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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심령 살인사건』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46
* 공개 기간 : 무기한


1. 강속구 투수와 여배우의 몸팔이

새로운 해가 된지 9일이 지났는데도 계속되는 음복(飮福)으로 머리가 아프다. 호소마키(細巻) 선전부장이 뒤통수를 문지르면서 아사히(朝日) 촬영소의 문을 지나갈 때 한 남자가 다가와 친근하게 말했다.
“아, 호소마키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나타났어요. 아카츠키 요코(暁葉子)가! 인터뷰를 잡으려고 해도 거절당했거든요. 나중에 만나게 좀 해주세요.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긁으며 싱글벙글 웃는 사람은 전매신문(専売新聞) 사회부 기자인 라오 모쿠스케(羅宇木介)였다.
“정말인가? 아카츠키 요코가 왔다고?”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왜라니, 아직도 아카츠키 요코를 쫓아다니는 건가? 끈질기구만.”
“이게 제 일이라고요. 짐작 가는 데가 있다고 하셨으면서.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뭐, 기다려 봐. 몬에이(門衛)군, 이 남자를 화롯불이라도 쬐게 해주게. 멋대로 촬영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고. 부탁하겠네.”
아카츠키 요코는 연말부터 한 달 가까이 회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남편인 이와야 텐구(岩矢天狗)가 요코를 내놓으라고 두세 번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텐구는 요코하마의 흥행사(興行師)인데 노름꾼이며 시끄러운 작자다. 요코의 옷까지 저당을 잡혀서 도박을 한다는 악한으로, 지금까지 요코가 도망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코에게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주워들은 건 겨우 사흘 전이다. 덤으로 그 애인이 프로야구 체스터(チェスター) 팀의 명투수 오오시카(大鹿)라는 것이다. 강속구 스모크볼로 작년 프로에 들어가자마자 30승 가까이를 올린 신인왕으로, 스모크 피처라고 불리고 있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선전효과 100퍼센트가 되겠지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재미있다. 엉터리 소문이겠지만 라오 모쿠스케가 강한 집념으로 요코를 찾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전매신문은 네이비 컷(ネービーカット) 팀을 가진 유명한 야구신문이다.
호소마키가 부장실에 들어가자 젊은 부원이 다가왔다.
“아카츠키 요코와 코이토 미노리(小糸ミノリ)가 뵙고 싶다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흠, 역시 사실이었나……. 데리고 오게.”
아카츠키 요코는 뜨기 시작한 뉴 페이스지만 호소마키가 발탁하여 눈에 띄는 역할을 두세 번 맡겼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연기를 펼쳤고 이제부터 뜨려던 참이었다. 호소마키도 발탁한 보람이 있다며 자랑하던 참이었기에 들어온 요코와 동료 신인인 미노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바보야! 이제부터 중요한 시기인데 한 달이나 어디를 쏘다니다 온 거야? 대답에 따라 용서 안 할 수도 있어.”
“죄송합니다.”
요코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호소마키의 분노에 자애가 담겨 있음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가출해서 연애를 하고 있었어요.”
“어이, 어이. 어지간히 좀 하라고.”
“정말이에요. 적어도 부장님께는 털어놓자고 쭉 생각하고 있었지만 폐를 끼쳐서야 되나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던 거예요.”
“흥. 누구야, 상대는?”
요코는 그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필사적인 얼굴로 물었다.
“제 연기에 가능성이 있나요? 아무리 힘든 공부라도 하겠어요.”
“그게 어쨌다는 거야?”
“10년 걸려서 스타가 된다면 그때는 출연료를 300만 엔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코는 창백하고 진지한 얼굴로 호소마키의 기가 막혀 하는 무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결국은 울면서 쓰러져버렸다.
미노리가 대신 말했다.
“요코 씨의 애인은 체스터의 오오시카 투수입니다.”
“역시 그랬나…….”
