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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으로 출간된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을 맛보기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선거 살인사건
* 공개 기간 : 2012/09/15~(무기한)

곧바로 체포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흘 동안 전혀 소식이 없었다.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림자에도 겁을 내며 반쯤 병자가 되었다.
나흘째에 형사가 예의를 갖춰 그의 지문을 채취하러 왔으나 그의 마음에서는 죄 없는 사람의 자신감과 평정이 완전히 사라졌고, 서서히 추궁당하는 범인의 초초함이 그의 심경에 다름 아니었다.
도시의 노련한 형사라면 범인이라는 자는 오히려 침착하고 모르는 척 하게 보이는 거다, 이렇게 허둥대며 흥분하는 건 죄가 없는 탓이다, 라는 걸 알아줄지도 모르지만, 시골의 형사는 그걸 거꾸로 판단하여 진범임이 틀림없다고 여기고 돌아가며 인사를 할 때는 기분 나쁠 정도로 정중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갔다. 히토미는 그저 덜덜 떨 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지문은 하트 퀸에서 확인되었다. 하지만 아직 용의자로서 체포되지는 않았다. 출석을 요구하며 일단 사정을 청취하는 정도에만 멈추었다. 그는 다소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경찰이 그에 대해 신중했던 건, 한 가지는 용의자가 될 단서가 경찰의 움직임에 의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지방신문의 특종이 앞섰던 탓도 있었다. 그리고 신문이 이 특종을 얻은 건 무명의 편지가 발단이었음이 기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 편지를 쓴게 진짜 범인이다. 그리고 그건 하나이임이 틀림없다고 히토미는 생각했다. 적어도 편지를 쓴 게 하나이임이 밝혀지면 그건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된다. 사건발생 이후로 하나이의 거동이 수상했던 것도 이걸로 완전히 얼음 녹듯 풀리는 게 아닐까.
그는 신문사를 찾아가 편지를 보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5시간이나 걸리는 현도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 안의 승객 모두가 자신이 용의자라는 소문을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불안과 수치심으로 괴로웠다.
그때 문득 의외의 대화가 들려서 그는 저도 모르게 목을 뻗었다. 승객 한 사람이 옆에 앉은 일행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나이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사요의 정부 중 한 명이지.”
옆자리 남자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들리지 않았고, 이후로는 남자의 말도 들리지가 않았다. 역시 그렇다고 히토미는 생각했다. 이걸로 살인의 동기도 풀렸다.
신문사를 찾아가 모리 기자를 만나고 편지를 보여 달라고 부탁하자 모리는 거절했다.
“대신 당신이 수기를 써준다면 보여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무슨 수기 말입니까?”
“바로 당신이 일을 저질렀을 때의 수기 말이죠.”
모리는 몸을 젖히더니 껄껄 웃었다. 히토미는 덤벼들어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으나 쥔 주먹을 떨면서 꾹 참았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편지를 보여준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범인의 이름을 가르쳐주겠소.”
모리의 눈빛이 일변했다. 그는 가만히 히토미를 응시하고 있다가 말없이 일어나 방을 나가더니 한 통의 봉투를 가지고 돌아왔다.
편지의 글자는 일부러 초등학생처럼 쓴 듯 서툴렀다. 그리고 목격자로서 거론하고 있는 건, 즉 당일 저녁 마을 길거리에서 그를 보았다는 사람도, 현장에서 그의 수상한 행동을 보았다는 사람도 모두 소년이었다. 거기서 그는 확신을 담아 단언했다.
“이 편지의 주인은 하나이 선생. 나서고 있는 증인이 모두 아이들인 것은 그가 아이들과 접점이 많은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인범은 이 하나이입니다.”
“무슨 근거로요?”
여기서 히토미는 그가 사건의 2~3주 전에 학교에서 하나이와 주고받은 대화와 사건 발생 후의 하나이의 기괴한 행동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모리는 다 듣고 나서 잠시 숙고한 후에 히죽 웃고는 목을 흔들며 말했다.
“그것만으로 하나이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되지 않아요. 그 정도에 비교하면 당신과 트럼프의 관계 쪽이 빼도 박도 못하는 범인의 증거지.”
“하나이가 사요의 정부였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뭐? 진짜로요?”
히토미는 버스 안에서 들었던 승객의 대화에 대해 말했다.
“그 승객은 당신과 같은 마을 사람?”
“아니오. 옆 마을 사람 같은데 얼굴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떤 남자였죠?”
“농부도 암거래상도 아닌 듯한 사십대 남자입니다. 꽤 큰 짐을 들고 이 도시의 번화가 거리에서 내렸다고요.”
“암거래 상인이구만. 그럼 오늘 버스로 돌아갈 게 분명해. 좋아, 함께 갑시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마침내 그 남자가 나타났다. 히토미는 뛰지만 않았을 뿐 기뻐하며 다가갔다.
“당신은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 하나이 선생이 사요의 정부였다는 말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지요?”
남자는 의아스런 표정을 지으며 눈을 피하고 상대하려 들지 않았다. 히토미가 안달하며 설명하려는 것을 모리가 나서서 막고는 차근차근 설명을 했으나 남자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할 뿐이었다. 결국 마지막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나이도 사요도 몰라요! 내가 버스 안에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는 건 옆에 앉았던 남자에게 물어보면 알 거 아니오? 술집에 처박히지 않았다면 올 때가 되었군.”
