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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로봇과 침대의 무게』 전문을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로봇과 침대의 무게
* 공개 기간 : (무기한)

로봇과 침대의 무게
나오키 산주고
ロボットとベッドの重量
直木三十五

1
“너 정말 마음속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어?”
KK 전기기구제작소 로봇부 주임기사 나츠미 슌타로(夏見俊太郎)는 병이 몸을 좀먹고 있고 거기다 피로로 지친 얼굴과 목소리로 아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병자는 어째서 이렇게 끈질긴 걸까).
아내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 사랑하고말고요.”
아내의 볼은 신선한 과일처럼 반들반들하고 황금빛 머리카락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으며 허리는 우아한 곡선으로 풍만함을 드러내고 있고 다리는 팽팽하고 매끈했다.
“내가 죽으면 독신으로 지내지 않겠지.”
아내는 병에 걸리기 전인, 병중인, 광적인, ……, ……을 떠올렸고 피부가 창백해졌다. 지방기가 없는 피부의 느슨한 ……이 눈에만 이상한 빛과 열을 가진 약간 악취 섞인 호흡. 그게 짐승처럼 ……를 떠올리게 하고, 증오가 피부를 모충처럼 기어 다녔다. 하지만 그 꺼림칙한 남편의 얼굴을 제외하고 그런 것을 떠올리니 아내의 혈관 속에는 열기를 포함한 애욕이 번지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아내는 그렇게 대답했으나 어렴풋이 ‘어차피 죽는다면 빠른 게 나아. 나도 이제 간호에 지쳤어’라고 생각하고 바로 다음 순간에,
‘아직 젊고 아름다우니까…….’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양손을 나란히 바라보곤 말했다.
“이렇게 거칠어졌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을 유혹한 남자, 농담처럼 꺼낸 남편의 동료 중 하나, 손을 쥐었던 회사 과장, 취해서 입맞춤을 하려고 했던 친척 남자 등을 깨진 거울에 비치는 기억처럼 반짝반짝 번뜩이며 떠올렸다.
“내가 죽어서…… 만약 남자가 필요해지면……”
“그만해요, 그런 이야기.”
아내는 남편이 덮은 이불 속에 손을 넣고 남편의 손가락을 쥐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빨리 나으세요.”
남편은 피로한 눈동자를 방문 쪽으로 돌렸다.
“저 로봇.”
아내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빨리 나아져서 저건 두 사람의 물건으로 삼아요.”
“저 3호 로봇을 나라고 생각해…….”
슌타로는 아내의 손가락을 꼭 쥐고 애정 표시를 했다.
“싫어요, 그런 말. 당신 머리가 좀 이상해졌어요. 잠을 좀 주무세요.”
아내는 손을 뺐다.
“나는 그렇게 특이한 설계를 해두었어.”
“싫어, 싫다니까요.”
아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 쪽을 보았다. 문 옆에는 정교한 경금속제 로봇, 침입자를 막기 위한 로봇이 말없이 서있었다. 푸른 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파리에서 온 1936년형이 파리 여자가 좋아하는 얼굴 형태를 하고 말없이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2
슌타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눅눅해진, 없어진 눈, 눈꺼풀 주위에서 어둑하게 흘러나오는 죽음의 그림자, 튀어나온 광대뼈, 굵어진 관자놀이의 혈관. 그런 게 청자색 전등 커버에 기분 나쁘게 비춰지고 있었다.
그 침대 옆에 합성 알루미늄제 로봇이 피부와 똑같이 보이도록 정교하게 채색한 고무를 밀착하고 나체인 채로 서있었다. 그것은 슌타로가 로봇이 얼마나 인간과 가까워질 수 있는가 라는 연구의 대상물이 된 물건으로, 고무의 두께, 얇기, 경도의 정도가 절묘하게 알루미늄 뼈대를 덮었고, 그 눈은 회전이 가능하며 눈꺼풀은 개폐가 되고, 입의 움직임과 발음, 보행, 물건의 파악…… 그런 동작은 거의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슌타로는 병들기 전에 그 징조로서 신체에 이상이 일어났을 때 그 고무 위에, 도료 막에, 전기를 통하도록 하고 신체를 주무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그런 일을 시켰을 때 아내가 말했다.
“사람이랑 똑같네요. 로봇의 손까지 따뜻해요.”
그러면서 슌타로를 교태가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연인으로 삼으면 어때?”
“멋지네요.”
아내는 그렇게 말하며 로봇의 무표정인, 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슬쩍 보았다.
“연애의 상대로는 불충분하지만 그 외의 상대라면 인간 이상이지.”
“그런 일을 할 수 있나요?”
“간단해. 베어링을 넣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면 되지.”
그렇게 말하는 슌타로의 얼굴을 아내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 하복부의 특수 장치 부분을 완성하기 직전에 그는 병에 걸렸다. 그리고 지금 그걸 완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차갑게 빛나는 베어링이 전후좌우로 원활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맞물려 있어서 전기를 전달하는 동선(銅線), 액체가 든 고무 주머니. 그걸 위아래에서 압박하도록 장치한 니켈판. 그것들을 적당히 조작할 수 있도록 로봇의 등 아래에 세 개의 버튼이 있다.
슌타로는 입을 약간 벌리고 때로 어깨로 숨을 쉬면서 광적인 공허한 눈을 빛내며 핀셋으로 유도선을 고치거나 스위치를 돌리고 베어링의 운동을 시험하거나 하다가 중얼거렸다.
“이게 첫 번째 선물이야.”
그리곤 잠시 눈을 감고 피로를 달랜 후에 복부의 뚜껑을 닫고 조용히 로봇을 안아 올렸다. 다리는 무거웠으나 오동나무 정도로 가벼운 로봇은 슌타로의 침대 위에 누웠다. 슌타로는 물을 마시고 로봇을 엎드리게 한 후 머리맡의 벨을 눌렀다.
“예.”
옆방에서 간호사가 대답을 하고 바로 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리고 로봇을 보았다.
“어머나?”
움직여선 안 되는 환자의 불성실함을 질책하는 목소리였다. 슌타로는 험한 눈을 하고 말했다.
“여기 잠깐 앉아봐요.”
침대를 가리켰다.
“일어나면 몸에 무척 안 좋은데요.”
“여기에 덮어주쇼.”
그렇게 말하고 슌타로는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간호사가 이불을 덮었다.
“덮어줘.”
“덮기만 하면 돼요?”
여자는 침대 가장자리에서 말했다. 슌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로봇을 보고 있었다. 간호사가 침대에 앉는 것과 동시에 로봇은 내던져진 양손을 움직여 오른손은 침대 끝을 왼손으로 이불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악력이 가해지는 듯 이불을 쥔 채로 슌타로의 몸 전체를 조금씩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 양손으로 가슴을 껴안듯이 했다. 오른손은 강렬한 힘으로 끌어당겼다.
“좋아, 일어서.”
슌타로가 말하고 간호사가 일어남과 동시에 로봇은 동작을 멈추었다.
“저쪽으로 가.”
“저기, 그 로봇……”
간호사는 슌타로의 병적인 신경에 겁을 내면서 말했다.
“이제 용건은 없어.”
“예. 그럼 무리하지 마시고……”
“알고 있어.”
간호사가 물러갔다. 슌타로는 위를 보고 누운 채로 잠시 가만히 있었으나 늘 로봇을 놓아둔 문쪽에서 침대까지의 거리를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침대에 무게가 가해짐과 동시에 로봇이 자동 운동을 시작하고 침대로 오는 장치─침대 아래의 용수철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가 정해진 회수를 경과할 때에 로봇이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게 좋아. 장치는 간단해.’
슌타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중얼거렸다.
“두 번째 선물이야.”

