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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천 년 후의 세계

pilza2 2013. 1. 18. 00:00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로봇과 침대의 무게』 전문을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로봇과 침대의 무게
* 공개 기간 : (무기한)

천 년 후의 세계
千年後の世界
운노 쥬자

海野十三


냉동수면

젊고 야심찬 과학자 후루하타(フルハタ)가 관 속에서 눈을 뜬지도 이레가 지났다.
“어떻게 된 거지? 이미 관 뚜껑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고도 남을 때인데.”
관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나무로 짠 관이 아니다. 몰리브덴 합금 MO-902번이라는 용융점이 높은 굉장한 금속으로 만든 5중관이다. 또한 관 속은 목재 관처럼 겨우 누울 정도로 좁은 형태가 아니라 꽤 넓다. 천장이 높은 다다미 10장 정도의 넓이다. 거기다 침대도 있으며 냉동기계도 있고, 온도조절기도 있고, 가스 발생기라든지 발전기라든지 신호기 등등 여러 기계가 즐비하다. 또한 수많은 참고서적과 그 외에 재떨이, 칫솔, 면도기 같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도 들어 있다. 간단히 말해 연구실과 서재를 통째로 옮겨온 듯하다.
후루하타는 이 기묘한 관 속에서 이미 천 년의 냉동수면을 겪은 것이다.
냉동수면이란 사람을 산 채로 얼려버려 필요한 시간만큼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로 냉동의 수준을 유지시키는 속도가 어렵다. 어설프게 했다간 사람은 그대로 영원히 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제대로 해내면 사흘 후든 백년 후든, 이 후루하타의 경우처럼 천 년 후든 간에 냉동인간의 생명은 보존된다. 그리고 적절할 때에 냉동을 풀고 다시 소생시킬 수 있다. 이때 또 냉동된 신체를 녹여서 원래대로 돌려놓는 기술이 무척 까다로운 것인데, 어쨌든 후루하타의 경우는 양쪽 모두 확실히 잘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젊은 과학자 후루하타의 실험은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라 〈천년인간 냉동사업 연구 위원회〉라는 장황한 이름의 과학자 단체가 있어서 그들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말했듯 관 속은 네모난 방과 같은 형태인데 외부는 구형(球形)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 방향의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천 년 후에서 깨어난 지도 7일이 지나 후루하타의 피로는 완전히 풀렸고 이 관에 들어갔을 때가 마치 어제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완전히 천 년이라는 세월을 잘 잤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천 년을 계속 잔 걸까? 그건 벽에 걸려 있는 라듐 시계가 확실하게 보증을 해주고 있다. 이 시계는 라듐의 방사에 의해 붕괴되는 상태를 측정하여 그에 의해 영구히 시간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후루하타는 일어나서 처음으로 그 시계 앞으로 달려가 경과된 시간을 확인했다. 그에 의하면 천 년보다 좀 더 잤다. 시계의 기록은 천 년하고 169일째가 되어 있어, 서기로 말하면 3600년 2월에 해당한다. 즉 169일 정도 이 냉동기계는 오차를 낳은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 년에 대해 169일의 오차이니 큰 오차는 아니다. 더구나 냉동상태가 된 후루하타의 생명을 천 년 후에까지 온전히 유지할 수 있었으니 그 기계의 우수함은 칭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단지 불안한 점이 있다면 천 년 후가 되었으니 이 관을 밖에서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야만 할 텐데 노크 소리가 아직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설명서에 의하면 이 엄중한 천 년간 불개통의 관은 밖에서 열지 않으면 절대로 열리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관의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라면서 이렇게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깨어난 게 169일이나 늦어버리는 바람에 문을 열어줘야 할 사람이 어디 외출이나 여행이라도 떠난 게 아닐까?”
열리지 않는 밀실 속에서 이런 불안에 습격당한다는 것은 사형보다도 한층 더 극심한 공포였다.
그는 신호 장치에 고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몇 번이나 거듭 점검을 했다. 하지만 고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깨어났다는 사실이 도쿄와 뉴욕과 하바롭스크 세 개 도시에 전파를 통해 전해졌음이 분명할 터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문을 열어주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겨우 깨어난 후루하타도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생존할 수 있으나 그 후로는 계속 살아갈 가능성이 없다. 그는 자신의 생명이 아깝다기보다도 이렇게 천 년 후의 세계에 재생하면서 그 세계를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무척이나 애석했다.