다행히도 옆에 있던 남자는 술집에 처박혀 있던지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왜 다행이냐면 히토미는 어렴풋이 그 말은 귀의 착각이 아닐까 하는 자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 그와 그들 사이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었다. 시골 사람은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그저 그 한 마디만이 들렸을 뿐이고 다른 말은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으니 기묘한 일이다. 버스에 타서 잠시 동안이나마 승객의 대화가 모두 자신에 대한 소문처럼 들려와서 불안과 수치에 괴로워하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게 귀의 착각일지 모른다는 건 그 자신도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지쳐있는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걸 신경쇠약이라고 하는 걸까. 아니면 이대로 폐인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슬픈 생각이 들어서 그의 의식은 저도 모르게 어렴풋이 사라져갔다.
그런 그를 모리는 깔보고 있었으나 갑자기 확신이 생겨서 히죽 웃으며 그를 버스에 태우고는 자신도 올라탔다. 그 확신은 하나이의 용의에 대해서가 아니라 히토미의 용의에 대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 * * * *

밤 8시 무렵 버스는 히토미의 마을로 돌아왔다. 히토미는 지쳐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모리는 잠시도 쉬게 놔두지 않았다. 즉시 하나이를 데리고 와서 대질시켰던 것이다.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하나이는 미친 듯이 분노하여 소리치며 또 화를 냈다. 그에 대해 히토미는 이미 모기처럼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히라도 선생님을 불러서 물어보면 알 겁니다.”
주장이라기보다도 포기한 것 같은 가냘픈 목소리였다.
모리는 막 잠이 들었던 히라도 선생을 억지로 데리고 왔다. 히라도의 증언은 이랬다.
“전 일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두 분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는데요.”
히토미는 마치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동요가 없었다. 머리를 숙인 채로 그저 말이 없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가리켜 하나이는 말했다.
“드디어 꼬리를 드러냈군요, 히토미 씨는. 이 사람은 사요와 교제하고 있었던 겁니다.”
“뭐?”
그 말엔 히토미도 튕겨 오르듯 고개를 들었다.
“나와 사요가? 증거가 있나요?”
“사요의 남편은 죽기 한 달 이상 전부터 당신의 진찰을 받고 있었겠죠?”
“맞습니다.”
하나이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 비용을 사요는 무엇으로 지불했습니까? 사요는 자신의 몸 이외에는 지불할 것이 없는 여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만은 돈으로 지불했단 말인가요?”
히토미는 의자 팔걸이에 양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사요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요는 세련된 여자였다. 불결하면서도 이상하게 에로틱했다. 그녀는 분명 그에게 지불을 하려 했다.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그 육체로. 그녀는 일부러 무릎을 구부리고 하얀 가랑이가 보이도록 앉아 있었다. 일부러 한쪽 손을 높이 들고 뒤로 돌리면, 겨드랑이가 크게 꺾이고, 겨드랑이 아래와 팔의 관절부와 유방 일부가 보였다. 사요는 이상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곁눈질을 했다.
그는 그 지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히 돈도 육체도 받지 않았을 게 당연한데 그건 겉으로만 그랬다는 것이고, 사요의 모습은 언제까지도 그의 뇌리에 새겨져 살아 있다.
지금도 떠올리면 그건 요염할 만큼 생생했다. 마치 그는 지불을 확실하게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요의 모습이 점점 선명하게 눈에 스며들어왔을 때 그는 의자의 팔걸이에 양팔에 힘을 주고 몸을 들어 올리려고 하다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히토미는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리고 늘 그의 환자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져 기절해버렸다.
그걸 냉랭하게 바라보던 모리는 혀를 차며 일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이놈이 범인이야.”
하나이는 더욱 확신이 있던 듯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나는 사요가 알몸이 되어 살해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범인은 이 사람이라고 간파했었습니다. 이 남자는 여자의 알몸을 즐기는 광인입니다. 더 없을 호색한이죠. 보세요. 이 진찰실이야말로 그가 비밀을 즐기는 성이었던 겁니다. 그는 여기서 수많은 여자를 알몸으로 만들어 쾌락을 탐하고 있었습니다.”
히라도 선생은 아름다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왜냐하면 그녀도 이 방에서 알몸이 되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알몸이 되어 의사의 진찰을 받지 않으면 안 될 병 때문이었다. 히토미에게 강요당했던 건 아니다.
히라도 선생은 점차 창백해졌다. 한기가 들었다. 더는 있고 싶지가 않았다.
히라도 선생이 서둘러 나가려 하자 하나이가 쫓아왔다.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오, 신경 쓰실 것 없어요.”
그녀는 달렸다. 하나이도 달렸다. 그녀는 점차 진지하게, 열심히 달려갔다. 하나이에게서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이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집으로 뛰어 들어가자 하나이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숨이 찼으나 하나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숨이 찼지만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침착함을 보이고 있었다.
“저는 당신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제 결백을 믿어주셨다는 것,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결국 무언의 고백을 보이며 기절한 것은 당신의 연약한 마음에 너무나 강한 자극을 주었던 거로군요.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그가 진범인이라는 걸 당신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이토록 자극적으로 이루어지리라 바랐던 건 아닙니다.”
그녀는 그 말을 흘려듣고는 말없이 실내 깊숙이 걸어가서 막 깨어난 어머니에게 말했다.
“하나이 선생님에게 돌아가라고 하세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요. 오싹오싹할 정도로 더러운 인생을 보여준 거예요. 이렇게 더러울 수가……”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