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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심령 살인사건』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46
* 공개 기간 : 무기한

10만 엔에 자식을 죽이다
─선교사 세 명 구속─
【아오모리(青森)발】지난달 23일 도호쿠본선(東北本線) 코미나토(小湊)와 니시히라나이(西平内)〈아오모리현(青森県) 히가시츠가루군(東津軽郡)〉간 선로 옆에서 아오모리현 카미키타군(上北郡) 텐마바야시 마을(天間林村) 텐마다테(天間館), 츠보 토쿠에(坪得衛 41세, 무직) 씨의 시체가 발견되어 아오모리 현 본부 경찰과 코미나토 지서는 타살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여, 지난 8일 범인으로 아오모리현 히가시츠가루군 코나미토쵸(小湊町) 온타케교〔御嶽教 나라현(奈良県)에 교단을 둔 신토(神道 일본의 전통적인 민속 신앙. 다신교 체제여서 외래 종교와 쉽게 융합하는 게 특징)의 교파. 1882년 창설되어 교인은 50만 정도〕 교사(教師)인 스도 마사오(須藤正雄 25세)를 체포했고, 이어서 18일 아침 피해자의 부친인 카미키타군 텐마바야시 마을 텐마다테 민생위원(民生委員 촌락 등지의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배치된 민간 봉사자. 비상근 지방공무원으로 취급된다) 츠보 토쿠사브로(坪得三郎 61세, 농업)와 토쿠사브로를 스도에게 소개시킨 혐의로 츠보 유타로(坪勇太郎 행상) 씨의 부인인 시게(しげ 50세, 온타케교 신자)를 체포했다. ……
─아사히 신문(朝日新聞) 5월 17일 석간─

