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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경이의 서』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1


그가 처음부터 즈레타줄라로, 솜벨레네가 사는 신전이 있는 도시로 향했음은 분명했다. 다만 셰퍼로크의 집과 목적지 사이에는 사람이 사는 땅과 강과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으로 말발굽이 부드러운 충적토 위에 난 풀에 닿았을 때 셰퍼로크는 기쁜 듯이 은나팔을 불었고 껑충거리며 몇 리그를 뛰어다녔다. 램프를 손에 든 처녀처럼, 새롭고 아름다운 경이처럼 가벼운 걸음걸이였다. 바람도 그를 지나며 웃음 지었다. 고개를 꽃들의 향기 아래로 낮추고 보이지 않는 별들 가까이로 들어 올리며 수많은 왕국 사이를 지나고 여러 강을 뛰어넘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독자에게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뛰어다니는 켄타우로스의 심정을 어떻게 전할 수가 있을까? 그의 마음은 벨-나라나(Bel-Narana)의 탑들처럼 굳건했다. 지스(Zith) 해안에서 요정거미가 하늘과 바다 사이에 짓는 거미줄 궁전처럼 가벼웠다. 새벽이 밝아오자 아침을 맞기 위해 도시의 첨탑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처럼 민첩했다. 셰퍼로크는 바람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노래와 같은 기쁨으로 가득하며 그의 아득한 조상인 고대의 신들이 부렸던 번개가 그의 핏속에 섞여 들었다. 그의 발굽이 천둥소리를 냈다.
인간의 도시에 이르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고대 신화시대의 전쟁을 떠올림과 동시에 새로운 전쟁과 인류의 멸망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을 기록에 남긴 건 클레이오(Clio 뮤즈 중의 하나로 역사를 관장)가 아니다. 역사도 그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역사학자의 발밑에 앉은 자는 얼마 없지만 모두가 어머니의 무릎에서 신화와 전설을 들으며 자랐지 않은가. 그러니 셰퍼로크가 도로를 좌우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누구나가 미지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지나갔다.
밤이 되자 셰퍼로크는 숨조차 헐떡이지도 않은 상태로 늪에 난 갈대밭이나 숲속에 누웠다. 새벽이 되기 전에 의기양양하게 일어나 어둠 속에서 강물을 잔뜩 들이키고는 물을 튀기며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달려가 기쁨의 인사를 담은 환희의 나팔소리를 동쪽으로 퍼뜨렸다.
그러자 보라! 반향 속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 새로운 날의 빛을 받은 평원, 산꼭대기에서 흘러넘치며 주위를 둘러보며 흐르는 냇물, 크게 소리 내어 웃는 쾌활한 바람,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의 공포와 그들의 작은 도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큰 강과 황야와 거대한 언덕, 이 모두의 너머에 있는 새로운 땅, 또 사람들의 도시, 그리고 늘 함께 하는 오래된 벗인 즐거운 바람이 있다. 왕국에서 왕국으로 지나가면서도 그의 숨결은 거칠어질 줄을 몰랐다.
“젊고 기운찰 때 달리는 건 기분 최고야!”
젊은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하하하!”
언덕의 바람이 웃었고 평원의 바람이 대답했다.
아름다운 탑들에서 수많은 종이 울렸고 현자들은 양피지를 펼쳤으며 점성술사들은 별들을 살펴보았고 노인들은 불가사의한 예언을 전했다. “그렇게 빠른 놈인가?” 젊은이들이 말했다. “무척 기뻐하고 있구나.” 아이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