3
슌타로의 아내는 일본 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융단 위에 긴 소매가 늘어뜨려져 있다. 방석 속에 파묻혀 담배를 피웠다.
“그야 사랑하고 있지.”
그렇게 말하고 남자를 슬쩍 보고는 남자 눈의 미소를 봄과 동시에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했다, 지만.”
“병이 나고 사랑도 못 받게 되고…… 이중의 불행이군요.”
“스스로 초래한 책임이야. 남편의 자격이 반이나 없어졌는데도 아내에게만은 똑같이 있으라니 불합리하잖아.”
남자는 왼손을 의자 뒤로 돌리고 아내의 목을 안았다. 아내는 연기를 남자의 얼굴에 뿜었다.
“그 대신 낫기만 하면 이전처럼 사랑해도 좋다고 생각해.”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때……?”
“몰라.”
“두 가지 경우가 있겠군요.”
“그래.”
아내는 그렇게 말하고 꼬은 왼쪽 다리 끝으로 남자의 구두를 밀었다.
“안녕 하고 떠나든지, 아니면 그대로 있든지.”
“맞아.”
“대체 어느 쪽인가요?”
“그런 거 지금부터 생각해서 어쩌자고?”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안녕, 하면 현재 상태가 변화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변화되는 게 좋아. 안녕을 하겠어. 자, 변화되어줘.”
아내는 얼굴을 정면으로 하여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변화되었어?”
“그, 그렇게 갑자기는…….”
“변할 수 없어?”
“그치만…… 안녕이라니, 거짓인지 사실인지……”
“정말로 할 거야. 그러니 변해봐.”
남자는 아내의 목을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아내는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변함이 없으면 싫어.”
남자는 말없이 아내의 왼손을 잡았다. 아내는 신체를 뒤로 젖혔다.
“변할 수 없어?”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잘 생각해봤자야. 이런 연애가 그런 고찰의 가치가 있어?”
아내는 희미하게 향수 냄새를 풍기면서 가까이에서 응시하고 있는 정열적인 눈에게 미소를 보냈다.
“내게는…….”
남자는 손에 힘을 주었다.
“로봇 이하야.”
“이하……? 어째서요?”
“인간은 생각만 할 뿐 하등하거든. 로봇은 하는 일만 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
“그러니까 기계인 게 아닙니까?”
“인간보다 행복한, 기계지.”
“스스로 행복이라고 느낄 수 없는 행복은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데요.”
“행복을 충분히 느끼는 인간은 불행도 충분히 느끼는 법이야.”
“그게 인생입니다.”
“1930년대까지의, 인생이겠지.”
“영원한! 인생입니다.”
“로봇을 배워, 스즈키 킨사쿠(鈴木金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후회를 느끼지 않는 인생 말야.”
“그럼 저와 지금 작별을 해도 부인께선 느끼지 않나요? 아무것도?”
“네가 나가는 한 걸음 뒤에서 다음 남자를 찾으러 갈 거야.”
“저는 작별하지 않겠어요.”
남자는 눈에, 손에 힘을 주었다.
“인간 남자의 쓸모는 그 타오르는 정열밖에 없다니까.”
“로봇 쪽이…… 낫다고요……?”
남자는 정열이 혈관 속에서 넘치는 걸 느꼈다. 아내는 남자의 얼굴이 다가오자 밀리듯이 방석에 점점 체중을 맡기며 말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로봇도 좋고, 자신의 의지 이외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남자도 좋아. 로봇이 슌타로가 된 이후로 여성의 감각은 두 배로 좋아졌거든.”
아내는 밝게 웃으며 가만히 남자의 눈을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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