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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휴일, 칸키치는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미타카 키치타로의 트럭을 쫓아갔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쭉 지켜볼 심산이어서, 부장을 겨우 설득한 끝에 회사 자동차를 한 대 빌렸던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할까. 누구와 만날까. 무엇이 일어날까. 그는 부장에게 비웃음을 당했다.
“뒤에 무언가 있다니, 뭐가 있단 말이야?”
“예를 들면 무슨 밀수나, 아니면 국제 스파이 같은……”
“이봐, 칸스케(カンスケ)군. 선거는 특히 남의 눈을 끄는 일이야. 거기다 감시도 있지. 선거법 위반이라는 감시 말야. 그 감시의 눈은 선거법 위반만 보는 게 아니라고. 일부러 감시가 엄격한 선거를 이용하는 범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뭐, 네가 큰 뜻을 품은 이상 이것도 공부가 될 거다. 해봐.”
호의로 차를 빌려주었다. 무언가 일어나지 않으면 동료에게 면목이 없다.
미타카의 트럭은 적선 구역(赤線区域 매춘이 공인된 지역)으로 들어갔다. 매춘부가 활개 치는 거리의 십자로에서 연설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거다!’ 칸키치의 가슴은 요동쳤다.
매춘부를 상대로 연설을 한다는 건 쓸모없는 헛수고가 아닐까. 대체로 매춘부라는 사람들은 이동이 심하고 신분 증명도 없는 사람이 많아서 대개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은 무리다. 선거권이 있다고 해도 일부러 투표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만약 투표하러 온다고 하면 대체로 세력이 있는 지역이니까 표의 행방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세력에게 무연고의 사람이 여기서 연설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아무리 선거를 모르는 풋내기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알 텐데.
‘어째서 여기서 연설을 하는 걸까?’
이유가 없을 리가 없다. 칸키치는 차를 숨기고 몰래 다가가 상황을 살펴보았다.
미타카는 이전처럼 우선 사방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재군비 반대론부터 시작했다. 적선 구역의 단골손님이라면 저쪽 경비대의 대원과 근처의 시세는 정해져 있다. 전쟁이 있으니 매춘부 사업이 되는지라 재군비 반대를 외쳐도 소용없을 거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무언가 있다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상태지만 딱히 아무것도 없다. 저쪽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칸키치 쪽은 무척 바빴다.
“저기, 잠깐만 놀다 가지 않을래?”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요.”
“뭘 하는데. 당신 강도야?”
“밀회예요.”
“내가 여기 있는데도 말이야? 이거, 용서 못하겠네.”
손과 발을 붙잡혀 질질 끌려갔다. 필사적으로 뿌리쳐도 또 튀어나온다. 다음 숨은 곳에서 또 잡힌다. 어디에 몸을 숨겨도 반드시 붙잡힌다. 덕분에 감시는 매우 불충분했으나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은 전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미타카의 연설은 끝이 났다.
다음으로 트럭이 멈춘 장소는 꽃놀이 명소다. 맑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꽃놀이에 한창이었다. 그런 한가운데에 미타카의 연설이 시작되니 문제였다.
그는 그 장소에서 일어날 변화를 모르고 있다. 인적도 없는 매춘부 거리에서도 사방에 인사를 할 정도라서 연설 쪽은 점점 틀에 박혔다.
“저는 이번에 입후보한 미타카 키치타로, 미타카 키치타로입니다. 저의 얼굴을 잘~ 봐주십시오. 이게 미타카 키치타로입니다.”
