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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다유는 잠들지 않은 채로 범인이 누군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어둠 속에선 누구든 죽이러 갈 수 있다. 그리고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마술사로서 생각해봤지만 죽이고 나서 원래 위치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부딪치거나 만져지지 않고서 돌아가는 게 너무나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치에 있던 사람은 특히 곤란하다. 마술사 입장에서도 꽤 어렵다. 그런데 전등이 켜졌을 때 모두 원래 위치에 있었으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치한 사람, 특히 쿠다유의 양 옆은 범인의 혐의를 제거해도 좋을 것 같다. 실제 문제로서 불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양측은 키시이와 카츠미였다.
양끝에 있던 모테기와 미도리, 이토코와 타츠오는 원래 위치로 돌아오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미도리는 너무 떨어져 있다. 그리고 타츠오는 전면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돌아오는 것은 뒤로 돌아오는 것보다 불리해진다. 뒤쪽은 적당한 장소에서 기회를 보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앞쪽의 사람들은 뒤에 눈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덤으로 미도리는 기모노였다. 미도리의 위치에서는 오히려 앞쪽으로 돌아가는 게 편하겠지만 심령술인지 뭔지 그 정체 모를 기술이 벌어지고 있는 앞쪽을 지나갈 수 있을 리 없다. 따라서 용의자에서 지워도 될 것이다.
결국 모테기와 이토코와 타츠오다. 이토코는 자주 출입하고 있었다. 전등을 끈 것도 켠 것도 사건 발각 후에 전화를 걸러 방을 나간 유일한 인물도 이토코였다. 이토코는 팔등신의 멋진 몸매이며 체력도 꽤 있어 보이기에 휙 하고 단검을 찌르는 것도 결단코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전등을 끄고 돌아올 때 숨겨두었던 단검을 갖고 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전등을 켜러 갈 때와 전화를 걸러 나갈 때 증거품을 숨길 기회를 얻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토코의 위치가 죽이고 돌아올 때 가장 유리하여 전원의 뒤를 돌아오면 되니까,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람이 전혀 없었기에 그녀의 경우 돌아갈 길에서 위험을 맞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정해도 좋다. 유력한 용의자이지만 동기가 희박하다.
모테기도 피해자와의 최단 거리이기에 왕복의 부자유는 다른 이와 비교해서 극단적으로 적다. 키시이와 두 사람만이 응접실에 있던 동안에 단검을 훔칠 기회도 있었을 터다. 그는 전쟁터에서 살인을 상습적으로 한 괴물이기에 그런 좋은 조건을 맞아 센시치를 일격에 찔러 죽이는 건 오랜만의 즐거움 정도밖에는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동기는 그 역시 희박하지만 성격이 살인을 할 만한지라 그는 유력한 용의자였다.
타츠오는 동기를 볼 때 최대의 용의자였다. 확실히 죽이지 않아도 자연히 자신의 것이 되는 재산이라는 건 일단 이치에 맞는 것 같지만, 올바른 이치의 뒷면에는 그와 맞먹는 반대가 포함되어 있는 게 당연하다. 죽이지 않으면 재산을 잃는다는 두려움이라는 건 한 두개의 원인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이유에 의해 생겨날 수 있으므로, 일단 이치에 맞는 것만으로는 변명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두려움이 생길 이유가 실재하는지가 문제다. 타츠오도 이토코도 같은 후계자이기에 이토코에 비하면 이동하기에 위험이 적은 위치에 있다. 아무튼 뒷줄은 앞줄보다 훨씬 유리한데 덤으로 뒷줄은 두 사람만이 이웃하고 있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최단거리인 모테기보다도 타츠오 쪽이 왕복에는 유리하다고 봐도 좋다. 타츠오의 위치의 경우 거리가 멀다는 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검은 막을 따라서 걸으면 되니까.
이렇게 보면 동기로 봐도 위치를 봐도 타츠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지만 이토코의 조소에 대해 비틀거리며 뛰어다니면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던 그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시 살인을 범할 우려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던 걸까.
되레 그렇게 화를 낸 건 도저히 살인을 할 수 없는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쿠다유는 그 모습에 왠지 호의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범인이라는 결론은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안녕, 마술사 씨.” 라며 이토코가 찾아왔다.