“가출하셨을 때부터 저는 상담을 듣고 숨겨주거나 이와야 텐구 씨와 교섭하거나 했습니다만, 텐구 씨는 위자료로 300만 엔을 내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오시카 씨는 어제 칸사이(関西)에서 돌아왔습니다. 300만 엔으로 몸을 팔 수 있는 구단을 찾으러요. 요코 씨는 반대하셨습니다. 그저께는 하루종일 말다툼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오시카 씨에게 선수로서의 명예를 더럽힐 바에야 자기가 회사에 가서 돈을 빌리겠다고 했던 겁니다. 요코 씨의 가엾은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흠. 엉뚱한 소리를 지껄였군.”
큰소리로 꾸짖었으나 신경이 예민해서는 할 수가 없는 촬영소 근무를 올챙이배를 흔들며 해내는 의외로 침착한 남자다. 한편으로 머리에 번뜩임이 있었기에 두 사람을 방에 남겨두고 스카우트 담당인 케무야마(煙山)의 방을 찾아갔다. 스카우트라는 건 유망한 선수를 찾아내거나 매수하여 뽑거나 하는 역할로, 무릇 인재가 없으면 팀의 전력 강화는 불가능한 법이다. 케무야마는 일본 유수의 명 스카우트였다.
호소마키는 케무야마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저기,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뭔데?”
“실은 이래저래 해서……”
그렇게 사건의 경위를 이야기해주었다.
“흐음. 잠깐 하는 이야기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오오시카는 하이무라(灰村) 감독이 키운 애니까 옮기지 않을 거라며 각 구단에서도 포기하고 있던 선수야. 하지만 300만 엔은 비싼데. 그런 고액은 어느 구단에서도 전례가 없는 걸로 알지만 그래도 300만의 가치는 있지. 그 녀석이 가입하면 우승은 틀림없는 거야. 얼른 사장에게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겠나?”
시키시마(敷島) 사장의 방을 찾아가 상의했으나 300만이라는 가격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쌌다. 작년 트레이드에서는 50만에서 80만이 최고라고 불려 올해는 베스트 텐의 상위선수도 100만, 한 사람이라면 150만, 200만짜리 선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났다. 구단이 15개로 늘어났기에 선수 쟁탈이 격렬해서 고가를 부르고 있던 것이다.
“제아무리 삼진왕이라고 해도 고작 루키잖나? 100만도 충분히 비싸다고.”
배짱이 큰 시키시마조차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도 말이죠. 그가 가입한다면 틀림없이 우승할 거예요. 우승한다면 싼 거죠. 어쨌든 오오시카는 300만이라는 돈을 원한다, 300만이 필요하니까 움직인단 말예요. 안 그러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선수니까 시세를 무시하고서라도 300만을 준비해주십시오.”
“그럼 이렇게 하지. 어찌 되었든 300만을 준비하면 좋다 이거지? 오오시카에게 100만, 아카츠키 요코의 출연료 선불로서 200만. 이걸로 맞춰보게. 아카츠키 요코에게 200만이라는 것도 예외적이지만 어차피 돌아갈 돈이니까 포기하라고.”
“그렇군요. 그럼 이걸로 제의해보죠.”
그렇게 케무야마는 그 날 밤 곧바로 교토(京都)로 달려갔다. 교토에는 오오시카와 요코가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는 비밀리에 숨겨진 집이 있었다. 그 사실은 오오시카와 요코 밖에는 모르고 있다. 위치는 아라시야마(嵐山) 구석에 있는 아틀리에다. 안방에서 꽤 멀리 떨어져 독립되어 있다. 주인인 화가가 죽은 후에는 쓰이지 않고 있던 곳이다. 케무야마와 호소마키는 요코에게서 이곳의 주소를 듣고 나서는 이야기가 결정될 때까지는 누구도 모르게 모습을 숨기고 있으라고 당부한 후에 뒷문을 통해 돌려보내고, 케무야마도 뒷문으로 빠져나가 교토로 달려간 것이다.
지도를 의지하여 와보니 오른편과 뒤에는 절, 왼편에 고분(古墳)이 있고, 앞에는 대나무 숲이 자라난 산이라고 하는 무척이나 쓸쓸한 장소다. (지도 참조)

첫 만남이지만 케무야마 스카우트라고 하면 야구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라 그의 방문을 받았다는 건 선수로서는 일류 중의 일류로 취급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오오시카는 경의를 표하며 그를 맞았다.
