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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나나코
다음날 비번이었던 하가와 순경은 명치를 맞은 아픔도 있어서 정오가 지나도록 누워 있었다. 그러자 날아오듯 돌아온 유리코가 억지로 일으키며 말했다.
“큰일 났어요! 히류 나나코가 살해당했어요. 살해당한 게 어젯밤이에요. 그 두 사람이 범인이에요.”
하가와는 아픔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유리코도 아래 턱을 맞아서 입술이 부어서 〈미녀 경찰〉이라는 별명도 무색한 얼굴이었다. 사람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쉬고 싶었지만 어젯밤 보고가 있었기에 서로 돌아갔더니 나나코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어수선했다.
“범인의 얼굴을 본 건 아버지밖에 없으니까 얼른 와달래요!”
“그 두 놈이 범인인 게 확실하대?”
“확증이 있는 모양이야. 그 외에도 이런저런 중대한 점이 밝혀진 것 같아요. 살해당한 나나코는 의외로 거물인가 봐. 암흑가의 수수께끼의 여자 두목 〈미스 난징(南京)〉이라나.”
“정말?”
명치의 고통도 날려버린 듯 하가와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 무렵 도쿄 요코하마(横浜)를 중심으로 대량의 빈대 밀매자가 나타났다. 그 사람은 엄청난 절세미녀였다. 비밀리에 지정한 장소로 어느새 나타나 손쉽게 대량의 빈대를 백에서 꺼내어 돈과 바꾸고 사라져버렸다. 그 옆에는 두 사람의 젊은이가 호위를 하고 있고 거래가 끝날 때까지 권총을 들고 망을 보고 있다. 마약을 다룰 때도 있다. 어느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미스 난징이라 불린다. 경찰은 드디어 스파이를 넣는 데에 성공하여 미스 난징의 존재까지는 파악했으나 밀수 루트는커녕 미스 난징이 사는 장소도 이름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살해당한 나나코의 시체 옆에서 미스 난징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듯한 많은 중대한 물건이 나타났던 것이다.
나나코는 팔에 마약 주사를 놓고 살해당했다. 기모노 차림이었는데 조금도 어지럽힌 흔적이 없고 잠든 듯이 편안하게 죽었다. 도둑맞은 물건이 없으며 오히려 자살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죽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나코의 시체를 조사한 경찰의는 깜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나나코의 팔만이 아니라 사타구니를 비롯해 무수한 주사자국으로 살이 굳어져 있던 것이다. 마약 상습 복용자였다. 벽장 속에는 그에 대한 증거로 엄청나게 많은 모르핀 앰플이 나타났다.
아마 두 범인은 나나코에게 마약을 주사한다고 말하고 더 강렬한 것을 주사한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하가와 순경은 그 점을 의심했다.
“실제로 나나코는 두 남자를 집안사람이라고 말했는데 현관에서 서로 노려보며 말다툼을 하고 있던 성난 태도를 보면 남자에게 주사를 맞거나 남자의 눈앞에서 직접 주사를 하는 것조차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나나코의 작은 집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물품은 무척이나 의외로 중대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벽장 안에는 외국제 과즙 통조림이 몇 개나 있었다. 그 중엔 빈 깡통도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빈 깡통에는 과즙이 들어 있었던 듯한 흔적이나 냄새가 남아있질 않다.
그 깡통을 잔뜩 넣어서 옮겨온 듯한 커다란 양철통도 있었지만 벽장 안에서 발견된 깡통의 수는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부족분 깡통은 나나코의 집에서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 의외인 것은 그 깡통의 포장지인 듯한 걸 찾았지만, 그건 홍콩에서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편으로 나나코 앞으로 보내진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홍콩에서 발송되었다는 증거로는 그걸 넣는 데에 이용했을 홍콩 발행 신문지가 벽장 구석에 구겨진 채로 잔뜩 넣어져 있었던 것이다.
한층 의문스런 발견이 있었다. 책상 서랍 속과 반짇고리 속과 필통 속에서까지, 아무렇게나 놓인 합계 53개의 빈대가 나왔다.
시체 주위에 나나코의 핸드백이 휘저어진 채로 버려져 있었는데, 그 안에 빈대 한 개가 남겨져 있다. 아마 범인은 핸드백 속에 있던 빈대만 훔쳐갔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히류 나나코가 미스 난징이었던가? 과연 죽은 얼굴인데도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 달려들어 끌어안고 싶을 정도의 미인이네요.”
“홍콩에서 비행기로 보내진 깡통 중에서 1/3이 진짜 과즙이고 다른 2/3가 빈대라는 걸까……?”
“범인이 보스턴백을 들고 온 수수께끼가 이걸로 풀리는 셈이구만.”
