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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카(三高) 목공소의 입구에는 〈선거중 휴업〉이라는 벽보가 붙어 있다. 주인이야 후보자니까 그래도 되겠지만 종업원들은 곤란할 것이다. 근처의 소문을 들어보면,
“종업원이래 봤자 심부름꾼 같은 애들을 포함해서 예닐곱 명 정도예요. 전부 선거운동에 매달리고 있으니 장사는 휴업이라도 바쁘기 이를 데가 없지요.” 라고들 하는 것이다. 미타카 키치타로(三高吉太郎)라는 인물은 종전 후 이 땅에 나타나 냉장고를 만들었다. 지금은 장인(匠人)을 부리며 목제 가구류를 만들어 이 근처에선 꽤 벌이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 입후보로 재산도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게 주위의 평판이었다.
대의원(일본의 국회의원에 해당)에 당선되면 돈이 될지도 모르지만 입후보만으로 돈이 될 리가 없다. 가게 선전이라는 방편도 있겠지만 냉장고와 장롱 제조라는 장사에는 별 효험이 없을 터다.
“즉 정치광이라 이거지.”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말았지만, 그게 참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칸키치(寒吉)는 이 근처에 주거지가 있어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이 소문이 귀에 들어왔기에 신문기자의 감이라는 놈을 발휘하여 이 뒤에는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퍼뜩 떠올랐다.
하지만 그처럼 완전히 무명에 지역기반도 얼굴도 없는 후보자에게 어떤 뒷사정이 있단 말인가. 남의 표를 빼앗기 위해 나서는 후보자도 있겠지만 남의 표를 빼앗으려면 그만의 얼굴도 능력도 없어선 안 될 일이다. 미타카 키치타로에겐 그게 없다. 기껏해 봐야 100표라도 얻으면 다행이겠지.
〈하지만 인간은 이유가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광인이라 해도.〉
이건 어느 심리학 책에 써 있던 문구인데 정말로 칸키치는 팍 하고 떠올랐던 게 있었다.
‘파쇼인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치광이 같은 거리의 우국지사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성향은 그가 연설을 늘어놓기 전까진 이웃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발작을 일으킬 때까지 이웃집 사람이 광인임을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칸키치는 마침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역 앞에서 그의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진기함의 극을 달리는 것이었다.
“저는 미타카 키치타로, 미타카 키치타로입니다. (전후좌우로 인사를 하고서) 저의 얼굴을 잘~ 봐주십시오. 이게 미타카 키치타로입니다. (잘생겼다고 외치는 사람 있음) 아뇨, 저는 미남은 아닙니다. (겸손 떨지 말라는 사람 있음) 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만, 얼굴도 머리도 불민(不敏)한 놈입니다. (사람들 낄낄대며 웃는다) 만약 제가 대의원에 당선된다고 해도 일본의 정국에 변화는 없을 겁니다.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 있음. 사람들 점점 웃는다) 저는 재군비(再軍備, 패전 후 일본은 헌법상 군대를 보유할 수 없으나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다시 군대에 해당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이를 재군비라고 한다. 이 소설이 쓰인 후 1954년에 일본은 현재의 자위대를 창설했다)에 반대하고 있는데, 일본이 재군비를 하게 되면 나라가 망합니다. 우선 국민의 생활안정을 (이하생략)”
요컨대 신문지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재군비 반대론에 불과하다. 새로운 이야기도 전혀 없고 과격하지도 않다. 덤으로 화술도 형편이 없다.
‘뭘 위해 입후보를 했지?’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자고 그는 생각했다. 신문기자의 나쁜 버릇이다.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는 이상 속셈을 털어놓을 리가 없다. 하물며 뒷사정이 있다면 털어놓지 않을 뿐 아니라 속임수에도 능할 테니까 함정에 걸려들 우려도 있다. 속마음을 알기 위해선 돌아가라. 그걸 알면서도 굳이 당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게 기자의 본능이라는 놈이다.
칸키치는 밤에 미타카 목공소를 찾아갔다. 응대한 건 인상이 험악한 사십대 남자였는데 그의 명찰을 받아들더니 금방 안색이 변했다.
“뭐야, 신문기자? 신문기자인가? 아하하. 신문인가? 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그의 엉뚱한 웃음은 멈출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칸키치를 데리고 들어가 안쪽 방에서 주인에게 소개를 끝날 때까지도 그 웃음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미타카는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는 소리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선거 중엔 뭐든지 참아야 한다는 듯이 보였다.
“입후보의 감상을 물어보러 왔습니다.”
“뭐, 편히 물어보시오.”
후보자답게 붙임성 있는 태도였지만 그게 어쩐지 어색해만 보인다. 그 외엔 딱히 안 좋게 보이진 않았다.
“입후보는 처음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어째서 지금까지 입후보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그게 말이죠. 요컨대 이건 저의 취미입니다. 마침 약간 돈이 생겨서요. 그게 취미생활의 원인입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취미생할인 거죠. 주위 분들은 저를 걱정해주시기도 하지만 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취미니까 상관없습니다. 내버려달라, 제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원이시라면 어떤……?”
“취미입니다. 취미의 소원.”
“실례지만, 평소에도 〈저〉라고 말씀하시는 게 습관이신가요?”
그는 잠깐 놀랐을 뿐 금방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평소에는 〈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웃는 남자가 방구석에서 듣고 있다가 이번엔 킥킥 웃어대는 바람에 칸키치는 미타카가 불쌍해졌다.
“무소속으로 나오셨는데, 지지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는지요?”
“자유당일까요. 사상은 대체로 공통되어 있습니다. 다만 좀 더 중소 상공업자를 육성해야만 합니다. 그건 제가 특히 불만으로 여기고 있는 점이라서, 또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점도……”
연설조가 되고 있어서 칸키치는 이를 피하기 위해 큰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숭배하는 사람은?”
“숭배하는 사람……?”
“아니면 숭배하는 선배. 정치적 선배는요?”
“선배는 없습니다. 저는 독립독보(獨立獨步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함)하고 있습니다. 일관되게 독립독보하고 있지요.”
힘을 주며 말했다. 그의 곁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소설집이 있었다. 어쩐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느 분 것이지요?”
“이거? 아, 이건 제 겁니다.”
그는 발밑에서 책 두세 권을 더 꺼내 보였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였다.
“재미있습니까?”
“재미있습니다. 웃기는 책이죠.”
“우스운가요?”
“우습고말고요. 이건 정말 난해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와나미 문고(岩波文庫 1927년 창간된 권위 있는 문고본 레이블)를 한 권 꺼냈다. 받아서 보니 키타무라 토코쿠(北村透谷)였다.
“학력은?”
“중학교 중퇴입니다. 저는 책은 자주 읽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읽질 않았네요.”
“읽고 계신 게 아니었나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친 모양이었다.
“몇 표 정도 얻으실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물어보니 슬쩍 음울한 눈빛을 피할 뿐 여기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의 본심을 슬쩍 비쳐 보인 듯한 음울한 눈.
‘이게 본심이다!’
칸키치는 그 날을 자신의 가슴에 간직했다. 그 외의 말은 전부 연극이다. 〈저〉라고 하는 억지로 딱딱한 말처럼.
‘즉, 뒤에 무언가가 있어.’
그걸 붙잡아내고 말리라고 칸키치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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