“실은 아카츠키 요코가 어제 회사에 나타나서 출연료 300만을 선불로 달라고 했다더군. 자네가 300만으로 팔려가려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거지. 하지만 스타라면 몰라도 앞으로 잘 될지 어떨지도 모르는 신인에게 300만은커녕 30만이라도 회사로서는 꺼려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렇지만 자네와 합쳐서 자네들에게 필요한 300만을 합쳐서 주기로 얘기가 되었는데 어떻겠나? 자네의 계약금으로 100만, 요코에게 선불로 200만이라는 내역이네. 자네에게 100만이라는 계약금이 적은 액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은데.”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적기는커녕 신인인 제게 계약금 100만은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죠. 그래도 저도 무리를 말씀드리자면 300만에 팔려갈 곳을 찾고 있습니다. 요코 씨에게 부담을 줘서는 남자로서 체면이 서질 않습니다. 어떤 불리한 조건이라도, 예를 들여 평생 구단에 얽매이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계약금 300만을 원합니다.”
“그런가? 자네가 그런 각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러면 자네의 의향을 사장에게 전하고 상담을 한 후에 답변을 해야 되니까 기다리고 있게나. 자네는 이미 다른 구단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오, 아직 어디라고 할 만한 구단을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전 석간 스포츠의 기자인 우에노 미츠코(上野光子)가 칸사이 방면에서 프리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구단에도 소속되지 않고 얼굴을 이용하여 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어젯밤 우에노 미츠코와 만나서 제 희망을 전달해두었습니다.”
“흥, 나쁜 놈에게 부탁을 했구만.”
오오시카는 케무야마의 응시를 받고서 얼굴이 벌게졌다.
“어쩔 방도가 없었습니다. 전 아직 프로 초년생이라 구단과 교섭할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거든요.”
우에노 미츠코라고 하면 야구계에서는 이름난 여성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배구인지 뭔지의 선수였다는데 5척 4촌의 멋진 체구를 가진 육체파 미인이다. 멋진 경기를 쫓아서 동분서주하고 석간 스포츠에 관전기를 써서 스포츠팬의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위엄이 있는 존재였다. 왜냐하면 일류선수의 대부분은 미츠코의 유혹의 마수에 묶여서 관계를 맺고 있어, 그걸 빌미로 얽매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내막을 파헤쳐지면 상당수 유명 선수가 가정불화를 겪고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위엄을 갖고 프리 스카우트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오시카가 얼굴을 붉히는 꼴을 봐서도 그 역시 유혹에 굴복한 사람이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미츠코는 이 숨은 집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
“아뇨, 이 집은 요코 씨 외엔 아무도 모릅니다. 우에노 미츠코와는 밖에서 연락하고 있고요.”
“그런가, 그건 잘 했네. 미츠코가 날고뛰어도 300만이라는 거금은 어느 구단에서도 내지 않겠지만, 만일 그 쪽에서 연락이 있다고 해도 보류해두게. 곧 답변을 갖고 올 테니까.”
“예.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요코 씨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십시오.”
“좋아, 알겠네.”
케무야마는 곧바로 도쿄로 돌아왔다. 300만이라는 제안에 답할 구단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문제는 전재신문이다. 그곳은 타격이 우수한 선수를 갖추고 있으나 투수가 모자라다. 거대자본의 힘을 이용하여 필사적으로 투수를 빼오려 암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신문의 기자가 아사히 촬영소 문 앞에서 요코를 기다리고 있던 걸 봐서도 오오시카의 소문을 알았던 듯하다.
케무야마는 교토 역에서 급행을 탔는데 차 안에서 우에노 미츠코와 만났다. 날씬한 몸을 모피로 감싸고 있어 어딘가의 귀부인처럼 보이는 모양새다.
“오, 화려하시구만. 영업용인가?”
“어머나, 케무야마 씨야말로 누구를 뽑으러 가시는 건가요? 오오시카 투수?”
“뭐? 오오시카가 움직였나?”
“알고 계시면서 그래요. 당신 회사의 아카츠키 요코와 오오시카의 로맨스, 가르쳐줘요.”
