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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칸 센시치가 아들의 영혼을 불러서 버마에 있는 손자를 데리고 온다는 말을 아무리 생각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래부터 센시치는 장남을 특별 취급하지도 않았다. 난쟁이 아들과 딸들과 똑같이 애물단지 취급을 했고, 그래도 대학까지는 보냈다. 그러자 전쟁이 나서 징집되었기에 명예로운 일이다,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라면서 크게 감동하며 격려를 한 것도 애물단지가 하나 줄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에서 나라에 대한 감사와 감격을 표시한 거라고 사람들은 추측했다. 그 외에 특별히 애정을 표시한 예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원래부터 아들의 유령이 센시치와 만나러 나타났다는 게 무척이나 의심스러워서, 만약 살아남아서 버마에 정착한 게 사실이라면 일본으로 돌아와 센시치의 얼굴을 보는 걸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센시치의 아내는 2년 전에 죽었지만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식도 치러주지 않았다. 원래 카츠미, 미도리, 이토코 세 자매는 이에 찬성하여 애정도 없는 장례식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겉으로만 나무아미타불 어쩌고 하는 건 오히려 불결하고 역겹다고 말했으나, 난쟁이 타츠오만이 불평불만을 제기한 건 어머니에게 애정이 강했던 이유일 것이다. 어머니는 난쟁이가 숙소의 손님맞이를 하며 큰 짐을 들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딱하게 여기고 있던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센시치가 버마에 있는 손자를 떠맡는다고 주장하고 그 위치를 알기 위해 장남의 영혼을 부른다고 주장하며 멀리 야마토에서 요시다 야소마츠라는 심령술사를 데려오게 된 건 사실이었기에 그의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남매 모두가 우선적으로 그런 생각부터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반 년 정도 전부터 센시치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가끔 음울한 얼굴로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음울한 건 최근 시작한 게 아니지만 망연한 모습을 사람에게 보이는 건 센시치답지 않았다. 또한 때때로 짜증을 내거나 안달을 내는 일도 있었다. 이런 모습도 남들에게 보이는 센시치의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센시치의 마음에 무언가 이상한 게 생겨났음이 틀림없지만 전사한 장남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가 장남의 유령을 보고 버마의 손자를 데려오고 싶다고 말하게 된 건 훨씬 뒤의 일이라, 즉 무언가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끝에 생각해낸 구실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네 남매가 한결 같이 이 심령술 실험에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토코는 반대는커녕 오히려 영혼의 보고가 있기를 바랐다.
“재미있잖아? 아버지의 꿍꿍이가 뭔지는 몰라도 저 냉혈 잔인한 구두쇠가 몇 백만이나 되는 돈을 써서 진짜로 버마로 손자를 찾으러 간다면 재미있겠어. 그때의 구두쇠의 얼굴을 보고 싶어. 부추겨서 곧바로 버마로 보내버리고 싶어.”
이런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돈 따위에 기대지 않아도 높은 급료를 받는 패션모델이고 아직 젊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심각한 건 난쟁이 타츠오다. 그가 남매 중 연장자이며 유일한 남자이기도 하기에 당연히 가문을 잇는 건 자신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여관의 지배인을 하면서도 경제 관련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증권회사나 은행 직원을 만나 이러쿵저러쿵 물으면서 재계의 실상이라는 걸 몸에 익히려고 노력하기도 했으며, 아버지가 죽으면 곧바로 아버지 회사의 사장으로 올라가도 문제가 없도록 자나 깨나 준비해왔던 것이다. 지금은 여관 지배인이지만 미래는 고리대금 업체의 사장이라고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타츠오이기에 적어도 손자를 떠맡게 된다면 충격은 심각했다.
“버마에 형님의 자식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만 아버지가 저런 말씀을 하기 시작한 이상, 형수님과 아이들이 필요하다. 그러니 반드시 버마에서 형수님과 조카들이라 주장하는 버마의 시골여자와 그의 아이들을 데려올 거라고 생각해. 무슨 속셈인가 하면 아버지의 장사에는 문제가 많으니 만약을 위해 재산을 무지몽매한 외국의 여자 명의로 바꾸어놓을 필요가 있음이 틀림없어. 그러니 영혼의 보고에 따라 그자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파멸이야. 특히 나와 같은 난쟁이에겐 심각한 일이야. 반드시 심령술의 사기 짓을 밝혀야만 해!”
그렇게 입에서 거품을 물면서도 필사적으로 열변을 토하며 결의했다.
카츠미와 미도리도 아버지의 속셈을 모르지만 일단 오빠의 미망인과 그 아이라 주장하는 버마인에게 재산이 넘어가면 난처하다. 정말로 아버지의 도구에 불과한 외국인이라고 해도 오빠의 미망인과 그 아이에게 있어 자신들이 껄끄러운 상대가 아닐 리 없다. 심령술의 속임수를 반드시 간파하여 무효로 만드는 게 제일 좋은 일이다.
