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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행
같은 날 아침 도쿄역, 7시 30분발 하카타행 급행열차의 출발 10분 전. 킨쿠치 부부장과 라오 모쿠스케가 케무야마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는 장소에서 혼자서 추적하는 건 위험하다는 이유로 킨쿠치 부부장도 동행하게 된 것이다.
“앗, 왔다, 왔어.”
“누구야, 케무야마는?”
“저기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들고 있는 저 남자예요.”
“저 사냥모자 쓴?”
“그렇습니다.”
마흔 중반의 다부진 남자. 이 케무야마는 야구의 스카우트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검술과 유도의 달인으로 5척 4촌 5분 정도 되는 키지만 떡 벌어진 체격이다. 스카우트로 명성이 있으나 그의 사생활은 매우 평판이 좋지 않은 남자다. 긴자(銀座)에 캬바레를 경영하고 있다고만 말해도 더 이상은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 무허가 상사회사도 갖고 있고 이런저런 방법의 사기를 치고 있어 아슬아슬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야구 스카우트로서는 실적을 올리며 명성을 퍼뜨려서 그런지 그런 쪽에서는 어두운 소문이 들리지 않는다. 선수를 빼내는 작업 자체가 사기 사업과 닮았으니까 그걸로 만족해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케무야마가 승차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 킨쿠치와 모쿠스케는 가운데에 있는 이등차에 올랐다. 거기에는 케무야마가 타지 않았다.
“이상하군. 일등칸인가? 아니면 가장 앞에 있는 이등칸일까? 모쿠스케, 보고 와.”
“예입.”
모쿠스케는 살펴보고 왔으나 성과가 없었다.
“이야, 적은 여간내기가 아니군요. 놀랐습니다.”
“뭘 그리 감탄한 거야?”
“일등칸엔 없어요. 가장 앞에 있는 이등칸에도 없고요. 짐작도 못할 삼등칸 구석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감추고 있었어요. 아까 옷차림을 보고 알아차렸지만 케무야마 씨는 몰래 여행하고 있는 거예요. 까닭이 있겠죠. 아마도 트렁크 두 개에는 지폐가 들어 있을 걸요.”
“이제 겨우 알아차렸나?”
“조마조마하네요.”
“케무야마도 그게 자기 돈이 아닌 거지.”
“과연 한심한 샐러리맨이네요. 그래도 케무야마 씨의 월급봉투는 우리보다야 무겁겠지요.”
모쿠스케는 그렇게 슬픈 말을 했다.
무사히 교토에 당도했다. 도착은 오후 6시 41분 예정.
“모쿠스케, 케무야마가 탄 차로 가서 망을 보고 있어.”
“옙.”
그러나 모쿠스케는 교토에 도착하기 전에 침울한 얼굴로 돌아왔다.
“케무야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요.”
“화장실에 갔나?”
“케무야마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는군요. 해서 일단 그물 선반을 보면서 걸었는데 그 트렁크 비슷한 건 보이지도 않았죠. 우리가 자랑은 아니지만 트렁크에 지폐가 들었다고 간파하고 힐끔거리며 눈에 담아두었기에 몰라볼 일은 없는데 말이죠.”
교토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개찰구 근처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케무야마는 하차하지 않았다. 내리는 손님은 이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정차 시간은 15분이나 되기에 환승선의 플랫폼을 살펴봤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만일을 위해 한 번 더 차내를 돌아다니니, 교토에서 승객이 많이 바뀌어 있어서 꽤나 공석이 눈에 들어오는 중에, 있었다.
케무야마는 이번엔 맨 앞에 있는 이등칸의 중간 부분에 머플러로 얼굴을 감추고 코트의 옷깃을 세우고 잡지를 읽고 있다. 그 가방은 좌석 밑에 억지로 밀어 넣고 발로 누르고 있다.
“참으로 주의 깊은 놈이구만. 슬쩍 좌석을 바꾸고 있었어요. 이렇게 되면 도망가게 둘 수 없죠. 우리는 여기서 망을 봅시다.”
“좋아. 나도 망을 보겠어.”
두 사람은 들키지 않도록 그의 뒤쪽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케무야마는 오사카(大阪)에서 내렸다. 택시를 잡아탔다. 두 사람도 택시를 타고 추적. 신요도가와(新淀川)를 지나고 수이타(吹田) 부근에서 돌아오더니 작은 집 앞에 멈췄다.
킨쿠치는 직접 내려서 케무야마의 운전수에게 말했다.
“우리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신문 기자입니다. 이유가 좀 있어서 따라다니고 있는 거니까 커브를 틀 때 쫓아가기 쉽도록,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팁을 쥐어주었다.
그리곤 케무야마가 들어간 집의 문패를 보고는 놀랐다. 캐멀의 맹타자 모모야마 외야수의 집이었다.
“상대는 모모야마인가? 이 녀석은 허를 찌르는구나. 과연 대단해.”
15분 정도 지나자 케무야마가 나왔다. 또 추적. 차는 국도를 지나 점점 교토 방향으로 돌아왔다. 좁은 길이 구부러지며 겨우 도착한 곳이 야마자키(山崎) 마을. 꽤 대문이 큰 집 안으로 케무야마는 사라졌다.
