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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에서 일본의 출판계가 보수적이어서 전자책이 잘 안 되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생각을 고쳐야 할 때가 온 걸까요?
2013년 6월,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용 문자 및 통화 앱 LINE을 통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LINE노벨(LINEノベル) 서비스를 개시했고 바로 그 뒤를 잇듯이 일본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도가(ニコニコ動画)에서도 소설을 제공하는 니코니코 연재소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참고 기사
LINE、書き起こしの小説を無料で楽しめる「LINEノベル」を公開 (ITmeda)
誰でも無料で読める「ニコニコ連載小説」スタート (ITmeda)

개인적으로 LINE의 히트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꼭 LINE이라서가 아니라 카카오톡이든 일본 회사 개발이든 간단한 문자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것은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왜냐 하면 일본에는 오랫동안 이런 서비스가 없었으니까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화번호와 문자를 보내는 메일 주소가 별도로 존재해 왔습니다. 번호만 알면 바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무척 불편했죠.
그래서 특히 10대 중고생들 사이에선 덜 친한 사람은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많이 친한 사람에게만 메일 주소를 알려주기 때문에 만화나 소설 등에서 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었죠. 짝사랑하는 상대의 메일 주소를 알고 싶어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든지요. 문자에 비하면 많이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바로 전화 통화를 하기는 껄끄러운 게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그러니 LINE을 접한 일본인들이 아주 편리하게 여겼음은 분명한 일입니다(물론 아이폰끼리는 기본으로 되지만 이건 스마트폰끼리 다 되니까). 결과 현재 LINE 이용자가 1억을 돌파하는 등(이 정도면 일본 스마트폰 이용자는 다 쓴다는 이야기) 폭발적 인기를 몰고 있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LINE이 이제 연재소설을 제공하며 공모전까지 벌이고 있으니 전자책 업계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 인기몰이인 카카오톡은 카카오페이지를 런칭하고 전자책을 포함한 앱장터를 표방했으나 기대 이하의 주목으로 현재(2013년 6월) 리뉴얼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독서인구가 많은 일본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얻을지 주목할 일입니다.


한편 niconico는 이미 동영상 사이트라 부르기 어려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포털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림 제공 서비스 니코니코세가(ニコニコ静画)를 통해 만화 등을 제공하는 전자책 플랫폼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고요. 이번에는 자사가 제공하는 블로그+메일 매거진 서비스 '브로마가'를 통해 연재소설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참고로 메일 매거진은 인터넷 초창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었으나 현재는 RSS, 포털 등의 대두로 완전히 쇠퇴하여 사라진 서비스인데요. 이를 니코니코가 어떻게 부흥시킬지도 주목할 부분입니다(일본에선 건재까지는 아니어도 메일 매거진 서비스가 어느 정도는 존속하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만).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네이버에서 웹소설을 런칭하고 공모전도 하는 등 LINE노벨과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 웹소설은 스마트폰에서도 보기 편하게 만드는 등 모바일을 꽤 의식한 서비스라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존 출판사와 협력체제를 중시하는 일본과 연재게시판 형식으로 작가와 독자를 동시에 끌어모으는 우리나라 양국의 방식 차이가 큰 차이점입니다.


이러한 컴퓨터 및 모바일을 이용한 '전자 연재소설'은 전자책과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고 서로의 친화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자책 업계에서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무료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빠르고 편하다는 점,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독서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전자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한편 만화, 웹툰 쪽에서는 무료 공개를 통한 광고 수익을 노리는 일본의 J코미와 모바일 기반 유료 웹툰 서비스를 선보인 우리나라의 레진코믹스가 다르면서도 비슷한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 다 작가를 우선하고 수익이 충실한 만화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이념은 같지만 실행 방식은 반대에 가까운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요. 한일 양국은 만화 시장의 규모, 독자의 특성 등 문화적 특성이 큰 지라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는 말할 수 없고 한쪽이 잘 되고 한쪽이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되는 쪽이 좋은 거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CD, 영화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한창 논의가 오갈 무렵 주목받은 의견이 있습니다. '돈 주고 사는 게 몰래 다운받는 것보다 번거롭고 어렵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후 iTunes와 아이폰 앱은 정말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죠.
현재 전자책 업계는 독자를 귀찮고 번거롭게 만드는 DRM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DRM이 없어도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 화제를 얻고 있지만 독서인구의 뒷받침과 사서 즐기는 문화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시기상조라는 의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독자가 부담없고 간편하게 전자책을 즐길 수 있는 저변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페가나의 생각이며 이러한 전자 연재소설의 존재를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는 이유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