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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으로 출간한 『시간과 신들』을 맛보기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http://pegana.tistory.com/15
* 공개 기간 : 2012/03/16~(무기한)

존재하지 않았던 왕
THE KING THAT WAS NOT
로드 던세이니 지음
엄진 옮김


루나자르에는 지금껏 한 번도 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루나자르 나라의 법률로 정해졌는데, 왕이 한 번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영원히 없으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루나자르는 신관들이 다스리며 루나자르에는 왕이 존재한 적이 없노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

알타자르는 루나자르의 왕이자 그 주위 일대의 지배자로서 신들의 지식을 깊이 알기 위해 신들의 조각상을 만들도록 루나자르와 일대의 모든 영지에 명령을 내렸다. 알타자르의 명령이 트럼펫 소리와 함께 멀리 퍼지자 공기를 울리며 신들의 귀에 와 닿았고, 신들은 그 소리를 듣고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땅 속에서 대리석을 캐내었고 루나자르의 조각가들은 왕의 칙령에 따라 열심히 조각을 했다. 신들은 조각가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언덕 위의 별빛 속에 서있었다. 주위에 구름을 드리우고 신성한 분위기를 꾸며내어 조각가들이 페가나의 신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신들이 페가나로 돌아가면 조각가들은 정교하게 망치질을 했다. 그리고 조각가들의 우두머리가 왕에게 알현하는 날이 찾아왔다. 그가 말했다.
“루나자르의 왕이며 그 일대 모든 영토의 고귀한 지배자이신 알타자르시여. 신들의 은총을 받는 분이시여. 폐하의 영을 받들어 모든 신들의 조각상을 완성했음을 삼가 알려드리옵니다.”
이에 왕은 도시 안에 널찍한 공간을 하나 만들도록 명하고 거기에 신들의 조각상을 놓도록 했다. 그 다음 모든 조각가들을 소집하여 금덩어리가 놓인 보석 두른 쟁반을 든 병사를 한 명씩 정면에 세웠다. 그리고 뒤에는 칼을 들어 목을 겨눈 병사를 각자 한 명씩 위치시킨 후 왕은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보라! 그 모습은 구름을 두르고 서있는 신들과 같았으며 신들의 수인을 맺고 있으되 그 육체는 인간의 것이었다. 또한 보라! 그 얼굴은 왕과 같았고 수염은 왕의 수염과 같았다. 이에 왕은 말했다.
“이것이 실로 페가나의 신들이로다.”
명령에 따라 조각가들의 앞에 서있던 병사들은 금덩어리를 수여했고 뒤에 서있던 병사들은 칼을 칼집에 넣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게 바로 페가나의 신들이다. 알타자르 폐하의 뜻에 따라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허락받은 신들의 자비로운 얼굴이다.”
사자(使者)가 루나자르와 주위의 모든 나라에 보내져 신들의 조각상을 알렸다.
“이것이 페가나의 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