알몸의 여교수

그때였다.
딸랑, 딸랑, 딸랑……
돌연 맑은 방울소리가 울려 퍼지며 밀실 안의 공기를 확 밝게 만들었다.
“아! 왔구나, 왔어! 드디어 왔구나. 관 뚜껑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관 뚜껑을 두드리면 방울이 울리게끔 장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에 이어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드디어 관이 열리는 것이다.
흥분이 가라앉자 후루하타는 대체 누가 이 관을 열러 온 것인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품었다. 마침내 그가 있던 밀실의 문이 열리기 직전에 이르자 한층 심해졌다.
쿵 하고 문이 열리자 어두침침한 밖에서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앗!”
후루하타는 엄청나게 큰소리를 질렀다. 상당히 놀란 목소리였다. 그의 눈이 되살아난 후에 처음 본 방문자는 알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알몸이었다. 게다가 이 방문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묘령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후루하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졌다. 반면 이 여인은 얼굴을 붉히기는커녕 태연하게 후루하타 앞에 섰다.
“후루하타 조교수, 시죠?”
“그렇습니다, 후루하타입니다. 문을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천 년 전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을 이렇게 발견한 건 저에게도 무척 큰 기쁨이에요. 저는 당신의 기록을 199 구역의 방공호를 파괴하던 도중에 발견했는데 긴 스테인리스 통 속에 들어있었어요.”
“아, 그랬습니까?”
대답을 하면서 예전 친구들이 그의 매몰기록을 그런 식으로 200개의 엄중한 통에 넣고 곳곳의 지하에 넣거나 또는 박물관에 진열해준 것을 기억해내었다.
“그런데 당신의 성함을 물어봐도 될까요?”
“저요? 전 하바롭스크 대학의 고고학 주임교수 치타(チタ)라고 해요”.
“예? 주임교수! 실례지만 그렇게 젊으신데 주임교수라니, 대단하시군요.”
그는 솔직히 놀랐지만 치타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젊다니 무슨 말씀을요. 올해로 903번째 생일을 맞은 걸요.”
“네? 그럼 당신은 903세란 말인가요? 믿을 수가 없는데요.”
아직 열아홉이나 스물 정도의 발랄한 여성의 신체를 갖고서도 903세라는 건 수긍하기 힘들다. 그렇게 장수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호호호호.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는 꽤나 즐거워요. 천 년 전의 인류가 어떤 수준의 지능이었는지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대단히 참고가 되거든요.”
여인은 혼자서 즐거워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만 기뻐하지 말고 당신을 위해 천 년 후의 오늘이 어떤 세계인지 그에 대한 상식을 알려드리겠어요.”
그렇게 치타 교수가 금발을 쓰다듬으며 들려준 말에 의하면 인류는 지금부터 900년 전에 죽음의 신을 정복했다고 한다. 즉 인류는 죽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엄청난 대발견이리라.
어떻게 그렇게 되었느냐 하니, 인체에 대한 생리학 연구가 진보하고 모든 병이 전기학에 의해 진단되어 전기적 요법으로 낫게 되었다. 심장이 나쁜 사람은 바로 대용심장으로 바꿀 수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반나절 정도만 지나면 완전히 혈관을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죽는 게 싫다면 절대로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이 놀라운 의학의 진보가 일어난 당시에는 대용장기가 무척 고가이고 금속으로 만든 관계로 꽤 무거워서 대용장기를 장치한 사람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심장과 폐와 신장 등 세 개의 장기를 바꾸면 처음엔 전체 중량이 인간 체중의 세 배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이래서는 혼자서는 걸을 수가 없다. 스스로 마을을 여기저기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탄 상태로 지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없다. 점차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대용장기가 점점 작아졌고 금속을 쓰지 않아도 내압성 인조단백질을 써서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자, 한 번 보세요, 내 몸을. 조금도 이상하지 않죠? 이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요.”
