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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던세이니
사람의 영혼은 꿈속에서 낮보다 더 멀리 간다. 어느 날 밤에 헤매던 나는 공업도시를 출발해 지옥의 가장자리까지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재와 잡동사니, 반쯤 묻힌 것들의 일정한 형태 없는 모습들로 엉망이었는데 커다란 천사 하나가 망치를 들고 석고와 쇳덩어리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이 불쾌한 장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망설인 끝에 무얼 만들고 있냐고 물었다.
“지옥을 늘리고 있노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그들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진 말아주세요.”
이렇게 말한 이유는 내가 막 떠나온 나라가 명성이 땅에 떨어진 시대요 쇠약해진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천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옛날 지옥보다 더 심해지는 건 아니겠죠?”
내 질문에 천사가 대답했다.
“훨씬 나빠지니라.”
“그런 벌을 내리는 임무와 당신이 가진 〈은혜로움의 화신〉으로서의 양심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실 거죠?”
내가 온 도시에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말을 했기에 나도 그런 버릇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인간아 너희는 새로운 싸구려 이스트를 발명했도다.”
천사가 말했다.
천사가 짓는 지옥의 벽에 새겨진 표제를 보았다. 글자는 불꽃으로 적혀 있고 15초마다 각각의 색이 변했다.
‘이스토(Yeasto)는 훌륭한 새 이스트입니다. 몸도 두뇌도 그 외의 다른 것들도 길러냅니다.’
“지옥에서 그들은 영원히 이걸 보게 되리라.”
천사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벽하게 합법적인 거래를 한 거라고요. 법률에서 인정한 대로요.”
내가 항변했으나 천사는 망치를 두드리며 거대한 강철 기둥을 세우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꽤 앙심을 품으신 것 같군요. 그 힘든 일을 놓고 쉬는 날은 없나요?”
천사가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날에 한 번 쉰 적이 있노라. 그랬더니 어린 아이들이 암으로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도다. 지옥불이 타오를 날이 올 때까지 여기서 계속 일하는 편이 나을지니.”
“상당히 고된 일이군요. 그 이스트가 당신 생각만큼 해로운 것일까요?”
나는 말을 이었다.
“결국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요.”
천사는 아무 대답도 없이 지옥을 짓는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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