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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이치렌(日蓮 이치렌을 종조로 하는 일본 불교의 종파)의 여행자인 사요(サヨ)라고 했다.
히토미(人見) 의사는 사토무라(里村) 순경의 부탁을 받고 함께 현장으로 갔다. 동사무소나 파출소, 병원 등이 있는 마을의 중심부에서 산을 하나 넘어서 있는 촌락인데, 그 촌락 중에서도 가장 가장자리 산자락에 고립된 기울어진 작은 집이 사요의 거주지였다.
오두막 내부는 토방과 마루방에 거적을 깐 방 하나 밖에는 없었다. 사요는 거적 깔린 마룻바닥 거의 중앙에 알몸 상태로 예리한 칼날에 배를 찔린 채 죽어 있었다.
히토미가 시체를 살펴보고 사토무라에게 전한 건 다음 몇 가지밖에 없다.
상처는 복부의 자상(刺傷) 하나. 그게 사인이며 다른 상처나 목을 조른 흔적은 없다. 폭행을 당한 듯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배를 찌른 칼은 오두막 안을 찾아봐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토무라는 이를 현(県) 경찰에게 전화로 알린 후 돌아올 때까지 히토미에게 남아 있을 것을 부탁했다. 왜냐하면 오두막 밖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특히 아이들이 자꾸 안을 엿보려고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 날은 일요일이라 학교를 쉬었다.
히토미는 다가오는 아이들을 쫓아내면서 집을 지켰다. 하지만 아이들의 침입이 집요하게 되풀이되자, 그들의 눈에서 시체를 떨어뜨리기 위해 방구석에 둥글게 말려 있었던 사요의 기모노를 집어 들어 시체에 덮어씌웠다. 그때 기모노 안에서 트럼프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졌다. 주워 들고 보니 하트 퀸이었다. 그는 그걸 마술사처럼 손가락으로 끼워 들고는 원래 기모노가 있던 방구석으로 되던져놓았다.
그는 이 마을에서 개업한지 20년이나 되었지만 아직 타살 시체를 본 적이 없었기에 사후 경과시간 같은 걸 추정해본 경험도 추정할 자신도 없었다. 이런 산속 깊숙이에 있는 마을에도 자살과 사고로 인한 변사체는 매년 몇 구씩 나오곤 했으나 타살은 이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역시 이 여자가 살해당한 건가?”
그는 어느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역시〉라는 말에 조금 두려워하며 〈마침내〉라는 말로 머릿속에서 바꾸어보았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자 묘하게 그때 일에 신경을 쓰게 되었지만, 이도 불길한 전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의 기억이라는 건 지금으로부터 이삼주 전에 일어난 일을 말하는데, 문득 학교에 들러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교사인 하나이(花井)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하나이는 독신으로 젊고 성실한 교사였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도 언젠가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평화로운 마을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평화로운 듯한 마을, 입니다. 평화로운 곳 따위는 이미 일본 어디에도 없다고요.”
하나이가 그렇게 말했다. 이 대화의 원인은 그 무렵 현의 신문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던 현도(県都)에서 일어난 치정 살인사건 때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의 결과였다.
“그런 요기(妖気)가 이 마을에 나타날 리가 있나.”
“있고말고요. 이치렌 행자인 사요 같은 경우는 살해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요.”
사요는 마을에서 그저 사요라고 하면 통할 정도로 유명했다. 도쿄에서 식모살이를 하다가 종전(제2차 세계대전을 말하는 듯하다) 후에 귀향하여 결혼. 2년 전에 남편이 죽었다. 그 후로 이런저런 소문이 끊일 날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음란한 건 이치렌 행자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고 때문인 듯했다. 독신에 배운 것도 없는 여자가 밭뙈기도 없이 산속 마을에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살해당했을 때 아직 27세였다. 따지고 보면 히토미에게도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긴. 그 여자를 두고 살인 소동이 일어나도 이상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그거 보세요.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요는 반드시 살해당할 거예요.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살해당할 걸요.”
“반드시, 라는 건 좀 그런데. 어쨌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겠지만.”
“반드시 그럴 거예요. 반드시 살해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법칙이 있거든요. 사요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법칙이라니?”
“조만간 사실이 증명할 겁니다.”
그때 동석하고 있던 히라도(平戸) 선생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일어나자 히토미도 “그럼 나도…….” 라고 말하며 일어나서 하나이에게 인사를 하고 히라도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교문을 나섰다.
히라도 선생은 독신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날은 히라도 선생이 일직이고 하나이 선생이 숙직 당번이라, 마침 교대하는 시각이었다. 하나이는 히라도 선생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히토미가 〈역시〉라고 생각한 것은 이때의 기억 탓이겠지만, 오히려 범인이 하나이가 아닐까 하는 연상으로 인해 겁이 나거나 당황하거나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 * * * *
마을 파출소에 수사본부가 생기고 매일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2주일이 지났지만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사요와 관계가 있던 남자들은 저마다 알리바이가 있어서 용의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날 신문에는 발견자인 니키치(仁吉)라는 소년이 다시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니키치는 방랑벽과 도벽이 있었다. 또한 태연하게 거짓말을 일삼았다. 나이를 봐서는 중학교 1학년일 텐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학교를 안 다니고 있었다. 초등 6년 중에서 절반 정도는 결석을 했고, 결석 중에는 집에 있지 않고 노숙을 하며 방랑을 했으며, 밥을 훔쳐 먹거나 구걸을 하거나 했다. 집에는 주정뱅이에 게으른 빈농(貧農)인 아버지가 있는데 수시로 니키치에게 화풀이를 해대었다. 어머니가 죽은 후로 아버지와 니키치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니키치는 집에 있어봤자 꾸지람을 들을 뿐이고 식사도 만족스레 주어지지 않는 형편이었다.