곧바로 하네다 세관을 시작하여 관계국의 배달원 등에게까지 조사를 시작해보니, 이 수하물이 나나코에게 보내진 것은 당일 오전 중이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약 4개월 전부터 총 다섯 번에 걸쳐 같은 수하물이 홍콩에서 날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하가와 순경은 아직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제가 저도 모르게 멈추었을 때 나나코가 외친 말이 이랬습니다. 소포라니…… 그런 거 몰라요…… 협박하는 거예요……. 대충 그런 뜻이었어요.”
“즉 범인이 빈대가 도착한 걸 알고 가지러 왔는데 소포가 아직 와있지 않았다고 둘러대었던 거겠지. 그게 처음부터 나나코가 살해당한 원인이야.”
듣고 보면 아귀가 딱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하가와의 머릿속에는 어째선지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어딘가 잘못된 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그 깡통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증거임을 알려주는 듯한 일이 나타났다.
범인을 본 건 하가와 부녀밖에 없지만 두 사람의 인상을 토대로 몽타주 사진을 만들었다. 인텔리풍의 안경 남자는 하가와 순경 한 사람밖에는 보지 못했기에 신용하기 어려웠으나 건달풍의 젊은이는 두 사람의 인상을 합치는 동안에 둘 다 이 얼굴과 무척 닮았다고 단언할 정도의 몽타주가 완성되었다.
반년 정도 전까지 나나코의 남편이었다는 카츠마타(勝又)라는 사업가에게 이 몽타주를 보여주었다.
“이 남자라면 나나코에게 드나드는 걸 서너 번 정도 봤습니다.”
“파트너가 하나 있지 않았나요?”
“아니오, 내가 본 건 늘 이 남자 혼자였습니다.”
“어떤 용건으로 드나들고 있었습니까?”
“실은 그걸 알았으니 점차 나나코와 헤어질 마음이 들었던 건데요, 이 남자는 나나코에게 모르핀을 팔러 왔던 겁니다. 모르핀이 목숨 줄이니까 나나코는 그 남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할 정도였죠.”
“그럼 정부로군요.”
“아뇨, 적어도 내가 남편이었을 때는 그 남자가 정부였던 듯한 기색은 없었습니다. 그 남자 없이는 나나코가 살 수 없었다는 의미는, 모르핀이 나나코의 목숨을 의지할 수단이었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수수한 상거래뿐인 것 같았습니다.”
“나나코 씨의 생활비는 얼마나 들었습니까?”
“제가 주고 있던 게 현금으로 매월 5만 엔, 거기에 이래저래 해서 7~8만은 될지도 모르겠는데, 나나코는 모르핀 비용을 위해 가정부도 안 쓸 정도로 늘 궁상맞게 살고 있었죠.”
이런 증언을 듣자 지금까지의 추리가 이상해지게 되었다. 미스 난징이라고 불렸던 사람이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을 리가 없다. 그녀가 그때까지 번 돈은 아마도 1억 이상은 될지 모른다고 여겨졌다.
무엇보다 미스 난징이 밀매선상에 나타나고 나서 아직 5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카츠마타와 헤어진 뒤부터겠지만, 지금도 나나코의 벽장 안에는 과즙 깡통과 모르핀 앰플 이외에 눈에 띄는 물품은 아무것도 없다. 미녀에게 있어서 목숨과도 같은 의류조차 전혀 없고, 입은 건 입고 있는 기모노 단벌뿐이었던 모양이다. 피아노조차 팔아치운 듯 그림자도 형체도 남지 않았다. 스스로 마약 밀매도 하면서 마약을 위해 소지품을 팔아치우며 허덕이는 미스 난징은 상상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말한 깡통은 맞았던 듯하네요. 이 사건에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 뒷면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
유리코에게 이런 말을 듣자 하가와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내 감이 맞았다는 자신도 없구나.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 무엇이 이상한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말야.”
“뭐가 이상한지 내가 맞춰볼까요?”
“음.”
“첸 씨의 저택에 뛰어든 범인이 왜 맹견에게 습격당하지 않았는가 하는 수수께끼죠. 난 첸 씨의 도베르만과 셰퍼드에 대해 조사해봤어요. 경찰견 훈련소에서 1년 이상 훈련된 우수한 개였어요. 그 외에 실내에는 보스턴테리어와 복서라는 작은 맹견도 기르고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은 그 저택 안으로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무서운 곳이라고요.”
“정원이 넓으니까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구석에 있는 개가 눈치 채기 어렵겠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리코는 결국 상쾌하게 외쳤다.
“내가 어쨌든 맞춰볼게요! 내 감도 아직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만 내버려둘 수 없는 마음이 들었거든. 이제부터 첸 씨의 저택으로 들어가 볼 거야.”
그럭저럭 유리코의 얼굴의 붓기도 가라앉고 딸다운 귀여운 옛날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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