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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협박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박받은 기억이 없다, 그건 맹인이 잘못 들은 거다, 라고 우기고 있기에 오츠네는 울적한 마음으로 지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다 츠지 씨 탓이에요.”
그렇게 원망을 해대니 츠지도 안타까웠다.
“곧 진상을 파악해서 자네 체면을 세워주겠네.”
그렇게 말은 했지만 마음은 침울했다. 본사에서는 이 특종을 살린답시고 지원할 기자를 보내왔지만, 이렇게 되면 본사와 지사의 기자끼리 공을 세우겠다고 다투는 상황이 되기에 체면만 앞세우고 기백만 비장해져 거의 매일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이마이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도쿄를 뒤진 결과 여전히 알리바이는 불명확하지만 아타미에서 그 시간 전후에 그를 보았다는 적극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불탄 자리에선 그의 물건도 나오지 않았으나 어쨌든 그날 밤 오오카와가 거금을 손에 넣을 거란 사실을 아는 건 이마이다. 그런데 노다 집안의 금고를 조사해보니 현금이 250만 정도와 광산을 판 다음날 예금이 500만, 불에 탄 걸 합치면 850만 정도다. 900만 가운데 이것만이 남아 있었기에 이마이의 범행으로 보기엔 이상하다. 오히려 오오카와의 빌린 돈 받기가 실패로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창밖에서 창문을 두드려 협박한 건 오오카와 본인일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범인은 부인이며 혹은 코노스케 공범설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코스케가 고용한 야학생 심부름꾼이 츠지를 찾아왔다.
“츠지 씨. 저는 기분이 나빠서 그 집안에서 도망쳐 나왔는데요.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면 취직자리를 알아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신문사라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되는 얘기라면 지금의 몇 배나 좋은 회사나 상점을 소개해주지. 무슨 이야기인데?”
“어젯밤 일이에요. 밤 12시인데요. 정원지기 할배가 슬쩍 정원 쪽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따라가 봤지요. 그랬더니 슬쩍 정원을 돌아가 부인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그리곤 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건네받곤 뭔가를 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할배는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외국어 주문 비슷한 말을 하는 거예요. 〈라우오~무오~〉. 그렇게 들렸어요.”
“〈라우오~무오~〉?”
“그렇습니다. 길게 잡아끄는 발음으로 말했어요. 분명히 그렇게 들렸다고요.”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물품을 주고받고는 창문을 닫아버렸죠.”
“물품의 형태는?”
“그건 몰랐는데 책이나 잡지 같은 것이었죠. 할배가 받은 것도 역시 그런 걸 텐데 나중에 알았는데 그게 지폐 뭉치였어요. 200만 엔이에요. 그날 300만 엔의 화재보험금이 들어왔는데 그 일부분이죠.”
“그걸 어떻게 알았어?”
“오늘 아침에 할머니가 당당하게 말한 거예요. 부인께서 퇴직금으로 200만 엔을 주셨으니 고향에 돌아가서 작은 가게를 차릴 거라고요. 그걸 들은 코노스케 어른이 안색이 변하더니 부인의 방으로 절룩거리면서 갔지만 멍한 얼굴로 돌아왔죠. 협박한 게 그 놈인가, 믿을 수 없어, 라고 신음하듯 중얼거리더니 어딘가로 나갔어요. 그래서 전 짐을 꾸리고 도망쳐 나왔죠.”
“뜻밖의 이야기로군.”
“저 집에선 또 무언가 일어날 거예요. 무서워서 참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완전히 믿을 만한 것도 의심해야 하는 것, 이것도 추리소설의 첫째다. 노인의 알리바이는 완전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완전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츠지는 노다 저택으로 달려갔다. 노인은 밝은 표정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츠지의 얼굴을 본 노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여, 신문기자 씨. 그 꼬맹이에게서 급보를 들었던가보이.”
“바로 맞췄습니다. 퇴직금 200만이라니요.”
“그렇다네. 어찌 되었든 여기서 몸바쳐 일한 게 37, 8년은 되니까 말야. 다른 곳은 그 이상의 퇴직금을 준다네.”
“그런 건 남들 귀에 들리지 않도록 해도 되잖아요?”
“자랑하는 거야. 정식으로 받은 걸 감출 필요가 있나.”
“한밤중에 창문을 두드리고 비밀리에 건네받은 건데도?”
“하인은 정원에서 상대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노인의 말과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없다. 꼬맹이에게 들킨 걸 알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인과는 만날 수가 없었지만 하녀에게 전언을 시켜 대답을 들어보니 확실히 퇴직금으로 200만 엔을 줬습니다, 오랜 세월 근속했기에, 라고 노인과 같은 답변을 했다. 심야에 창문을 두드려 돈을 건네주어도 퇴직금인가요 라고 물어보니 퇴직금이 맞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그 이상은 노코멘트였다.
츠지는 안마사 숙소로 자동차를 달려 오츠네 씨를 억지로 태우고 노인의 집으로 데려왔다.
“오츠네 씨, 이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없나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들어봐.”
“허허허. 나는 말이네, 그날 밤엔 9시부터 12시까지 채소 가게에서 장기를 두고 있었단 말일세. 오츠네 씨가 들었을 리가 없네.”
오츠네는 안타까운지 풀이 죽어 머리를 흔들었다.
“낮게 말한 그 한 마디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어요. 이제 무리예요.”
“그래, 그래, 그 말대로야. 오츠네 씨가 들은 남자는 뭐라고 말했지?”
“나중에 후회할 겁니다, 라고 했는데요.”
“그럼 내가 그 말을 해서 들려드리지. 낮은 목소리로, 나중에 후회할 겁니다. 어떤가?”
오츠네는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다, 모르겠다는 의미다. 츠지는 발을 동동 굴렀으나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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