“어젯밤엔 넌더리가 나서 도망친 건가요?”
“아뇨, 그럴 리가요. 오히려 당신 가족들에게 호의를 품게 되었는걸요. 여러분 네 남매에게 말이죠.”
이토코는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저도 아저씨가 좋아졌어요. 이심전심이네요. 여뀌를 먹는 벌레도 있다더니만(사람의 취향은 가지각색이라는 의미의 일본 속담). 카츠미 언니는 그런 살인을 좋아하는 걸요. 저는요, 오늘 중대한 보고를 하러 왔어요. 요시다 야소마츠가 수상하거든요. 어젯밤 제 방으로 몰래 들어오는 걸 발로 차서 쫓아냈더니 가정부의 방으로 간 거예요. 그 소동에 1미터 씨가 눈을 떴던 거죠. 남친 파워를 발휘하니 엄청난 힘이었죠. 팔의 굵기라면 스모 선수 정도는 되니까요. 야소마츠를 녹다운시키는 걸 보니 속이 다 후련했죠. 무엇보다 스트레이트 펀치가 배 아래쪽만을 공격하고 있으니 심령술 선생도 견뎌낼 수가 없었던 거죠.”
“목숨에 지장은 없었던 모양이죠?”
“그야 숙련되어 있으니까요. 여관의 지배인은 주정뱅이를 적당히 때려눕히는 정도가 중요한 직업기술의 하나라나? 아, 중요한 보고라는 건 이게 아니고요, 가정부 미네(ミネ) 씨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떠올린 모양인데, 저 열지 않고 놔둔 짐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 짐만 직접 우리집으로 보내졌다는 거예요. 미네 씨에게서 소식을 듣고 야소마츠가 짐을 받았을 때 말이죠, 참 이상하게도 무슨 짐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상하게 여겼다는 거예요. 일단 열어보자고 해서 미네 씨에게서 부엌칼을 건네받고 막 열어보려고 하는 참에 아버지가 안색이 바뀐 채로 달려오더라는 거예요. 잠깐! 그건 내 거야! 라고 말하면서 무척 화가 난 얼굴로 소리를 쳤다네요. 아버지는 화가 나도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일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굉장히 음험한 인간이었지요. 그런데 그때는 엄청나게 험악한 얼굴로 부엌칼을 집어 들고 내던졌다고 합디다. 야소마츠는 그 얼굴에 놀라면서도 이건 자기 이름 앞으로 온 짐이라고 말했더니 누구의 이름이든 그 짐은 내 물건이라고 아버지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사람을 시켜서 방 안쪽으로 옮기도록 시켰던 거예요.”
“그것 참 기묘하군요.”
“기묘하죠. 더욱 기묘한 일이 있었어요. 오늘 아침 8시쯤 야소마츠가 택시를 부르더니 그 짐만 역까지 갖고 가도록 보낸 거예요. 눈을 뜨더니 밥도 안 먹고 갑작스럽게 말이죠. 그 실연회장 쪽은 그대로 있어요. 식사를 마치고나서 느릿느릿 정리를 하고 있거든요. 어째서 정리가 다 끝난 다음에 함께 옮기지 않는 걸까 생각하다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아저씨에게 보고하러 온 거예요.”
“훌륭한 보고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주 뛰어난. 음. 잊고 있었군요. 왜 고칸 센시치 씨가 버마의 손자를 받아들이려 생각했던가? 그 수수께끼. 잠깐만 기다려요.”
쿠다유는 저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이토코 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깐만, 생각할 게 있으니까. 최대한 서두르고 있어요. 서두르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 그 사이에 이토코 씨를 경찰서로 보내야 하나? 얼른 그 짐의 발송을 막아달라고. 이야기는 생각을 정리한 뒤에 합시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냐, 아냐. 분명히 맞을 거야. 이토코 씨, 얼른, 서둘러요.”
“아, 네!”
이토코는 황급히 갔다. 경찰에서는 짐의 발송을 잠시 막는 것쯤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으나 어쨌든 중대사건과 관계가 있는 물건이기에 쿠다유가 바라는 대로 짐의 발송을 막아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쿠다유는 경찰서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사건이 해결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 짐의 내용을 조사해보면 알겠죠. 일단은 차를 한 잔 마시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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