그러니 남매가 쿠다유에게 부탁한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고 특히 타츠오는 날이 정해진 걸 알리기 위해 쿠다유의 여관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참으로 큰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실은 오늘 아침 심령술사 선생님이 도착하였어요. 상담 결과 형님의 영혼을 부르는 일을 나중에 하기로 하여 오늘밤 8시 반부터 실험회를 개최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장소는요?”
“아버지 저택입니다.”
“드문 일이군요. 동호인의 집이라면 모를까, 만난 적이 없는 의뢰인의 실험을 할 때는 보통 여관에서 합니다만. 운반할 도구가 꽤 컸을 겁니다.”
“무척 커다란 짐입니다. 택배로 커다란 짐이 하나. 역까지 옮겨졌는데 바퀴가 달린 커다란 화물로 거기에 덤으로 스스로도 큰 트렁크 두 개를 끌고 왔습니다. 지금 막 그걸 열고 사람들을 물러가게 한 후 자기 혼자 부지런히 실험회장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택배업자가 약간 늦어서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했기에 아버지가 무언가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짐은 오늘은 쓰지 않는 듯합니다. 이게 이른바 강령술(降霊術)의 일곱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영혼의 대면이 미뤄진 겁니까?”
“깊은 내막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버지와 꽤 오래 상담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마음이 내켰는지 늘 아타미에는 토요일 저녁에 와서 월요일 아침에 도쿄로 돌아가고 월요일부터는 도쿄에서 지내는 게 습관입니다만, 이번만은 목요일 밤에 이쪽으로 와서 금토에 출근도 하지 않고 아타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바쁜 인간이어서 이런 일은 거의 없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다음날에는 이미 도쿄로 가버렸을 정도니까요. 상당히 기대를 건 모양이에요. 아뇨, 무언가 심상치 않은 꿍꿍이가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예외적으로 행동할 리 없죠. 저도 말이죠, 버마에서 이상한 놈이 비집고 들어오면 앞날이 컴컴해지는 신세이니까 어르신만을 믿고 있습니다. 부디 제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절을 하며 간곡히 부탁을 하고는 돌아갔던 것이다.
그날 밤 8시에 카츠미와 미도리가 차로 맞이하러 와서 쿠다유는 고칸 센시치의 저택에 가보니 응접실에는 먼저 온 남자손님 두 명이 있었다. 한 사람은 카츠미의 남편 모테기 분지(茂手木文次), 또 한 사람은 미도리의 남편 키시이 토모노부(岸井友信)였다. 키시이는 같은 여관업을 하고 있어 조합 모임 등에서 만난 적이 있어 서로 아는 사이지만 모테기는 도쿄에서 사는 샐러리맨이라 초면이다. 하지만 처음 보자마자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쿠다유는 업종상 주의력, 관찰력, 기억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조금만 인상에 남은 얼굴은 전철에서 본 얼굴이라 해도 계절, 장소 등과 함께 그 얼굴을 잊지 않는 능력이 있다. 모테기를 한번 보고는 군대에서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5척 8촌(약 175㎝)의 큰 남자, 떡 벌어진 어깨, 네모진 턱, 날카로운 눈.
비로소 쿠다유는 뚜렷하게 떠올렸다. 중국(支那)에서 본 소위다. 대학을 막 나온 귀신 소위다. 망나니 소위다. 편의대(便衣隊 군복이 아닌 사복, 민족의상 등을 입은 중국병사를 편의병便衣兵이라 부름. 일본에서는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기 위해 이 편의병을 죽인 걸 시민을 죽인 걸로 오해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의 용의자를 찾는다며 민가의 주민을 끌고 와서 묻지도 않고 평소 자랑하는 요도(腰刀)로 목을 베어버리는 귀신 소위다. 그는 강도와 강간의 베테랑으로 부하에게 인기가 높았다. 부하들도 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다유는 전시에 마술사로서 곳곳으로 위문 여행을 다녔다. 그때 중지나(中支那) 깊숙이의 밤마다 총성이 끊어지지 않는 곳에서 이 소위의 부대를 방문했다. 그가 부하를 이끌고 토벌을 하러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가공할 소행의 대다수를 오히려 찬미하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전쟁범죄자로 체포해야 마땅한 인물이건만, 이라고 쿠다유는 생각했다. 이런 인간이 꼭 위급할 때는 행동이 신속하여 구름을 안개처럼 3천리(무척 빨리 멀리 도망친다는 뜻)에,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니 하면서 빠져나가 좀처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분명 중지나 지역에서 뵌 적이 있는데요. 저는 마술 고문으로 갔었습니다만, 위문 공연 전에 토벌에 나가셨지요? 그 유명한 귀신 소위라고 들었는데요.”
“아뇨,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내지의 부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모테기는 모르는 척하면서 시시한 소리를 할 뿐, 담배를 뻑뻑 피워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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