“뭐, 뭐라고? 처음 듣는데. 당신은 어디서 들은 거요?”
“그렇게 모르는 척 하실 거면 말 안 해도 괜찮아요.”
미츠코는 씩 웃고는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케무야마는 일이 성가시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미츠코가 칸사이의 구단을 맡는 한 오오시카의 트레이드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도쿄로 간다면 첫째로 전매신문, 다음으로 라이벌인 사쿠라(桜) 영화사가 있다. 그 둘이 거대자본을 내세워서 유명 선수를 종횡무진으로 뽑아가고 있다. 실제로 아사히 영화사의 러키 스트라이크에게서도 3명을 데려간 상태다.
방심할 수 없겠어. 케무야마는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회사로 돌아와 오오시카의 의향을 사장에게 알리고, 또 우에노 미츠코가 상경하여 오오시카를 팔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도 덧붙여 말했다.
“뭐라고? 전매신문과 사쿠라 영화 같은 곳에서 신인투수에게 300만을 낸다고?  100만이 딱 좋아. 단 50만이라도 더 주면 다른 선수에게서 불평이 터져 나올 걸.”
“하지만 계약 조건이 끝내준다고요.”
“그러니까지.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100만에 하는 게 당연하잖나.”
“아니죠, 전매신문이 원하는 건 투수입니다. 방심할 수 없죠. 우리가 원하는 것도 첫째로 투수. 다음이 3번, 4번타자가 모자라죠. 만약 러키 스트라이크에 오오시카가 들어오고 3번으로 피스의 고쿠부(国府) 1루수, 4번으로 캐멀의 모모야마(桃山)를 영입한다면 공수 모두 100만 달러짜리. 우승은 확실합니다.”
“그야 절대로 우승할 수 있겠지. 고쿠부와 모모야마를 잡을 수 있겠나?”
“반드시 붙잡아 보이겠습니다. 100만씩으로 데려오지요. 그런 조건으로 오오시카에게 300만을 주십시오. 제가 스카우트를 하는 이상 절대로 팔리지 않을 오오시카를 데려오고 싶어요. 우에노 미츠코에게 지고 싶지 않거든요.”
“뭐, 자네가 고쿠부와 모모야마를 데려온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나? 100만씩으로 둘을 데려오면 오오시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셋을 모으면 우승은 확실하니까.”
“그럼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응하면 오오시카도 꼭 하는 겁니다.”
“아무튼 두 사람을 데려오는 걸 먼저 해주게.”
“그러지요. 사흘 후에 낭보를 갖고 오겠습니다.”
케무야마는 다시 서쪽 지방으로 갔다.
고쿠부와 모모야마를 만나보니 100만 엔이라면 OK라고 한다. 케무야마는 기뻐했다. 사흘이면 돈을 준비할 수 있으니 다른 계약을 거절해달라고 다짐해둔 후에 안심하고 오오시카를 찾아갔다.
“여어, 답변이 늦어서 미안하네. 실은 이래저래 해서 고쿠부와 모모야마의 참가를 조건으로 그때는 자네에게도 300만을 주기로 했네. 고쿠부와 모모야마는 성공했으니 기뻐하게. 곧 돌아와서 300만을 갖다 줄 테니.”
“그렇습니까? 실은 조금 안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
“실은 이와야 텐구에게 20일까지 300만 엔을 주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20일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케무야마 씨에게서 답변이 오질 않고 궁지에 몰린 기분이 되었던 참에 어제 우에노 미츠코에게서 연락이 왔기에 전매신문이나 사쿠라 영화사에 부탁해달라, 어떤 불리한 조건이라도 300만이면 된다, 라고 부탁을 했던 겁니다.”
“그건 안 좋은데. 우에노 미츠코의 대답은?”
“19일 정오에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꼭 성공해 보이겠다고 말했거든요.”
“그건 곤란한데. 오늘은 17일이군. 18일 오전에 밤차로 떠나서 19일 오전에 도착하면 우에노 미츠코를 앞지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내 쪽은 확실하거든. 밤차로 돈을 나르는 건 위험하니까 19일 아침 떠나면 저녁에 도착해. 내 쪽은 확실한 거니까 우에노 미츠코가 뭐라고 말하든 단호히 거절해주지 않겠나? 아니면 우에노와의 약속 따윈 어기고 만나지 않도록 해줬으면 하네.”