치타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후루하타 앞에서 마치 뮤지컬 배우(원문은 르뷰 걸revue girl. 르뷰는 노래, 춤, 콩트 등이 어우러진 프랑스의 무대 쇼를 일컬음)처럼 사지를 흔들며 움직여 보였다.
후루하타는 새롭게 놀라면서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903세인 당신은 대용장기 덕분에 그렇게 영원히 살고 있다는 얘긴가요?”
“물론 그래요.”
“참으로 놀랍군요. 그 대용장기는 어디에 있습니까? 외부에서는 알아볼 수가 없겠는데요. 그럼 대용장기는 소형이면서 가볍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군요. 치타 교수님, 당신은 저를 놀리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죠? 조금도 놀리지 않는 걸요.”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런 대용장기를 설치한다면 가슴이나 배 근처에 수술 자국이 남아 있어야만 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라본 당신의 육체는 스무 살 처녀처럼 아름답습니다. 바늘로 찌른 정도의 상처도 없고. 이건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 치타 교수는 후루하타의 두뇌의 낡음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후루하타 씨. 외과수술 따위는 950년 전에 완전히 기술을 완성하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몸에 상흔이 없는 건 과거 외과수술 같은 것의 덕택이 아니라 인조피부를 붙이고 있기에 상흔이 없는 거예요.”
“이, 인조피부요……?”
“즉 인조단백질과 비슷한 거예요. 가공품이니까 언제든 지금 피부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지요.”
“아하, 그랬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후루하타는 아연실색했다. 아까부터 이 치타 교수의 알몸을 보고서 얼굴을 붉히고는 있었으나 인조피부라면 수치심 따위는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럼 실례지만 지금 당신의 신체라는 것은 옛날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자란 당신의 진짜 신체와는 대부분 다른 것이군요.”
“뭐, 그렇게 말해도 틀린 건 아니죠.”
“옛날 그대로인 당신으로서 남아 있는 부분은 두뇌와 골격과 얼굴 정도가 아닌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그럼 더 남아있는 게 있는 건가요?”
“그 반대예요. 지금 당신이 말씀하신 얼굴 생김도 달라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태어날 땐 미인이 아니었어요. 이마는 튀어나오고, 눈은 푹 들어갔고, 입은 크고, 코는 구부러져 있었죠. 그래서 저는 완전히 얼굴을 바꿔버렸어요. 얼굴 카탈로그를 보고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얼굴로 고친 거죠. 얼굴의 미추(美醜) 만큼 과거 인류를 괴롭힌 건 없을 걸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절 사람들도 지혜가 없었어요. 얼굴의 미추란 소위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인 눈, 눈썹, 코, 입술, 이빨의 형태와 그 배열 상태에 따라 일어나는 거예요. 눈이 푹 들어가 있다면 거기에 살을 넣으면 되죠. 그런 정도는 대단한 수술이 아니에요. 거기다 인조욱체와 인조피부를 만들었으니 추한 인간은 점점 얼굴을 고치고 미남미녀가 되어갔죠. 지금부터 거리로 나가볼까요? 당신은 분명 단 한 사람의 추남추녀도 발견할 수 없을 거예요.”
“오!”
후루하타는 감탄사만 내뱉을 뿐 뒤에 이어질 말을 몰랐다. 인간의 미추는 3만 년의 인류 역사를 지배했다고 여겨졌으나 지금은 얼마든지 얼굴을 바꾸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탄식 이외에 나올 말이 없었다.