라고 이전과 똑같이 시작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던 꽃놀이 손님들도 왁자지껄하며 의외로 사람들이 몰려들기는 했으나 모두 술이 들어갔기에 야유가 시끄러웠다. 급기야는 야유가 필요 없는 부분에까지 사방에서 야유를 퍼부어댔다. 가장 시끄럽게 야유를 보내는 사람이 장난감 쵼마게(丁髷, 에도시대 일본식 상투)를 쓴 취객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젯밤 칸키치가 미타카를 찾아갔을 때 응대하러 나와 미친 듯이 웃었던 인상 나쁜 사십대 남자였다. ‘그렇담, 저놈은 사꾸라(さくら, 원래 의미는 벚꽃이나 사기꾼, 협잡꾼을 의미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꾸라라는 은어가 유행한 적이 있기에 그대로 표기했다)로구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사꾸라에 적합한 인물이다. 꽃놀이 장소에 먼저 가서 취객 행세를 하고 있는 폼이 너무나도 어울렸다. 그런데 본인은 정말로 취했던지 야유만 퍼부을 뿐 전혀 사꾸라 같은 언행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시기적절했던 모양이다. 취한 군중이 인산인해처럼 모인 무리 속에서 제대로 된 사꾸라스러운 말을 했다간 한층 더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초라한 구경거리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어쨌든 왁자하게 웃으며 즐기고 있는 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여러분의 깨끗한 한 표를 부디 미타카 키치카로, 미타카 키치타로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런 외침으로 연설을 외치자 웃음 속에서 약간의 박수도 일어났고,
“좋아~. 걱정 마! 내가 찍어줄게.”
“근데 여기는 무슨 구(區)지?”
같은 성원이 날아들 정도였다.
미타카의 트럭은 꽃놀이 속을 조심스레 빠져나가다 멈추었다. 미타카는 후보자 어깨띠를 떼고 운동원에게 둘러싸인 채 꽃놀이 구경꾼 무리 속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도 벚꽃 아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이다.
‘후보자의 꽃놀이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점점 이상해지는데? 저 선생은.’
칸키치는 정말 기가 막혔다. 칸키치도 도시락은 갖고 왔지만 술은 한 병도 가져오지 않았다. 당연하다. 일을 할 작정이니까. 그런데 미타카 선생과 그 일행은 벌써 몇 병이나 술을 준비해두었다. 먼저 온 사꾸라도 여기에 배치해두었을 정도이니 여기서 술을 마시기 위해 가져온 술병임에 틀림없다.
‘준비는 제대로 해놓은 모양이군. 그럼 더욱 공들인 예정이 일어날지도 모르군.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이 몰래 벌이는 술잔치에 더욱 몰래 누군가가 합류할 거라고 칸키치는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합류한 것은 그 인상 나쁜 사꾸라뿐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일동 모두가 엄청 취한 모양이었다. 동료들끼리 싸움을 시작했다.
칸키치는 일부러 떨어져서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하고 감시를 하고 있었기에 싸움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난투가 벌어졌다. 싸우는 중에 사꾸라가 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맞는 쪽이 사꾸라였다. 때린 쪽은 운동원 중 한 사람으로 미타카는 아니었다. 칸키치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싸움은 끝났다. 사꾸라는 몸을 털고 떠나는 참이었다. 또 요란스럽게 웃으면서.
한 사람이 동료에게 안겨서 울고 있다. 울고 있는 건 미타카였다. 미타카는 양쪽에서 안듯이 하여 선거 차량으로 옮겨졌다. 그 우는 남자가 연설을 한 후보자라는 점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싸움도 여기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우는 남자도 그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취객이 여기를 어지럽혔던 것이다.
미타카 일행은 트럭을 타고 이동했다. 사꾸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미타카의 트럭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취한 채로 선거연설을 할 수는 없으니 그 날은 그걸로 끝낸 모양이었다.
미타카가 울면서 끌려갔을 때 칸키치는 그걸로 끝임을 직감했기에 그가 울면서 뭐라고 소리쳤는지 듣고자 바로 뒤까지 서슴없이 다가갔는데, 그의 외침은 실로 사람들의 배꼽을 빠지게 할 정도로 비통하면서도 우스운 것이었다.
“아, 무정(ああ無情은 『레 미제라블』의 일본어판 제목이기도 하다). 아……!”
그는 응석받이처럼 팔다리를 흔들면서 또 소리쳤다.
“놓지 말아줘. 아, 무정. 아……”
그런 채로 트럭으로 옮겨진 것이다.
“흠.”
칸키치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며 패배를 깨달았다.
“〈저〉 선생은 무슨 소리를 한 거야……?”
그가 이후로 홧김에 술을 들이켰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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