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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블린의 보물창고
The Hoard of the Gibbelins
잘 알려져 있듯이 기블린(Gibbelin)들이 즐겨 먹는 건 바로 사람이다. 그들이 사는 사악한 탑은 테라 코그니타(Terra Cognita), 즉 우리가 아는 지역과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들의 보물창고는 터무니없이 커서 어지간한 탐욕으론 다 채울 수 없었다. 에메랄드와 사파이어를 보관하는 방을 각각 따로 둘 정도였다. 하나의 공간을 황금으로 가득 채우고 필요할 때마다 캐내었다. 그들이 이 엄청난 재산을 사용하는 용도는 단 하나, 식량 저장고에 먹이를 끊임없이 공급하기 위한 미끼 역할이었다. 그들은 굶주릴 때면 길거리에 루비를 뿌린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의 도시 몇 곳에만 슬쩍 놓으면 식량 저장고가 다시 가득 차게 될 것임은 분명했다.
그들의 탑은 호메로스가 〈호 로오스 오케아노이오(ὁ ῥόος Ὠκεᾰνόιο)〉라 부른, 세상을 둘러싼 큰 강의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강폭이 좁아지며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에 탐욕스러운 선조 기블린들이 탑을 세웠다. 그들은 계단까지 수월하게 접근하는 도둑들을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토양에선 얻을 수 없는 양분을 거목 몇 그루가 양쪽 강둑에서 굵은 뿌리를 통해 빨아들였다.
그곳에서 기블린들은 추악한 방식으로 먹고 살았던 것이다.
알더릭(Alderic)은 〈도시와 습격 기사단〉의 일원이며 대대로 이어받은 〈국왕의 마음의 평화 수호병〉인데, 신화를 쓰는 자들 사이에선 빼놓을 수 없는 남자이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기블린의 보물에 대한 생각에 빠지는 바람에 이제는 그게 자기 것이라고 간주할 정도가 되었다.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한 용감한 사나이가 한밤중에 실행한 위험하고 대담한 모험담인데 그 동기는 오직 탐욕이었다! 이 욕심이야말로 기블린의 식량 저장고를 채워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들은 백 년마다 인간의 도시로 첩자를 보내어 욕심의 정도를 살펴보았다. 탑으로 돌아온 첩자는 지금껏 한결 같이 상태가 좋다는 보고를 해왔다.
세월의 흐름처럼 탑의 벽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는 인간도 적어지고 기블린의 식탁에 오르는 수가 점점 줄어들 거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블린들은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알더릭은 젊음만 믿는 어리석음과 경솔함으로 탑에 가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도둑들이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최후를 맞는 순간을 몇 년에 걸쳐서 조사한 덕분에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은 문을 통해 들어갔던 것이다.'
그는 이 모험에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 상의했다. 상세하게 기록하고 충분한 사례금을 지불하면서도 그들의 조언대로 절대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의뢰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성찬(盛饌)의 일부가 되어 한 끼 식사로 기억 속에서 사라졌음이 분명했다. 대부분은 기억조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모험의 필수품으로서 그들이 조언한 것은 이와 같다. 말, 작은 배, 사슬 갑옷, 무장한 병사 최소 세 명. “탑 입구에서 뿔피리를 불어라.” 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 반면 “소리를 내지 마.” 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알더릭은 이렇게 결심했다. 강가까지 말을 타고 가지 않겠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지 않겠다, 혼자서 〈통과할 수 없는 숲〉을 지나서 가겠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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