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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도둑 상고브린드의 슬픈 이야기
Distressing Tale of Thangobrind the Jeweller
불길한 기침소리를 듣자 보석 도둑 상고브린드(Thangobrind)는 좁은 길에서 몸을 돌렸다. 그는 부유한 자만을 골라 대상으로 삼는 이름난 도둑이다. 왜냐하면 상고브린드는 무무(Moomoo)의 알보다 작은 건 훔쳐본 적이 없으며 평생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네 가지 종류의 보석만을 훔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보석 도둑치고는 매우 정직하기도 했다.
어느 날 부자 한 사람이 상고브린드를 찾아와 딸의 영혼과 다이아몬드를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사람 머리보다 큰 이 다이아몬드는 마웅-가-링(Moung-ga-ling)의 신전에 있는 거미 신상(神像) 흘로-흘로(Hlo-hlo)의 무릎에 놓여 있던 보석이었다. 상인은 상고브린드가 믿을 만한 도둑이란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상고브린드는 몸에 기름을 바르고 가게를 나와 조심스레 길을 걸어 스나프(Snarp)에 이르렀다. 그가 다시 작업에 나섰으며 그의 검이 늘 놔두는 카운터 밑에서 사라졌음을 아는 이는 아직 없었다. 그는 밤에만 이동했고 낮에는 몸을 숨기고 칼날을 갈았다. 자신의 칼을 ‘쥐’라고 불렀는데 재빠르고 날렵하기 때문이었다. 보석 도둑에게는 자기만의 여행 방법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상고브린드는 지드(Zid) 평원을 가로질렀고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고 머스크(Mursk)와 틀룬(Tlun)까지 왔다. 오, 그는 그림자만을 사랑했던 것이다!
옛날에 달이 태풍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평범한 보석 도둑을 질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상고브린드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파수꾼이 본 것은 으르렁거리거나 웃는 웅크린 형체뿐이었다. “저건 그냥 하이에나야.”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아그(Ag)라는 도시에서 보초에게 붙잡힌 적이 있었지만 상고브린드는 몸에 기름칠을 했기에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멀리 희미해지는 발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다. 그는 부자가 자신을 기다리며 조그만 눈을 밤새 뜨고 탐욕에 번뜩이고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부자의 딸이 사슬에 묶인 채로 누워 밤낮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아, 상고브린드는 다 알고 있었다.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면 한두 번의 짧은 웃음으로 넘겨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다이아몬드는 아직 흘로-흘로의 무릎 위에 놓여 있다.
흘로-흘로가 세상을 창조하고 〈죽은 자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보석만을 제외한 만물을 세상에 넘겨준 이후로 200만 년이 지났다. 그 보석은 종종 도난당했으나 흘로-흘로의 무릎으로 되돌아오는 능력이 있었다. 상고브린드도 그 사실을 알지만 보통 보석 도둑이 아니기에 흘로-흘로를 계략으로 속일 요량이었다. 자신이 욕심과 갈망에 이끌리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 모든 게 덧없음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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