니키치는 그날 밤 사요의 오두막 근처에서 야숙을 했다. 다음날 아침, 사요의 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먹을 걸 찾으러 침입했다가 사요의 시체를 발견했던 것이다.
니키치가 다시 조사를 받은 것은 지금까지는 그의 증언만이 유일하게 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랑벽과 도벽에 거짓말쟁이라는 니키치의 성격 때문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저 경찰을 싫어하여 아는 것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말하는 목소리를 듣거나 사람의 모습을 본 게 있을까 싶어 필사적으로 떠보려 했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니키치는 정중하게 다루어져서 조사 중에는 방 하나를 주고 편히 쉬도록 했으며, 맛있는 도시락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니키치는 혼자가 되면 눈물을 흘리며 이런 노래를 불렀다.
산이 붉어져 또 비가 내리려나
슬프구나, 나는 혼자인 몸
붉은 산의 바람이 나예요
비여
산의 바람 속을 달리지 마오
바람은 울고 있구려
혼자인 몸이라고
바람아 바람아 어디로 가시려오
동쪽 산에 부딪쳐서
서쪽 산에 깨어져서
서쪽도 동쪽도 어두워지니
바람이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려
아, 어디로 가는 거요
학교에 다니지 않았지만 니키치는 읽고 쓰는 데에 능숙했다. 그가 울면서 부른 건 자작시였다. 그게 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히토미는 그걸 읽고 깊이 감동했다. 하나이는 작년 6학년 담임이었기에 니키치를 가르쳤을 터다. 그는 하나이를 만나 니키치라는 소년이 자라난 내력과 성격을 묻고 싶었다. 세간에서 화제가 된 것은 니키치의 표면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떠올렸다. 그 사건 이후로 하나이는 그에 대해 묘하게도 서먹서먹했다. 길에서 마주쳤을 때는 숨을 곳도 없는 시골길인데도 가느다란 논두렁길로 옮겨 억지로 피해 가는 일도 있었다.
설마 그가 범인일 리는 없지만 그런 의심을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고 히토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도 하나이의 얼굴을 보는 게 겁이 나서, 그 역시 얼굴을 돌리며 외면하는 듯한 꼴이 되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모리(毛里)라고 하는 현도 신문의 기자가 히토미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이루어진 일문일답은 신문에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살인이 행해진 날 저녁 그 마을을 지나간 걸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헛소문이다.”
“증인도 몇 명 있다.”
(진료일지를 찾아본 후)
“그 마을보다 더 깊숙이에 있는 오치아이(落合)라는 곳에 위급 환자가 있어서 왕진을 갔다.”
“집에 돌아온 건 몇 시였나?”
“저녁을 먹고 난 후 나왔지만 늦어도 8시 반 무렵에는 돌아온 것 같다.”
“범행은 그날 저녁 때부터 한밤 중 사이에 일어났다고 발표되었는데?”
(창백한 얼굴로 무언)
“다음날 아침 범행현장으로 갔는가?”
“사토미 순경의 부탁을 받아서 갔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있는 의사로서 당연한 일이다.”
“현장에 혼자 있었던 적이 있는가?”
“사토무라 순경이 전화를 하러 가서 돌아올 때까지 그의 부탁에 따라 혼자 남았다.”
“그때 무언가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고 하던데.”
“헛소리일 뿐이다.”
“많은 증인이 그걸 봤다고 한다.”
“증인의 이름을 말해보라.”
“많은 아이들이 그걸 보았다.”
“잘못 본 거다. 내가 한 일은 기모노를 가져와서 시체에 덮은 것이다. 그때 기모노 틈에서 무언가 떨어졌기에 손으로 집어 드니 하트 퀸 트럼프였다. 나는 그걸 방구석에 던졌다. 그걸 오해한 것일 거다.”
“그걸 수사본부에 통고했는가?”
“통고하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멋대로 시체에 기모노를 덮어씌우거나, 떨어진 트럼프를 내던지거나 해서 현장의 모양을 바꾼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침묵)
신문기사의 일문일답은 이렇게 끝났다. 이후에 부언을 하고 경찰은 이에 따라서 조사를 할 거라고 생각되는 일이었다. 결정적인 용의자 취급이었다.
모리 기자가 일문일답을 하고 있었을 때는 이런 식이 아니라, 마을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설마 당신이 범인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농담이려니 하고 대답해주세요, 라는 식의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히토미는 누명이 씌워졌다고 생각했다. 함정에 빠진 여우와 같이 뒹굴었다. 달아날 길이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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