화성과의 전쟁

드디어 후루하타는 관에서 밖으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대지를 돌아다니는 게 천 년만이라고 생각하니 실로 감개무량이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거기는 파기 시작한 터널과 같은 곳이었다. 옆을 보니 물총 비슷한 게 하나 떨어져 있다.
“이건 뭐죠?”
후루하타가 물었다.
“그건 구멍을 뚫는 기계에요. 흙이든 콘크리트든 철벽이든 간단히 구멍이 뚫려요. 이 동굴처럼 생긴 곳은 방금 30분 정도 걸려서 제가 판 거예요.”
그렇게 놀라운 말을 치타 교수가 했다. 후루하타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물총처럼 생긴 기계는 원자붕괴에 의한 거대한 에너지 방출을 이용한 거라고 듣고서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 동력은 전부 원자붕괴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있군요.”
물으니 교수는 그렇다고 답하고 무슨 그런 빤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굴 밖으로 나가보니 예전 과학 잡지에 실린 천 년 후의 세계라는 그림과 똑같은 거리가 나타났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도로가 상하좌우로 몇백 갈래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 엄청난 도로는 단 하나도 후루하타가 알고 있는 도로처럼 열 십(十) 자로 교차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 위아래로 엇갈려 있기에 신호등이라는 게 없고 어디로 가든 신호로 정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층 놀라운 것은 이 도로 위에 자동차 비슷한 탈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엔 사람이 마치 탄환처럼 씽씽 달리고 있다. 그 속도라는 게 엄청난 것이었다.
“저 사람들은 엄청 달리는 게 빠르네요.”
후루하타가 탄식을 하자 치타 교수는 또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아녜요, 후루하타 씨. 저건 사람이 달리는 게 아니라 도로가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옛날 도로는 움직이지 않고 그 위로 자동차나 열차 같은 게 달렸다고 하죠. 지금 도로는 모두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사람이 그 위에 타면 어디든 운반해줍니다.”
“도로가 움직이다니 엄청난 장치군. 동력만 생각해도 우선 자원 마련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치타 교수가 그 말을 막았다.
“아뇨, 지금 세상에 에너지는 얼마든지 있어요. 물질을 부수면 에너지는 얼마든 얻을 수 있어요. 더구나 옛날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막대한 에너지죠.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되요.”
후루하타는 연신 감탄했다. 동력 걱정이 필요 없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인류는 말로 못할 행복한 날을 맞이했으리라.
그때 후루하타는 한 가지 중대한 질문을 치타 교수에게 하고자 생각해냈다.
“저기, 치타 교수님. 지금 세상에도 전쟁은 있습니까?”
“전쟁? 네, 전쟁이야 있지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거리를 뚫고 나갈 것 같은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빠르게 말하고 있다. 치타 교수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 커다란 목소리가 그치자 후루하타는 물었다.
“지금 건 어떻게 된 거죠? 그 큰소리는 확성기 같은 건가요?”
“그래요. 이민 지령부에서 알린 거예요. 어느 번호까지의 인간은 빨리 지상으로 올라가서 이민 로켓 앞으로 모이라는 내용이에요.”
“그럼 여기는 지상이 아니란 말인가요?”
“당연하죠. 지하 500미터 지점이에요.”
“지중가(地中街)란 말이군요. 치타 교수님, 저는 지상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지상의 모양이 바뀌었는지 빨리 알고 싶습니다.”
“안 돼, 안 돼요.”
교수는 후루하타의 부탁을 단숨에 거절했다.
“지상으로는 명령받은 사람 이외에는 나갈 수 없어요. 이민은 명령이니까 저렇게 위로 나갈 수 있는 거예요.”
“이민? 어디로 이민을 간다는 겁니까?”
“금성으로 가는 거예요. 정기적으로 지구상의 인류를 점점 금성으로 보내고 있어요.”
“호, 금성이라. 저 하늘에 있는 금성 말인가요?”
후루하타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별로 여행하는 날이 온 건가요?”
“잘 하면 한 3개월 안에 지구상의 인간은 완전히 금성으로 옮겨질 거예요.”
“예? 그럼 지구는 텅 비게 되는 건가요?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이 소중한 지구를 버리다니…….”
“꼭 1년 후에 지구는 엑스 혜성과 충돌하여 산산조각으로 부서진다는 걸 아니까요.”
“아, 그렇군요. 혜성과의 충돌인가요…….”
후루하타는 수긍했으나 의문이 남았다.
“그래서 지구에서 이민을 갈 필요가 있는 거군요. 그렇다면 금성으로 가지 말고 지구와 기후도 제일 비슷한 화성으로 가지 않는 건 어째서죠?”
그러자 치타 교수는 지금까지 없었던 험한 눈을 하고 후루하타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도 낡은 만큼이나 두뇌가 나쁘군요. 지금 지구 인류는 화성 생물과 전쟁을 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금성 이민을 계획하자마자 화성 놈들은 방해를 시작했다고요. 그러니 이민 로켓도 지금까지 7%만이 금성에 도착했을 뿐 다른 93% 로켓은 모두 화성생물 때문에 로켓은 부서지고 인류는 참살당하고 만 거예요. 어쨌든 화성생물 쪽이 교활한 놈이기에 방법이 없어요. 아니, 인류가 더 빨리 우주전쟁에 대비해 준비를 해뒀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지구상의 인류만이 이 광대한 우주에서 제일 똑똑한 생물이라고 생각한 게 엄청난 자만이니까요.”
후루하타는 아까 치타 교수가 〈전쟁이 있다〉고 했던 전쟁은 이 우주전쟁을 가리키는 것임을 그제야 알아 차렸다.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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