자식을 버리고 싶어 한 아버지

공안위원(公安委員 경찰을 관리, 감독하는 공무원)인 야마다 헤이사쿠(山田平作)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을의 경찰서에 출두했다. 장남 후지오(不二男)가 붙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서장이 걱정스러운 듯이 그를 맞았다. 후지오가 경찰 신세를 지는 것도 이번에 다섯 번째다. 공안위원이라는 직함의 체면이 있어서 헤이사쿠는 남들의 몇 배나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헤이사쿠는 줄곧 다짐을 하고 왔기에 서장을 보자 흥분하여 말했다.
“이번만은 곰곰이 생각을 했습니다. 조상님의 위패를 볼 낯이 없었기에 이번만은 마음먹고 의절, 폐적(廢嫡 적자의 신분, 상속권 등을 폐함)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경찰의 신세를 지는 인간에게는 무엇보다 따뜻한 가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여기서 뿌리쳐 버리면 점점 나쁜 길로 빠질 뿐이라……”
서장이 어려워하며 말하는 걸 오노(小野) 형사가 떠맡았다.
“의절 같은 걸 했다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악당이 한 명 생겨날 뿐이라고요.”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잊지 마라, 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런 어투가 느껴져서 헤이사쿠는 저도 모르게 노여움을 띠었다.
“경찰의 힘으로 근성을 뜯어고치게 해줄 수 없을까요? 부모로는 어쩔 도리가 없기에 부탁을 하는 건데.”
“경찰이 감당할 수 없으면 부모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식이군요. 부모의 마음가짐이 그러니까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거라고요. 공안위원이라는 사람이…….”
오노의 말투가 거칠어지자 서장이 막았다.
“오노는 후지오군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니 정이 들은 거예요. 열심히 일하고 곧장 정색하는 성격이 이 사람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후지오군도 결혼하기 이른 나이도 아니니까 좋은 색시를 찾아주면 안정될지도 모르겠네요.”
서장은 이렇게 부드럽게 넘겼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저 온화한 말인 것 같으나 아는 사람이 들으면 그 정도가 아니다. 왜냐하면 헤이사쿠의 말을 들으면 마치 스물 전후의 불량소년을 의절한다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후지오는 올해로 33세나 되었다.
헤이사쿠는 지금 부인에게 머리를 들 수 없는 처지라서 전처의 아이인 후지오에게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넨 적도 없다. 후지오는 소년시절부터 마치 머슴처럼 취급받으며 자랐다. 전쟁이 없었다면 벌서 가출이라도 했을 정도였는데 이른바 전쟁에 의해 구해졌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게 출정을 했다. 군대에서, 전쟁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청춘시절이었던 것이다.
패전 후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버지의 하인 같은 생활을 하면서 어둠의 세계에 빠졌고, 어둠의 친구들과 함께 나쁜 짓으로 돈 벌 궁리를 하기도 해서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일이 거듭되었다.
그때마다 피해를 입는 건 헤이사쿠였다. 합의를 봐야 한다고 하여 돈을 빼앗기고, 어둠에서 자신의 농작물을 훔쳐서 파는 바람에 손실이 거듭 커지면서 창피한 기억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헤이사쿠에게 동정은커녕,
‘무뇌아 머슴이라도 무료로 부릴 수 없는 법인데, 제구실을 해야 할 다 큰 장남에게 색시도 안 주고 공짜로 부려먹으니까 이런 꼴이 되는 거야.’ 라는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헤이사쿠는 이러한 세간의 평에 화가 나던 도중에 서장이 후지오에게 색시를, 이라는 말을 했으니 문제였다.
“저런 놈의 색시가 되려는 여자가 있을 것 같나? 되고 싶다는 여자가 있다면 미친년이지!”
화가 치밀어서 가문의 원수를 저주하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때 헤이사쿠는 경찰 안쪽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나고 있음을 눈치 챘다.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 나무묘법연화경. 나무묘법연화경. 나무묘법……”
마치 폭포 소리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암송 소리. 여자의 목소리지만 필사적인 기백이 가득하다.
“저건 뭡니까? 경찰서 안이 아닌가요?”
서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저래요. 그 산신(山の神)의 행자(行者)라는 오카쿠(お加久)예요.”
“사람을 죽였다는……?”
“아뇨, 살인에 대해서라면 아무래도 오카쿠에게 죄는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오늘쯤 석방할 생각입니다만.”
며칠 전에 농가인 진베에(甚兵衛)에서 딸을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미치광이 딸인 야스코(ヤス子 당시 18세)를 방에 가둔 채 밥도 주지 않고 때려서 숨지게 했다는 사건이다. 일가 식구가 합심하여 살인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여기에 산신의 행자인 오카쿠가 한몫 끼어 있다. 야스코에게 빙의된 여우를 떼어낸다고 말하고 열흘 동안 머물면서 기도를 드렸다. 야스코에게 밥을 주지 않은 것도, 때리라고 지시를 한 것도 여우를 떼어내기 위해서라는 오카쿠의 사주에 의한 일이라는 소문이 마을에 퍼져 있었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까 아무래도 그렇지가 않았어요. 오카쿠의 소행으로 위장해서 죄를 면해보자는 진베에 일가의 노림수가 있는 겁니다. 오카쿠는 보기 좋게 이용당한 것이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교(邪敎)를 이용해서 살인죄를 벗어나려는 놈이 있으니까 제정신인 사람은 어쨌든 연기자가 확실히 한 수 위이라고요.”
서장이 분하다는 듯이 설명했다. 그러자 오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후지오 녀석, 산신의 신자가 되었던 모양인데요. 또 오카쿠 녀석이 후지오에게 관심을 보였던 거죠. 후지오에게 사신(死神)이 붙였다고 말했어요. 그걸 없앤다니 뭐니 했던 거죠. 어제까지는 그랬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후지오 녀석도 합장을 하고는 오카쿠랑 함께 주문을 중얼대기 시작했다고요.”
그걸 들은 헤이사쿠의 눈빛이 변했다.
“그럼 오카쿠에게 부탁하면 후지오의 근성을 뜯어고칠 수 있을까요.”
“신에 대해서는 경찰도 모르겠는데요.”
“저기, 오카쿠와 만나게 해주실 수 없을까요? 만약 후지오의 근성을 고칠 수만 있다면……”
“하하하! 만나게 해드리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저기 저 벤치에 앉아서 합장을 하고 있는 괴인을 보세요. 효도 키요시(兵頭清)라는 25세의 젊은이인데 오카쿠의 신자지요. 교조(敎祖)의 몸을 염려하여 저 벤치에 눌러앉아 있습니다. 근성이 고쳐져서 저렇게 되는 것도 문제일지 모르겠는데요.”
평범하게 양복을 입고 있어 얼핏 젊은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그가 합장을 하고 있다. 창백하고 병든 젊은이가 아니라 운동선수와 같이 건장하다. 그가 가만히 합장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요기가 감돌고 있다. 헤이사쿠는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말했다.
“이야, 저 분이 누구보다 무난합니다. 부디 오카쿠와 만나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마침내 오카쿠가 후지오의 마음씨를 바로잡아 주기로 하고, 오카쿠는 효도 키요시와 함께 당분간 헤이사쿠의 집에 머물면서 기도를 해주게 되었다. 그래서 후지오와 오카쿠는 그날 밤 동시에 석방되어, 여기에 효도 키요시를 더해 세 사람이 헤이사쿠를 따라 경찰서를 나왔다.
그런데 그 후로 30분 정도 지나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헤이사쿠가 혼자서 창백한 얼굴로 경찰서에 뛰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