“네, 확실하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물론 확실해. 20일에 이와야 텐구에게 돈을 치르는 곳은 어딘가?”
“이와야 텐구가 교토에 오기로 했습니다. 요코 씨도 19일 밤 여기로 오기로 되어 있고요.”
“그런가? 그럼 19일 중으로 늦지 않게 도착하면 되겠군.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 자네도 지켜주게. 아카츠키 요코를 위해서라도 우리 회사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주게.”
“옛! 알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케무야마는 안심하고 도쿄로 돌아왔다. 시키시마 사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니 우에노 미츠코의 이야기가 거기까지 진행된 이상 뺄 수는 없게 되었다.
“좋아. 약속대로 오오시카를 빼오자. 오늘 저녁까지 500만을 준비해두겠네.”
“그렇습니까? 가방을 들고 받으러 가겠어요.”
“자넨 오늘밤 갈 건가?”
“아뇨, 내일 아침 갑니다. 밤기차로 돈을 나르는 건 위험하고 우에노 미츠코와 만나도 곤란하죠. 아침 급행 중 제일 빠른 게 7시 30분에 옵니다. 9시발 특급인 츠마베(ツバメ)호가 늦게 출발해도 빨리 도착하겠지만 특급에서는 아는 얼굴을 만날 수가 있으니 일부러 7시 반차로 갈 겁니다.”
“좋도록 하게.”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서 코이토 미노리의 집을 찾아가 아카츠키 요코를 만났다. 300만으로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알리니 안심이 되어선지 눈물을 흘렸다.
“자네도 내일 교토로 가지 않나?”
“예, 갑니다.”
“눈에 뜨이지 않도록 해주게. 몇 시 기차인가?”
“오후 1시, 도쿄 출발. 교토에는 밤 11시 가량에 도착할 거예요. 이와야하고 약속이 있거든요. 기차 안에서도 이와야와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끝맺을 작정입니다.”
“그건 오오시카군이 알고 있나?”
“아니오.”
요코는 괴로운 듯 고개를 숙였다.
“꽤 위험한 이야기가 아닌가? 내가 교토역으로 마중을 나갈까?”
“아뇨, 위험은 없습니다. 몸을 지키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가. 아무튼 조심하게.”
오후 3시 반쯤에 케무야마는 500만 엔을 받았다. 1000엔 지폐로 380만. 100엔 지폐로 120만. 100엔 지폐가 엄청났다. 트렁크 두 개짜리 짐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날 밤 6시 무렵의 일이었다.
전매신문 사회부의 전화가 울렸다. 거기 있던 라오 모쿠스케가 받으니 귀에 익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매신문이죠? 하, 저기요. 야구에 빠삭한 사람에게서 부탁받은 건데 내일 아침 7시 30분발 하카타(博多)행 급행에 러키 스트라이크의 케무야마 스카우트가 탈 테니 미행을 해보라고 하네요. 그럼 이만.”
뚝 끊어졌다.
아카츠키 요코를 쫓아다니며 오오시카와의 로맨스, 오오시카의 거처 등을 캐내고 있던 모쿠스케는 깜짝 놀라 킨쿠치(金口) 부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상한 전화가 왔어요. 이런저런 이야기인데…….”
“흠. 부장님께 알려.”
부장의 집에 전화로 지령을 부탁했다.
“사실은 말야. 오오시카는 우에노 미츠코가 빼낸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다네. 우에노 미츠코는 오늘밤 밤차를 타고 교토로 갈 텐데 그 빼내는 금액을 타협하지 않았으니 실패할지도 몰라. 케무야마가 간다는 얘기는 그도 오오시카를 빼내려는 거겠지. 그 교섭이 실패한다면 아카츠키 요코의 로맨스를 폭로해버리게. 케무야마를 쫓아가. 그리고 오오시카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알아내라고. 케무야마를 뒤쫓아가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알겠나?”
“넵!”
그리하여 모쿠스케는 전표를 받고 출장 준비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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