그곳의 문패를 살펴보니 피스의 보물이라 불리는 타자 고쿠부 1루수의 집이다.
“드디어 나오는군, 점점 수상해. 대단해, 대단해.”
“괴물이란 이름에 어긋나지 않네요. 적이지만 대단한 놈이야. 이걸로 지폐가 꽤나 줄어들었겠지.”
모쿠스케는 지폐만 신경 쓰고 있다.
“모쿠스케, 이 계약금 얼마인 거 같아?”
“나쁜 일을 생각할 정도의 솜씨는 없는데요.”
또 15분 정도 지나자 케무야마가 나타났다.
자동차는 쏜살같이 교토로 향했다.
“과연 그렇군요. 제대로 여러 일을 정리하고 나서 오오시카가 숨은 집으로 가는 건가? 놈은 순서를 생각해두고 있어. 우리의 추적이 알려진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몰라. 기차 안에서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안 될 일이죠. 지폐가 줄어드는 걸 보니 우리의 배가 주는 것 같아. 홧김에 술이라도 마시고 싶은데…….”
차는 교토 시가지로 들어갔다. 차가 멈춘 장소는 카와하라쵸(河原町) 4번지를 지나 들어간 뒷골목의 멋진 집. 하지만 작은 음식점 같은 곳이었다. 여관의 간판이 매달려 있다. 거기서 택시는 돌아갔다. 두 사람도 차에서 내렸다.
“어디, 여기가 오오시카가 숨어 사는 집인가?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여기서 묵자고.”
“좋죠, 좋죠.”
두 사람이 여관 현관에 들어서자 노파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어서 오이소.”
“방 있습니까?”
“방 말입니꺼? 해필 만원이네예.”
“지금 한 명 들어갔잖아요?”
“아, 예약한 분이라예.”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요?”
“우쩨 생긴 분인지……?”
“6척 정도의 키 큰 남자요.”
“모르겠심더.”
“지금 들어간 사람과 아는 사이인 젊은 남자인데.”
“모르겠는데예.”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계를 보니 9시 50분.
“아, 여기에 우동 가게가 있군요. 한 잔 하면서 들어보시죠.”
“그럴까?”
데운 술을 주문하고 앞에 있는 여관에 덩치 큰 남자가 묵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허사였다.
“아저씨,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라카면 밥보다도 좋다 아임니꺼.”
“체스터의 오오시카 투수를 알고 있나요?”
“스모크 피처지예. 응원하고 있다 아인교.”
“그 남자입니다. 앞의 여관에 묵지 않을까요, 그런 인물은?”
“본 적이 없습니더.”
모르는 이상 오래 있을 필요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부딪쳐 보자고. 차라리 케무야마에게 만나자고 하자.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될대로 되라지.”
“찬성!”
그래서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까 케무야마 씨를 만나고 싶은데요.”
“아, 케무야마 씨? 산책하러 나갔다 캤는데예.”
“야야!”
모쿠스케가 묘한 소리를 질렀다. 킨쿠치는 침착하게 물었다.
“어떤 모습인가요. 여관의 도테라(소매가 넓은 솜옷)?”
“아니예, 양복이라예.”
“그렇다면 가방을 들고 갔겠군!”
모쿠스케는 가방에 대한 집념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노파는 놀라며 답했다.
“아니예, 가방은 안 들고 가셨심더. 산책한다 캤심더.”
“흠……. 기괴한 일이군.”
두 사람은 실망한 채로 밖으로 나왔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지국에 들러보자고.”
지국에 가보니 저녁 5시 무렵 본사에서 킨쿠치 앞으로 온 전화가 있어, 오후 10시 47분 도착하는 급행으로 아카츠키 요코와 이와야 텐구가 교토에 도착할 테니 그 시간에 교토역으로 가보라는 지령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실패했다. 곧바로 지국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을, 신쿄고쿠(新京極)에서 어슬렁거리다 쿠시카츠(串カツ 돼지고기와 채소를 꼬치에 꽂아 기름에 튀겨낸 일본 요리)를 먹으며 술을 한 잔 걸치는 바람에 지국에 도착한 게 11시 5분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다. 그래도 기차가 늦게 도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신의 자비를 빌면서 가보기로 했다.
“아, 참. 여러분 대신에 별도로 마중을 나갔어요.”
“누가?”
“아마 5시 반쯤 되었을까요. 우에노 미츠코 여사가 나타나더니 오오시카와 얘기를 나눠봤지만 본사가 돈을 내기를 꺼리는지라 계약을 맺을 수가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관계를 끊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전화가 왔는데 오오시카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물었더니, 깊은 관계가 있다고 이걸로 아직 가망이 있다고 하더니 뛰쳐나가는 거예요. 정거장에서 두 사람을 붙잡고 상의를 하면 어떻게든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기운을 되찾은 것 같았어요.”
“아, 그랬나? 이쪽도 조금은 기운을 되찾을 것 같네.”
그렇게 차를 전속력으로 몰고 역으로 가보았으나 급행열차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고, 물론 급행에서 내린 손님이 아직까지 어슬렁거리고 있을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숙소를 정하고 정말로 홧술을 마시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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