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응보 로드 던세이니 사람의 영혼은 꿈속에서 낮보다 더 멀리 간다. 어느 날 밤에 헤매던 나는 공업도시를 출발해 지옥의 가장자리까지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재와 잡동사니, 반쯤 묻힌 것들의 일정한 형태 없는 모습들로 엉망이었는데 커다란 천사 하나가 망치를 들고 석고와 쇳덩어리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이 불쾌한 장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망설인 끝에 무얼 만들고 있냐고 물었다. “지옥을 늘리고 있노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그들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진 말아주세요.” 이렇게 말한 이유는 내가 막 떠나온 나라가 명성이 땅에 떨어진 시대..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종말 이후에 로드 던세이니 오랜 세월이 흘러 이 세상이 시커먼 미지의 별과 충돌하게 된 후,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소름끼치는 생물들이 찾아와 무언가 기억에 담아둘 가치가 있는 게 없을까 싶어 불타고 남은 잿더미를 살펴봤다. 그들은 이 세계에 존재했을 거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머드를 언급했다. 그리고 창문 하나 남지 않아 텅 빈 두개골처럼 덩그러니 남은 인간의 신전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여기에도 거대한 존재가 있었을 거야. 이토록 드넓은 장소인 걸 보면.” 다른 이가 말했다. “이게 매머드인가?” 그러자 또 다른 이가 말했다. “..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돌아오는 노래 로드 던세이니 “백조들이 또 노래하고 있구나.” 신들이 서로에게 말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나는 꿈에 이끌려 발할라(Valhalla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자의 영혼이 모이는 오딘의 전당)에 있기 때문인데─무지개 색 방울 하나가 별처럼 크고 밝아 보이진 않아도 희미하게나마 아름답게 빛났고 위로 위로 올라오며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광경은 새하얀 백조 무리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 신들까지 음악의 바다에서 거칠게 출렁이는 배처럼 여겨지게끔 만들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나는 신들 중에서 제일 친절해 보이는 분에게 물었다. “하나의 ..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정치가와 매춘부 로드 던세이니 정치가와 매춘부가 함께 천국의 문 앞에 이르렀다. 성인(聖人)이 그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은 왜 정치가가 되었습니까?” 성인이 먼저 물어보자 정치가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의 위대한 마음속에 우리 정당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싶다는 신념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국민의 대표라는 발판 위에 단호하게 섰다는 얘기죠.” “그럼 당신은?” 성인은 이어서 매춘부에게 물었다. “돈이 필요하니까요.” 매춘부가 대답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성인이 말했다. “좋습니다, 들어오세요.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노래 없는 나라 로드 던세이니 시인이 찾아간 어느 커다란 나라에는 노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시시한 노래 한 곡조차 없는 나라를 착한 시인은 불쌍하게 여겼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짧고 변변찮은 노래를 몇 곡 만들어야지. 골목을 기쁘게 만들고 난롯가를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이후 며칠 동안 시인은 사람들을 위해 딱히 내용도 없는 노래들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의 행복한 나라 언덕 위에서 처녀들이 불렀을 법한 노래였죠. 시인은 그날의 일을 마치고 지쳐서 앉아 있던 주민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신기한 옛이..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인부 로드 던세이니 고층 호텔 꼭대기에서 인부가 비계(건물을 지을 때 딛고 서도록 나무 등으로 만든 설치물)와 함께 떨어지는 걸 보았다. 그는 떨어지면서도 나이프로 비계에 자기 이름을 새기려 애쓰고 있었다. 땅까지 100m 가까이 되는 높이였으니 그런 짓을 할 여유도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그저 헛된 짓을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란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3초도 안 지나 저 남자는 알아보지도 못할 꼴이 되고 말 것이며, 남은 시간으로 이름을 새기려 애쓴 저 판자도 몇 주만 지나면 장작으로 쓰여 불타 없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 일이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
바빴는지 귀찮았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작년에는 결산 포스팅이 없어서 올해는 올려봅니다.되도록 매년 해보겠습니다.다만 전자책 특성상 정산이 다 안 된 부분이 있어서 기간은 2013년 10월~2014년 10월 판매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판매량 순위 (유료도서만)1위 그림자 없는 범인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2위 몽상가의 이야기 3위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4위 해이기 - 일본 환상소설 단편집 2 5위 콘티넨털 탐정6위 페어웰 살인사건7위 심령 살인사건 8위 스페이드라 불리는 남자9위 페가나의 신들 110위 괴몽- 일본 환상소설 단편집 전체적인 경향을 보면 추리소설의 인기가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권 중에 6권이 추리소설, 4권이 환상소설에 속합니다.또한 영미소설이 5권, 일..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판의 죽음 로드 던세이니 런던에서 돌아온 여행자들은 아르카디아(Arcadia 그리스의 고원, 목가적인 이상향)에 발을 들이며 차례로 판(Pan 그리스 신화의 목신. 인간과 염소를 합친 모습)의 죽음을 애도했다. 머지않아 그들은 가만히 누워 있는 판의 모습을 발견했다. 뿔이 달린 판의 얼굴은 미동도 없고 털 위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살아있는 동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여행자들이 말했다. “판이 죽었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그들은 커다란 시체 곁에 서서 슬픔에 잠긴 채로 인상적인 판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해가 지고 조그만 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 페가나 북스의 전자책 『판의 죽음』 일부를 연재합니다. * 서지정보 및 판매처 안내 : http://pegana.tistory.com/142 밀회 약속 로드 던세이니 〈명예〉가 큰길을 노래하며 걸어갔다. 누추한 옷차림을 한 시인을 본 체도 안 하고 지나쳐갔다. 그래도 시인은 〈명예〉를 위해 〈시간〉의 궁정에서 머리를 단장하고 노래로 작은 화관(花冠)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지나가는 길마다 북적대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순간적인 소음으로 짠 가치 없는 화관만을 두를 뿐이었다. 조금만 지나도 이런 화관들은 다 말라 죽었다. 시인은 자신의 노래로 짠 화관을 들고 〈명예〉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명예〉는 그를 비웃고는 여전히 가치 없는 장식만을 둘렀고 그런 것들은 저녁이 되자 다 사그라졌다. 어느 날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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