인부 몇 명이 육면체의 잘 다듬어진 화강암 덩어리를 발굴했는데 무게가 수백 파운드나 되었지. 보존이 잘 되었고 파낼 때도 거의 손상되지 않았어. 상상해봐! 한쪽 면에는 대리석판이 있고 해석 가능한 비문이 적혀 있어. 펀디트는 황홀경에 빠졌지. 석판을 떼어내자 움푹 파인 구멍이 나왔는데 거기에는 온갖 동전, 이름이 적힌 긴 두루마리, 신문 비슷한 온갖 문서들, 고고학자의 관심을 끌 만한 물건들로 가득한 무거운 상자가 들어 있었어! 이들 모두가 니커보커라 불리는 종족이 보관하던 순수한 암리컨의 유물임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어. 우리 기구에 던져진 신문에는 그 동전, 문서, 인쇄물 등등에 대한 사진과 복사물로 가득 했지. 너의 즐거움을 위해 그 대리석판에 새겨진 니커보커의 비문을 여기에 옮겨둘게.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을 기리는
이 기념탑의 초석(礎石)은
뉴욕시 워싱턴 기념탑 협회의 감독 하에
A.D. 1781년 요크타운(Yorktown)에서
워싱턴 장군에 대한
로드 콘월리스(Lord Cornwallis)의
항복을 기념하기 위해
1847년 10월 19일 열린
기념식에서 놓여졌다.

이는 펀디트가 말 그대로 직접 번역한 것이니 실수가 있을 리 없어. 남겨진 몇 개의 낱말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천 년 전에 세워졌던 기념물이 버려진 사실─그것도 전부 완전하게─이야.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그랬듯이 미래 언젠가는 기념물이라도 하나 세워줄 거라는 커다란 징후일 거라며 흡족해 하고 있어. 초석은 그 원대한 의지를 품고서 “홀로 외로이─위대한 암리카 시인 벤튼(Benton)을 인용하는 걸 양해해줘!─” 조심스레 누워 있는 거야. 우린 또한 이 기특한 비문을 통해서 그 대단한 항복에 대한 의문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 〈어디서〉는 요크타운─어딘지 몰라도─이고, 〈무엇이〉는 콘월리스 장군이야─이름을 보니 부유한 옥수수 상인임에 틀림없어─. 그는 항복했지. 그 비문은 어째선지 “로드 콘월리스의” 항복을 기념하고 있으니까. 유일한 의문은 그 야만인들이 〈왜〉 그의 항복을 원했느냐는 점이야. 하지만 그 야만인들이 틀림없는 식인종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그를 소시지로 만들려 했다는 결론에 이르러. 〈어떻게〉 항복했나에 대해서는 이 이상 명백한 말은 없을 거야. 로드 콘월리스는 “워싱턴 기념탑 협회의 감독 하에” 체포된 거야. 물론 소시지로 만들려고. 또한 초석을 세운 건 자선 단체임이 틀림없어. 하지만 이런─신의 축복이 있기를─! 무슨 일이지? 아, 알았어. 기구가 망가져서 우리는 이제 바다로 추락하는 중이야. 나는 그래서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신문 사진 등을 급하게 살펴본 결과 그 시절의 암리컨에서 위인은 대장장이(smith) 존(John)과 재봉사(tailor) 재커리(Zacchary)라는 사람이었다는 정도만 덧붙이겠어(북미 대륙에 최초의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 탐험가 존 스미스John Smith와 미국 12대 대통령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를 패러디한 이름).
그럼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쓴 편지이니 네가 받을지 어떨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냐. 난 이 문서를 병에 넣고 코르크 마개를 닫아서 바다에 던질 거야.
너의 영원한 친구, 펀디타(PUNDITA)가.


(1849, Flag of Our 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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