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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2층의 15조(약 25㎡) 크기의 응접실. 앉고 나서 쿠다유는 놀랐다.
토코노마(床の間 방 한쪽에 바닥을 높이고 족자나 장식품을 놓는 장소)를 제외한 전부에 검은 막을 둘러친 건 당연하지만 천장까지 막으로 덮어 놓았다. 아래엔 융단을 2중으로 깔아놓은 것이다.
이래서는 어떤 속임수도 꾸밀 수 있지 않은가? 천장의 검은 막 위에도 융단 밑으로도 코드나 끈을 숨길 수 있다. 이렇게 막과 융단으로 완전한 토치카를 만드는 건 자신의 본거지나 동업자의 저택 안에서 할 때 가능한 일으로, 간 적 없는 출장지에서는 이 정도는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거지나 잘 아는 집과 달리 면식이 없는 의뢰인의 집에서는 여러 가지 장치가 바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렇게 막으로 감싼 토치카를 만들면 상당한 짓거리가 가능하다. 가령 유령을 등장시킬 수도 있고 탁자와 피아노 등을 공중으로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그만큼의 장치가 들어가기에 뒤바뀌거나 하면 들통이 난다.
방 중앙에는 둥근 탁자가 있다. 하지만 심령술사는 그 탁자에 앉는 게 아니라 토코노마와 나란히 상자가 놓여 있다. 그 상자는 뒤와 좌우 세 면과 상하와 판자로 되어 있어 객석으로 향한 정면만이 검은 커튼이 쳐져 있다. 그 안에 의자가 있다. 심령술사는 그 의자에 앉을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의자에 앉아서 손발을 묶는 게 순서다. 그 줄을 푸는 거야 간단하다. 쿠다유는 10초 정도면 할 수 있다. 둥근 탁자 위에는 확성기, 하모니카, 인형, 나팔, 토기, 찻잔 같은 걸 늘어놓았다.
“이 융단도 요시다 야소마츠 씨가 갖고 온 물건인가요?”
쿠다유는 이상한 듯 여기며 타츠오에게 물었다.
“아뇨, 이 융단은 저희 집 물건입니다. 장막과 상자와 의자와 탁자 위의 물품이 술사님 것이죠.”
“탁자는요?”
“그것도 저희 겁니다.”
테이블 옆에 휴대용 전축이 놓여 있다. 그것도 심령술사의 것이었다. 심령술을 쓰기 전후에 음악을 틀려는 것이다.
그런데 가운데 놓인 탁자에만은 장치가 없다. 쿠다유는 심령술사가 모습을 보이기 전에 무게를 재어보았다. 꽤 힘이 센 쿠다유가 겨우 양손으로 들어 올리는 정도였기에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센시치와 요시다 야소마츠가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어서 이토코가 허둥대며 나타났다.
“어휴, 안 늦었지? 요즘 토요일이 바빠서. 여기저기서 불러 대서 말야. 이런, 이런.”
가쁜 숨을 내쉬며 앉았다. 그 사이에 요시다 야소마츠는 상자 안의 의자에 앉았고, 센시치가 손목을 끈으로 묶고 의자에 동여맸다. 발은 묶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 확인을 해둬라.”
센시치의 말에 타츠오와 이토코가 와서 살펴보았으나 타츠오는 직접 끈을 의자에 한 번 더 둘러 묶었다. 그리고 커튼을 쳤다.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러면서 탄복하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돌아갔다. 그러자 센시치는 이미 전축 앞에서 앉은 채로 말했다.
“술 전후에 음악을 튼다. 술자는 이 음악 속에서 서서히 술의 상태로 들어가고, 또 음악 속에서 서서히 술의 상태에서 깨어나는 습관이 들어 있어. 음악을 트는 경우를 익힌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내가 한다. 곡은 유머레스크다. 누군가 전등을 꺼줘. 담배는 사양해 주시길.”
그래서 재떨이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황급히 담배 상자로 불을 끄거나 하는 동안에 이토코가 서서 전등의 스위치를 내렸다. 센시치가 다른 방과 복도의 불을 꺼두었기에 일시에 새카만 어둠이 되고 말았다. 탁자 위의 야광도료를 바른 물건만이 붕 떠 보였다.
“오우~!”
먼 산에서 우는 부엉이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낸 요시다 야소마츠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뒤를 이어서 전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그리 어울리지 않게 조금 높고 시끄러운 곡이었다.
그 음악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쿠다유에게 있어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탁자 너머에서 쿵 하고 무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탁자 위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꽤 무거운 쇳덩어리 비슷한 게 쿵 하고 떨어져 구른 것 같다. 이어서,
기기기기기, 가가가가가, 강강강……
불분명하고 불쾌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탁자 저편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탁자 위의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애들 장난감 비슷한 걸까. 하지만 장난감의 금속질의 고음을 몇 배 이상 요란스럽게 만든 것과 같아서, 괴물들의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화내는 소리 같기도 한 기괴한 음향이다. 방 안 가득히 미칠 듯이 가득 차며 울러 펴지기에 견딜 수가 없다.
“음!”
“으……!”
여기저기에서 누군가 신음소리를 냈다. 두세 명 정도가 아니다. 한 사람의 신음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신음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괴음은 3~4초 정도 만에 끝났고 이미 음악도 끝나 있었다. 갑자기 하모니카가 공중에 뜨더니 삑삑 울기 시작했다. 사람이 불고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하모니카는 사람의 머리보다 높은 위치를 빙빙 돌고 있기 때문이다. 돌연 확성기가 공중을 떠다녔다. 이어서 나팔이 날아올랐다. 세 개가 함께 미친 듯이 빙빙 돌면서 춤을 추더니 갑자기 세 개가 동시에 탁자 위로 굴러 떨어졌다.
이번에는 피리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슬픈 피리 소리가 희미하게 공중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이 불고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피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는 날다람쥐처럼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형이 날아올랐다. 구슬픈 피리 소리는 여전히 희미하게 단속적으로 들리고 있다. 갑자기 두 개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더니 떨어졌다. 이어서 토기 병과 찻잔이 춤추며 올라갔다. 두 개가 딱딱 소리를 내며 맞부딪친다. 떨어졌다가, 다시 부딪친다. 병이 기울어져 찻잔에 물을 부어넣는다. 토기 병과 찻잔은 위아래로 멀어졌다 다가갔다 한다. 병과 찻잔은 한 바퀴 돌더니 떨어졌다.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심령현상은 그걸로 끝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곧 탁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리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그 탁자에는 야광도료가 발려 있지 않았기에 움직인다 해도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쿠다유가 그 탁자를 다시 살펴봤음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특히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음악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마침내 참지를 못하고 사람들 속에서는 몸을 움직이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오우~!”
상자 쪽에서 먼 산의 부엉이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기에 또 같은 소리가 났다.
“오우~!”
음악을 재촉하는 모양이었다.
“이거 참, 이상하군. 어느 분이든 전등을 좀 켜주세요!”
쿠다유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누군가 일어났다. 전등을 켰다. 전등을 켠 건 이토코였다. 구경석의 전원에는 변함이 없다. 단 한 사람, 모두와 떨어져서 탁자 옆에서 휴대 전축을 마주한 센시치만이 엎드려 있다. 그 등에서 위로 불쑥 튀어나온 것이 있다. 단검의 손잡이다. 단검은 거의 날 끝까지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센시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달려와 안아 일으키니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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